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뇌영상 진단 가능성보고 VR 활용한 치료 급부상

2017년 학계는 지침 변화의 바람이 몰아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장학계는 미국발 고혈압 지침이 나와 변화의 중심에 섰고, 내분비내과계에서는 새로운 당뇨병 지침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소화기내과계에서는 늘어나는 C형 간염 환자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신경과계에서는 줄기세포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졌다. 항암분야에서는 면역치료법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한 해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던 핫 이슈를 정리했다.<송년호- 신경과 편> 치매 '정복'을 꿈꾸다<송년호- 정신건강의학과 편>정신과 '미래'를 보다★정신건강의학과정신질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국내외 연구자들의 노력도 빛을 발한 해였다.그 중심에는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인지기법이 있으며, 부작용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항우울제를 토대로 한 약물치료에 케타민 등이 대체전략으로 급부상했다.진화된 정신건강질환 진단…영상진단시대 '성큼'
 

임상 증상만으로 질환을 파악하는 데 한계를 느낀 정신건강질환 진단 분야에서는 뇌 영상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가공명영상(MRI),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뇌자도(MEG)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울증 등 정신건강질환에 구조적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우울증의 경우 변연계와 전두엽 영역에서 이상이 생겨 불면증, 식욕저하, 감정 기복 등 각종 우울 증상이 발병한다. 따라서 fMRI 등을 이용한 뇌 영상 연구가 활발한 영역이다.조현병은 우울증보다 뇌 영

상 연구가 더욱 보편화됐다. 병태생리학적 측면과 신경해부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조현병 발병 원인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의 뇌를 관찰한 결과, 내측두엽 등에서 회백질 용적 감소를 보였다는 연구가 다수 발표됐다.

우울증, 조현병 외에도 양극성장애 조기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뇌 영상 연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영국 킹스컬리지런던 Janaina Mourao-Miranda 교수팀은 10대 청소년 32명을 대상으로 fMRI 등을 이용해 진단의 정확성 및 유용성을 알아봤다.

그 결과 현재 양극성 장애 발병 위험이 높은 청소년부터 향후 양극성 장애 발병 위험이 상승해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까지 분류했다. 정확도는 75%였다.

新 우울증 치료제 자리 넘보는 '케타민'

약물치료 분야에서는 부작용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항우울제의 대체전략으로 케타민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됐다.

케타민이 항우울 효과에 이어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 위험도 효과적으로 낮췄다고 전해지면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마음으로 약제 출시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케타민의 항우울 효과는 미국 케타민 치료센터장인 Steven Levine 박사와 예일대 Gerard Sanacora 교수가 리얼연구 결과를 공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치료 센터 내 기존 치료(항우울제, 인지행동기법)에 반응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 740명에게 1년간 케타민 요법을 시행한 결과 90% 이상에서 우울증 증상 개선 효과가 4주 안에 나타났다. 심각한 부작용 발현도 없었다.

최근 미국 콜롬비아대학 연구진은 케타민이 중증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 위험 역시 유의미하게 낮췄음을 밝혀냈다.

자살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케타민을 투여받은 환자에서 자살 충동 위험이 55% 이상 감소했다. 다만 케타민 정맥 투여 후 해리 증상 혹은 경미한 정신병적 증상을 보였지만, 약물을 투여한 지 1시간 내 관련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미국은 케타민을 획기적인 치료제로 지정한 상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자살위험이 높은 중증 우울증 환자를 위해 개발 중인 에스케타민(esketamine)의 마지막 임상시험이 완료되는 2018년 상반기 최종 승인이 유력하다.

에스케타민은 비강 내 투여하는 스프레이 형식으로 뇌세포 표면의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를 차단해 최소 몇 시간 안에 환자의 우울감, 자살 생각 등을 막아 기분을 다시금 좋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도 자살 위험이 높거나 자살을 한 번이라도 시도한 적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에스케타민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VR 치료로 정신과 치료장벽 허물다

올 한 해 정신건강질환 치료에 VR(가상현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 공황장애 환자가 불안증상을 없애기 위해 대중 앞에 선 듯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통해 탈감작 치료를 받는 모습. <사진제공: 강남세브란스병원>

국내외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공황장애, 중독질환 환자 대상 VR 치료가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자체 클리닉을 개소해 치료의 한계점을 보완한 VR 치료를 시작했다.

VR 치료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점진적으로 자극에 노출시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자극에 환자가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환자 상태에 따라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탈감작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탈감작치료는 공황장애, PTSD 환자를 대상으로 외상에 대한 생생한 기억 또는 자극에 노출시키는 치료법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지행동기법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공황장애 및 PTSD 환자에게는 약물 및 기본적인 인지행동 기법이 주로 이뤄졌다.

두 치료를 병행하면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불안, 공포감 등이 호전됐지만, 환자가 외상과 관련된 자극 또는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자극을 피하는 경향이 많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런 환자들에게 VR을 활용한 탈감작치료가 이뤄지면, 환자들의 회피반응을 줄이고, 통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영국은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VR 치료가 주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 킹스컬리지런던대 연구진은 가상현실 속 아바타를 활용한 일명 아바타 치료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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