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팀 "점막병변 완치 환자 절반은 치료 중단해도 재발하지 않아"

▲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

국내 연구팀이 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의 중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교수팀(소아청소년과), 경북의대 강빈 교수팀(소아청소년과)이 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를 추적관찰한 결과, 생물학적 주사제 '인플릭시맙'을 조기 투약해 점막병변이 완전히 치료됐다면 절반가량이 치료를 중단해도 질환이 재발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학적 주사제의 적절한 사용 중단 시기를 놓고 연구가 한창인 가운데, 최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단 기준에 대한 새로운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전체 환자 중 약 25%가 20세 이전 소아·청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유병 기간이 길 수밖에 없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재발 우려가 커 인플릭시맙 등 생물학적 주사제를 쉽게 중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생물학적 주사제는 크론병 치료에 혁신적인 약물로 꼽히지만, 사용 기간이 길수록 약물 특성상 감염이나 종양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최 교수팀은 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 63명을 약 7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2009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이 분석에 포함됐다. 진단 당시 평균 나이는 14.9세로, 진단 후 평균 12개월 이상 인플릭시맙을 투여받았다. 

연구팀이 환자에게 인플릭시맙 투여를 중단한 뒤 재발률을 확인한 결과, 전체 63명 중 38명(60.3%)에서 크론병이 재발했다.

카플란-마이어 분석에 따라 시기별로 보면 중단 첫해 안에 재발한 환자는 19%에 불과했고, 4년 62.2%, 6년 75.2%였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이 재발 환자와 재발하지 않은 환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조기 인플릭시맙 투약으로 장내 궤양이 사라져 점막병변이 완전히 치료된 경우 6년 내 재발률이 55.5%로 확인됐다. 나머지 절반 가까운 환자들은 생물학적 제제를 중단했어도 재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인플릭시맙의 최저 혈중농도가 2.5 ㎍/mL 이하라면 상대적 재발 위험이 7.19배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돼 주사제 사용 중단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

최 교수는 "생물학적 주사제를 언제 중단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여전히 환자들이 여러 부담을 안고 치료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어떤 환자가 약물을 끊고 어떤 환자가 치료를 이어갈지 선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으로 환자 치료의 정확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Journal of Crohn's and Colitis 5월호에 실렸다(J Crohns Colitis 2018;12(6):64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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