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대 연구팀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으로 낮아지면 심혈관질환 위험 상승"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은 '낮추면 낮출수록 좋지 않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홍콩의대 Eric Yuk Fai Wan 교수팀이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압이 120mmHg 미만으로 낮아지면 130mmHg 미만 또는 140mmHg 미만으로 조절된 이들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았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강력한 혈압조절을 지지하는 SPRINT 연구 결과가 2015년에 발표되면서 목표혈압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 연구에 당뇨병 환자는 포함되지 않아, 이들에게는 SPRINT 연구에서 제시한 목표혈압 120mmHg 미만을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2010년 발표된 ACCORD-BP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낮추더라도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1차 종료점이 개선되지 않았기에(N Engl J Med 2010;362:1575-1585), 이러한 근거로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18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목표혈압을 기존 140/90mmHg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Wan 교수팀은 복용 중이던 항고혈압제의 수를 늘려 치료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후 조절된 혈압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분석했다.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없었고 항고혈압제 치료 강도를 높여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춘 제2형 당뇨병 환자 2만 8014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조절된 혈압에 따라 △120mmHg 미만군 △120mmHg 이상 130mmHg 미만군(130mmHg 미만군) △130mmHg 이상 140mmHg 미만군(140mmHg 미만군)으로 분류했고, 각각 2079명, 1만 851명, 1만 5084명이 최종 확인됐다.

4.8년(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120mmHg 미만군 15.3%(318명), 130mmHg 미만군 9.1%(992명), 140mmHg 미만군 10.8%(1635명)로 조사됐다. 이는 1000인년(person-years) 당 각각 34.3명, 20.4명, 21.4명에서 심혈관질환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어 조절된 혈압에 따른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했고, 120mmHg 미만군에서 그 위험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20mmHg 미만군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130mmHg 미만군보다 1.75배(HR 1.75; 95% CI 1.53~2.00), 140mmHg 미만군보다 1.67배(HR 1.67; 95% CI 1.46~1.90) 높았던 것. 

다만 등록 당시 환자들의 특징에 따라 나눠 진행한 하위분석에서는 65세 미만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130mmHg 미만군이 140mmHg 미만군 대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9% 낮았다(HR 0.81; 95% CI 0.69~0.96). 65세 이상에서는 130mmHg 미만군과 140mmHg 미만군 간 의미있는 위험 차이가 없었다.

Wan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강력하게 낮추더라도 140mmHg 미만을 목표로 조절했을 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감소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이 같은 결과를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Diabetes Care 지난달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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