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셉터 업무 부담 덜어줘야 ... 간호인력 확보 및 신규 간호사 교육 프로그램 강화 필요

▲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신규 간호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사망하면서 신규 간호사의 열악한 교육 환경이 이슈로 대두됐다.

서울아산병원 내과계중환자실에 재직 중이던 박 모 간호사는 평소에 프리셉터의 일명 '태움'으로 힘들어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게 프로셉터의 태움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병원에 새로 들어온 신입 간호사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간호사 개인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랫동안 제자리를 걷고 있는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신규 간호사 프로그램 부실, 간호대 실습 교육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간호사에게 너무 부족한 교육?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신규 간호사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제대로 교육도 받기 전에 현장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인력 부족이 만성화된 병원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은 발령 전 한 달, 발령 후 3달 정도 교육을 받는다. 다른 병원에 비해 사정이 좋은 편이다. 강북삼성병원이나 건국대병원은 발령 전 한 달, 발령 후 두 달 정도 교육이 진행된다.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갈수록 여건은 나빠진다. 평촌성심병원은 발령 전 일주일, 발령 후 한 달이고, 일산 백병원은 발령 전 2주, 발령 후 2달 정도다. 광주의 모 병원은 발령 전 3일, 발령 후 2주 정도만 교육을 받고 현장에 뛰어든다. 

▲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신규 간호사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심지어 이 교육마저 허술하기 일쑤인 것으로 보인다.

강북삼성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발령 전 교육은 명목상의 내용이 너무 많고 비효율적이다. 시간은 많이 투자하지만 정작 배우는 것에는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며 "트레이닝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업무에 실제로 필요한 교육 위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제대로 된 프리셉터 교육이 없이 액팅만 돌린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배우고 독립해야 하는 식이라 체계가 없어서 힘들다"고 호소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프리셉터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프리셉터의 업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보훈병원에 있는 한 간호사는 "프리셉터가 교육만 하는 상황은 거의 드물며 자기 몫의 일을 하면서 트레이닝을 하기 때문에 프리셉터가 바쁘면 방치되는 상황도 많다"고 토로했다. 

또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명의 몫을 해내라고 하니까 더 부담되고 눈치 보인다"며 "모르는 것이 당연한 데 질문을 하면 '학교 다닐 때 그런 것도 안 배우고 뭐했나'는 소리를 듣게 돼 질문도 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프리셉터로부터 시달리는 문제도 심각하다. 

일산 백병원의 모 간호사는 "신규 교육을 받으면서 프리셉터의 폭력적인 언행으로 자존감이 많이 상실되며 배움의 의지도 꺾인다"며 "단지 신규 간호사라는 이유로 홀대받고 무시당하는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는 "교육 도중 '창고'로 끌려가 혼나기도 한다"며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프리셉터가 되는 간호사의 연차가 낮아지고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프리셉터 교육이 체계적이긴 하지만 어떤 프리셉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것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인력 확보가 해법이긴 한데

이렇듯 나쁜 근무 조건은 신규 간호사 이직률로 나타난다.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간호사의 두 배를 넘어선다. 2011년 간호사 이직률 17%였다. 그런데 신규간호사는 33.6%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간호사 이직률 13.9%였고, 신규간호사는 33.5%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간호사 이직률이 12.6%로 전년보다 많이 감소했지만 신규 간호사 이직률은 33.9%로 오히려 올랐다.

 

간호사 인력 부족이나 신규 간호사 교육 등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인력 확충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정부와 대한간호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관련 기관의 해법이 달라 아직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간호인력특별법도 정부가 발표를 미루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미국, Nurse Residency Program(NRP) 운영

신규 간호사가 이른 시간 안에 병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신규 간호사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

지난 1월 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간호대 신수진 교수는 미국의 Nurse Residency Program(NRP)를 예로 들었다. NRP는 University HealthSystem Consortium(UHC)와 American Association of Colleges of Nursing(AACN)이 개발한 것으로 신규 간호사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NRP는 약 1년 동안 1:1 멘토를 지원하고 발전단계별로 임상실무를 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일본 야마가타현은 신규 간호사를 담당하는 간호사의 연수를 보내는가 하면, 신규 간호사의 이직방지를 위해 연수비 보조사업을 하고 있다.

신 교수는 "NRP와 같은 신규간호사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숙련된 간호사의 업무와 차별화해 업무 강도를 낮추어 주고 이에 대한 교육비용과 인력보강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환자 수 배정 감소, 프리셉터와의 팀 간호, 교육시간에 대한 공가 인정 등을 통해 일정 기간 신규간호사의 업무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인사고과에 프리셉터 경력 반영, 교육 및 자질 함양을 위한 보상(학술대회, 교육연수 참여기회 부여, 등록비 지원 등)을 마련하여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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