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양한모 교수 "동물실험에서 실데나필 치료 시 혈소판 응집 감소 효과 확인"

국내 연구팀이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려진 실데나필(제품명 비아그라)이 스텐트 삽입 후 발생할 수 있는 재협착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의대 양한모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10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Basic Cardiovascular Sciences 연례학술대회에서 "실험실시험(laboratory test) 및 동물실험에서 실데나필이 혈소판 응집을 감소시키고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것을 막는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스텐트는 좁아진 관상동맥에 삽입해 혈관을 넓혀주지만 시술 후 재협착 위험이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재협착을 막는 새로운 스텐트를 개발하거나 효과적인 약물 치료전략을 찾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데나필은 초기에 협심증을 치료하고자 개발됐지만 임상시험에서 발기부전에 효과를 보이는 약동학적 성질이 확인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자리 잡았다.

연구팀은 실험실시험 및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실데나필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실험실시험에서 실데나필이 혈소판 응집을 30% 감소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동물실험에서는 실데나필이 혈관 손상 후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현상을 예방하는 효소인 단백질인산화효소 G(protein kinase G, PKG)를 활성화시키고 신생내막증식(neointimal hyperplasia)을 억제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스텐트를 혈관에 삽입할 경우 PKG 활성이 감소해 동맥이 두꺼워지고 혈소판 응집이 촉진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실데나필은 PKG를 활성화해 스텐트 삽입 후 나타날 수 있는 재협착 등의 합병증을 막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양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실데나필이 재협착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면, 실데나필은 약물용출스텐트에 쓰이는 약물 또는 스텐트 삽입 후 복용하는 약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단 그는 이번 연구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이라는 제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결과가 임상시험에서 그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록 동물실험에서만 실데나필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임상시험에서도 실데나필이 스텐트 삽입 후 재협착을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현재 다른 적응증으로 처방되고 있는 만큼 임상에 즉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학술대회에 참석한 국외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노스슈어 대학병원 Avneet Singh 박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예비연구이지만, 실데나필이 스텐트 수술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 본다"면서 "이번 연구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다"고 평했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Donald Cutlip 박사는 "연구에서 실데나필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연구를 심장에 가까운 관상동맥이 아닌 심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경동맥에서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아직은 임상적 유의성을 가지기에는 시기상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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