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MRI 찍어도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의사는 없어

▲ 대한영상의학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11월 8일 세계영상의학의 날을 기념해 서울의대 이건희홀에서 응급영상의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장비가 응급실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할 수 있는 장비지만, 정작 응급실에서 영상 판독하기 위해 상주하는 전문의들은 없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11월 8일 세계영상의학의 날을 맞아 대한영상의학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마련한 공동심포지엄에 나와 응급영상의학과 전문의 응급실 상주제도의 필요성과 이에 따른 보전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전문의들은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가감없이 소개하면서 응급실 영상의학 전문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수들에 따르면,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증상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CT 또는 MRI를 찍게 되는데, 이를 판독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곳은 거의 없다.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낮시간에 환자가 들어올 경우 전문의 판독이 이뤄지지만 근무시간이 아닌 저녁과 공휴일에 환자가 들어오면 상황에 따라 전공의가 보거나 다음날 가능한 게 현실이라는 것.

이러한 문제는 시스템을 잘 갖춘 대형 대학병원이라도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르스 감염으로 홍역을 치룬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정도가 환자 질 개선 차원에서 돈을 들여 자체적으로 전문의 상주제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몇몇 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은 응급실에 영상의학전문의가 없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영상의학 전문의가 없어 판독에 오랜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응급실에 가면 환자들이 오래 머물러야 하고, 결국 의료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의대 외상센터 박찬용 교수는 “응급실에 들어오면 바로 찍고 결과를 환자 보호자에게 말해줘야 하는데 전문의가 없어 말을 못해주는 것이 문제”라며 “판독은 환자가 어느 진료과로 가야하는지 잣대가 되는 중요한 의료행위다. 이 과정이 빨라져야 환자에게 설명도 해줄 수 있고 응급실 체류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어홍 교수는 “응급 영상의학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검사, 정확한 판독”이라며 “모든 응급실에서 영상검사는 2시간 이내 이뤄져야하지만 판독에 대한 가산이 없어 병원의 니즈도 없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자체적으로 판독하고 이로 인한 오진도 발생한다. 이런 현실은 영상응급의학과 전문의 상주제와 수가 현실화를 주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서울의대 송경준 교수(응급의학과)는 “사람들이 실물이나 직접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내는 반면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낮설어 하며 꼭 비용대비 효과를 이야기한다”며 “같은 맥락으로 보면 군대는 비용대비 효과를 따지면 절대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응급영상의학이 같은 맥락이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충욱 교수는 “응급실 체류시간이 줄어들수록 입원기간이 짧아진다. 또 응급실 체류 시간을 줄이면 전반적인 환자의 예후도 높아진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 교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매우 크다. 더구나 응급질 개선 및 의료의 질 향상을 인정하면서 돈 때문에 만들기 힘들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전반적인 수가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응급의료기금 등으로 풀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원칙에 입각해서 논의를 풀어가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정통령 과장은 “응급실 판독을 위해 영상의학전문의 상주는 100% 동의한다, 다만 있는 비급여 관행수가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사건 격고 나서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부분에서 투자하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비급여 급여화 작업 과정을 진행하는 등 큰 틀에서 수가를 조정해야 해 학회와 잘 논의해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한응급영상의학회 제환준 회장은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응급영상의학 전문의 필요성은 기-승-전-수가가 아닌 기-승-전-가치로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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