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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시험연구는 고사하고 국가 단위 역학연구도 없어세브란스병원 김현창 교수 “강 건널 다리 없어 헤엄치는 수준”
박상준 기자  |  sj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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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7.10  06: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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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심뇌혈관질환 역학의 현주소

   

▲ 김현창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대외협력이사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심뇌혈관질환은 예방과 관리 모든 단계에서 역학연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심뇌혈관질환 분야의 역학연구는 △질병 규모를 파악하는 기술역학연구 △질병 원인이나 위험요인을 밝혀내는 코호트 연구 △예방방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예방시험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전체 규모 파악할 수 있는 기술역학연구 없어

안타깝게 우리는 아직까지도 심뇌혈관질환 규모 파악을 위한 국가 규모의 기술역학연구가 없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심뇌혈관질환 분야의 목표 설정과 성과 평가에 쓰일 통계자료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심부전 등의 등록사업을 하고 있으나 아직 전국을 커버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청구자료와 사망원인통계자료를 분석해 입원율이나 사망률로 간접적으로 질병 규모를 가늠해 보는 정도다.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심장혈관질환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고령화의 효과를 배제한 연령보정 심장혈관질환 사망률은 다행히 2000년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그림 1>.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2000년부터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연령보정사망률을 계산해 보면 1990년대 이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그림 2>. 뇌혈관질환에 비해 심장혈관질환이 더 많아지는 이유는 고혈압 치료 수준의 향상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증가다.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뇌혈관질환과 심장혈관질환 둘 다 증가시키지만, 고혈압은 뇌혈관질환 위험을 더 많이 높이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심장혈관질환 위험을 더 많이 높이기 때문이다. 유병률과 발생률은 국가 통계가 아직 없지만,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심뇌혈관질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으며, 발생률은 질병 종류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코호트연구도 연구비 확보 못해 난관

선진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코호트 연구를 통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포화지방섭취 등이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관리해 심뇌혈관질환을 감소시켜 왔다.

우리나라에선 1986년 시작한 강화아동혈압연구(Kangwha study), 2004년 남원코호트(Namwon Study), 2007년 동구코호트(Dong-gu Study), 2014년 심뇌혈관및대사질환원인연구(CMERC cohort) 등이 대표적이고,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의 세부과제인 안산·안성코호트(Ansan and Ansung studies)와 농촌코호트(KoGES-CAVAS)도 심뇌혈관질환이 주로 연구하는 코호트이다.

직접 코호트 자료를 수집하진 않지만 건강검진자료를 이용하는 의료보험관리공단연구(KMIC study), 한국인암예방연구(KCPS study), 강북삼성코호트연구(KSCS), 한국인심장연구(KHS), 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NHIS-NSC) 등에서도 부분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예방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심뇌혈관질환 코호트 연구는 안정적인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해 추적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드는 이차자료 연계 연구도 각종 규제로 막혀 연구자들이 애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다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교각를 세워 놓았는데 상판을 올리지 못해, 여전히 강을 헤엄쳐 건너 다니는 꼴이다.

선진국 1990년대부터 예방시험연구 활발…국내는 ‘전무’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예방시험연구가 활발해져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약물요법, 생활습관 개선, 지역사회 사업 등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상자별로 특화한 예방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예방시험연구는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다.

약물예방시험으로는 스타틴의 심뇌혈관질환예방효과,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효과를 한국인에서 확인하기 위한 예방시험연구가 최근 시작됐고, 적극적 항고혈압제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예방시험연구를 기획하고 있는 정도이다. 비약물적 생활습관 중재 연구도 여러 연구자가 산발적으로 수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아 예방지침에 반영할 만한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 심뇌혈관질환 예방사업이나 제도 및 환경개선 프로그램도 외국 사례를 참조하거나 시범사업(pilot project)으로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정도에 그칠 뿐, 무작위대조시험연구(RCT)로 사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선진국 연구에만 기대지 말고 ‘퍼스트무버’로 거듭나야”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은 세계 최고수준에 달했고, 심뇌혈관질환 사망률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표만 보면 성공사례로도 보인다. 심뇌혈관질환 역학연구 현실이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선진국의 연구에서 알려진 문제들을, 선진국에서 입증한 방법을 따라 하면서 개선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으로는 더 이상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서도 선진국을 열심히 따라가는 추종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직접 찾아내는 선도자 ‘퍼스트무버’가 돼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 데이터가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내딛을 수 없다. 다행히 2016년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하루 빨리 심뇌혈관질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역학 연구를 시작하고, 그동안 힘들게 만들어 온 분석역학연구 기반이 헛수고가 되지 않게 추적관리면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중재방법을 찾는 예방시험연구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1. 질병관리본부. 2017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 만성질환 Factbook. 청주: 질병관리본부; 2017
2. Korean Statistical Information System. National Statistical Office, Korea. Available from: http://kosis.nso.go.kr
3. Lancet NCD Action Group; NCD Alliance. Priority actions for the non-communicable disease crisis. Lancet 2011;377:1438-1447.
4. World Health Organization. Global Health Observatory (GHO) data [Internet].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2. Available from: http://www.who.int/gho/ncd/mortality_morbidity/ncd_total/en/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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