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 노인 6752명 추적·평가 결과 발표

▲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와 배종빈 임상강사(사진 오른쪽)

치매에 걸린 노인이 사망 위험이 8배 높아진다는 연구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서울의대 김기웅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제 1저자: 배종빈 임상강사)팀이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 참가한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 유병' 및 '치매 발병'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분석해 발표했다. 

치매 자체가 노인의 사망 위험을 1.7배에서 최대 6.3배까지 높인다는 사실은 국내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노인을 대표하는 표본을 통해 치매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는 부재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발표된 연구들은 경도인지 장애와 같은 치매 전 단계까지 분석에 포함하면서 치매로 인한 사망위험이 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치매 발병과 사망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에 김 교수팀은 2010~2015년까지 60세 이상의 한국 노인 6752명을 추적·평가하면서, 치매의 유병은 물론 치매가 발생한 경우에 사망 위험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분석했다. 

2010~2012년 사이에는 대상자에 대한 치매유병 등을 확인하기 위한 초기 기저평가를 진행했고, 기저 평가 후 2년 뒤에는 추적평가를 시행했다. 이후 2015년 12월까지 사망 여부를 확인하면서 사망 위험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 연구대상자 6,752명 중 치매유병인원 및 추적·평가 기간 동안 발생한 치매발병인원

우선 치매의 유병과 사망 위험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 대상자를 '정상 인지', '경도인지 장애', '치매'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기저평가를 통해 총 6752명의 노인 중 334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외 정상 인지 기능을 가진 노인은 4544명, 경도인지 장애는 1874명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 사망 위험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분석한 결과, 치매로 진단된 노인의 경우에는 정상 인지 노인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2.7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다음은 치매 발병과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연구 대상자에 대한 기저평가 후 2년 뒤에 추적평가를 시행했다.

그 결과 기존에 정상 인지 혹은 경도인지 장애였던 노인 6418명 중 95명에서 치매가 발생했다. 그리고 최근 2년 사이 치매가 발생한 95명의 노인 즉, 처음에는 치매가 아니었지만 새롭게 치매로 진단된 노인은 정상 인지 노인에 비해 약 8.4배 까지 사망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 치매 유병 및 발병으로 인한 사망위험 증가

이는 기저평가에서 이미 치매를 앓고 있던 노인보다도 최근 치매가 생긴 경우에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지며, 그 수준이 약 3배 이상이나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건강의학과 배종빈 임상강사는 "치매 발병이 사망위험을 어떻게 증가시키는지 확실한 기전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는 신체질환이 인지기능의 저하도 가속화시키면서 치매 진단을 분명하게 만들거나, 치매로 인한 부정적인 삶의 변화들이 사망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치매는 노인의 삶과 양식에 커다란 변화를 유발한다. 특히,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 사회생활이나 취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지인, 가족들과의 교류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더 악화되면 식사나 개인위생을 챙기는 것은 물론, 약을 챙겨 먹지 못하는 등 기저질환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때로는 길을 잃거나 교통신호를 확인하지 못해 사고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김기웅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치매가 노인의 사망위험을 3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특히 2년 내에 치매 진단을 새로 받게 된 사람들은 사망위험이 더욱 증가하는 만큼, 처음 치매로 진단받은 노인은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는 건강상태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와 올바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노화와 질환'(Aging and disease, IF=4.648) 온라인 판에 지난 2월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