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대화형 의료문진 챗봇 개발 중 ... 경희의료원 암병원도 가세

챗봇이란?
챗봇이란 대화하는 혹은 채팅하는 로봇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사용자의 질문에 답을 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챗봇은 자연어 처리, 딥 러닝 기술을 통해 상담원이 실제로 대화하는 것처럼 고객의 문의를 실시간으로 응대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운영하는 '플러스친구'나 '옐로아이디', 라인의 '공식 계정'이나 '라인@'과 같은 서비스도 챗봇의 하나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했다. 위챗은 지난 2014년 챗봇을 통해 호텔, 병원, 영화표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MS는 2015년 중국에서 대화창에 따뜻한 국물이 담긴 그릇 사진을 전송하면 주변 맛집을 추천하고 예약 전화를 걸 수 있는 챗봇 '샤오이스'를 선보였다.

상담원 대신 챗봇이 활약하는 병원 

호텔 등 서비스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챗봇이 병원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챗봇은 고객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의료진 진료 일정, 진료 예약, 서류 발급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한다. 기존 SNS 플랫폼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 덕분에 병원에서 챗봇은 유용할 수밖에 없다. 고객 상담에 필요한 상담 인력은 줄일 수 있고, 병원 서비스 질도 올릴 수 있는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 부산대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챗봇 서비스 모습

챗봇을 병원에 도입한 첫 주자는 부산대병원이다. 지난 1월 부산대병원은 '네이버 톡톡' '카카오톡'과 연계해 모바일폰이나 PC를 이용해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은 병원 모바일 홈페이지 하단 아이콘을 클릭해 병원 이용에 대한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된다. 현재 부산대병원은 진료일정 등 고객 민원 90%를 챗봇이 응대한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측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병원 이용에 관한 궁금점을 해소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챗봇 서비스를 통해 파생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이 필요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대안암병원, 대화형 의료문진 챗봇 개발 중 

챗봇은 단순하게 의료진 일정, 접수 등만을 알려주는 기능에 머무르지 않는다.

최근 고대안암병원은 와이즈넛과 함께 '대화형 의료문진 챗봇'을 개발 중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몇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한다. 담당의사는 환자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기 매우 어렵고,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질문해도 구체적 답변을 듣기는 쉽지 않다. 

의사와 환자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당뇨앱 등이 그 일환이지만 환자가 잘 사용하지 않거나 이용하기 어려운 점 등의 이유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이 개발 중인 챗봇은 이런 고민에 방점을 뒀다. 챗봇이 환자의 일상에 말을 걸고, 환자가 응답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챗봇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만성질환자의 생활관리를 위한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챗봇이 환자가 일상에서 어떤 운동을 했는지, 무얼 먹었는지 등에 대해 말을 걸고, 환자가 답변을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챗봇에서 이뤄진 환자의 답은 의사에게도 전달된다. 그렇게 환자의 데이터가 쌓이면 의사는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게 되고,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진다"고 소개한다.

 

또 "처음 환자를 진료할 때 진료 시간을 빼앗는 질문을 챗봇을 통해 미리 답하도록 해 진료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대화형 의료문진 챗봇은 환자 만족도 상승, 진료시간 단축,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챗봇은 텍스트 형태지만 미래의 챗봇은 음성이 지원되는 형태가 되면서 환자에게 더 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대안암병원은 대화형 의료문진 챗봇에 대한 임상을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희의료원 암병원도 챗봇 가세 

암병원 건립이 한창인 경희의료원도 챗봇 도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IT 기반 스타트업 회사인 트위니와 함께 '환자 중심서비스 스마트병원 플랫폼 개발 사업'추진을 발표했다. 

트위니 천영석 대표는 "챗봇이 개발되면 암환자를 위한 정보전달이나 위치안내 등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 상담부터 사후 관리까지 지원하는 24시간 인공지능 모바일 문의센터가 될 것"이라며 "챗봇이 고객만족은 물론 내부고객 만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원가도 챗봇이 인기다. 최근엔 피부과 네트워크병원인 오라클메디컬그룹도 챗봇을 도입했다. 오라클메디컬그룹 노영우 회장은 "챗봇 도입으로 고객관리와 상담을 24시간 실시간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직 자연어 이해 못 하는 챗봇
전문가들은 챗봇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현재 수준의 챗봇은 간단하고 단순한 단어 정도만 알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으로 진료를 보려고 합니다" 혹은 "오늘 내과 진료보는 의사는?" 등의 질문을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다. 챗봇은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결과를 고객에게 답하는 형태다. 따라서 병원 데이터가 잘 정립돼 있지 않은 병원은 고객에게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다.

천 대표는 "챗봇이 자연어 등을 이해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어, 서비스 시작부터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여러 서비스 분야에서 챗봇이 활용되는데, 병원이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보다 오히려 개원가에서 챗봇이 더 유용할 수 있다"며 "진료예약 등 단순한 일은 챗봇에게 맡기고, 사람은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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