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환자 데이터 커지면서 중요성 부각 ...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더 중요"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이 국내 병원 최초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전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해 화제다. 전문가들은 안암병원이 첫걸음을 내디딘 클라우드가 지금은 미풍이지만 곧 의료계의 태풍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다. 따라서 인터넷에 연결만 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저장공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헬스케어 클라우드도 개인이 사용하는 클라우드와 같은 개념이다. 다양한 환자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이를 활용해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HIMS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미국 헬스케어 기관의 83%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Why Cloud? 

헬스케어 클라우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엄청난 비용이 드는 현재의 병원정보 시스템을 계속 갖고 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병원은 환자 정보를 병원 시스템을 구축해 저장해 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 정보 크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병원 정보시스템 개발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지고 있다.  

5월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헬스케어와 클라우드의 만남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신수용 교수는 병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헬스케어 클라우드는 관심의 중심에 설 것이라 내다본다. 신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병원정보시스템 연구·개발  및 모바일 헬스 등의 연구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신 교수는 "유전체 데이터, 일상생활 데이터, 환경데이터, 모바일을 통한 데이터 등 환자 데이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며 "환자 정보량이 커진다고 마냥 시스템을 확대할 수 없다. 현재 서울대병원 등 빅5병원을 빼면 대부분이 기본 EMR을 사용하고 있다. 정보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필요성을 말한다. 

또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비용으로 각각 400억 원과 1000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스템 오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병원이 언제까지 계속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워 많은 병원이 헬스케어 클라우드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 번째 이유는 모바일 헬스의 발전과 각종 웨어러블기기의 발전이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환자가 생성한 건강 관련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고, 병원에서 이들 정보를 진료에 활용해야 하는 환경이 오고 있어서다. 웨어러블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들은 병원에서 관리하려면 크기나 보안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이 병원이 헬스케어 클라우드를 해야 하는 세 번째 까닭이다. 

클라우드와 비용절감의 관계 

의료계가 헬스케어 클라우드의 길로 접어들면 비용 절감, 보안강화, 연구지원 등 여러 이점이 있다. 현재 병원 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수백억이 필요하다. 병원의 큰 부담이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IT 인프라 구축과 관리가 가능하다. 비용이 낮아지면 대학병원뿐 아니라 중소병원과 개원가에서도 PACS, EMR 등 클라우드 사용이 가능해진다. 

신 교수는 "병원들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초기 투자 비용이 적게 들고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또 외부 요구사향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지고, 인프라에 대한 욕심도 버리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진료과 간 협진도 쉬워진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박유랑 교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의 의료정보와 공유가 가능해 의견교환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환자의 치료방법이나 치료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또 모바일 장치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계속 관찰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이외에도 외부 안전한 데이터센터에 EMR 정보를 보관하기 때문에 보완도 강화하고, 원전사고 등 처럼 대규모 재난이 났을 때도 안전하게 의료정보를 가동할 수 있다. 

 

현장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비트컴퓨터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지원하는 통합의료정보시스템 '클레머(CLEMR)'를 준비하고 있다. 클레머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OCS, EMR, ERP 기능 등을 포함한 통합의료정보시스템 (HIS : Hospital Information System)으로 최신 IT기술인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기술을 채용했다.

회사 측은 "클레머는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의 암호화,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을 통한 네트워크 암호화 등 보안을 강화했다"며 "모바일 기능을 통해 스마트 병원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고,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 없이도 손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했다"고 소개했다. 

고대 안암병원의 '파스-타'  

미국, 일본 등이 헬스케어 클라우드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고대안암병원 등이 걸음마를 뗐을 정도다.

올해 5월 고대안암병원은 '고대 안암 헬스클라우드(KUMC Health Cloud)'는 '파스-타(PaaS-TA)'를 선보였다. 파스-타는 미래 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도해 고대 안암병원과 ㈜크로센트가 공동개발한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고, 또 안전하며 자동으로 관리되도록 설계된 헬스케어전용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특히 오픈소스 기반 개방형으로 특정 인프라에 종속되지 않는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병원 측은 "국내 병원 중에서 IaaS, PaaS, SaaS를 모두 구현한 최초의 사례로 국내 모든 병원에 헬스케어 클라우드 구현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향후 빅데이터, IoT를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료 빅데이터 분석 컨테스트' 형태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의료데이터를 병원이 플랫폼을 구축해 일반에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병원 측은 "공개한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에 수백만의 의료 빅데이터를 업로드해 운영되며, 클라우드 내에서만 데이터의 열람 및 분석이 가능하고 외부 반출은 불가능하다"며 "공개한 의료 빅데이터에는 폐암, 유방암, 갑상선암 등 중증질환의 영상(CT, MRI, 초음파) 이미지와 심혈관·응급 중환자의 혈압 등 생체신호 시계열 데이터 등이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반드시 필요? NO ...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필요"

병원에서 클라우드를 사용했을 때 여러 장점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클라우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병원에 클라우드 EMR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수용 교수는 "반드시 클라우드 EMR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난 다른 생각이다. 의료정보를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나는 고대안암병원이 가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서비스 예로 미국 웰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 있다. 웰독은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받아 환자 본인 동의 하에 민간보험회사와 연계해 환자의 의료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이를 민간보험사가 분석해 병원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미국 아동자선병원에서는 '좌심형성저하증후군'이라는 희귀병 아기의 심장상태 모니터링을 위해 CHAMP라는 모바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아기의 부모가 직접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도록 했고, 의사가 직접 기록을 보고 위험상황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한 클라우드 서비스다. 

일본 NEC는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지역 진료소 EMR과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중복검사나 투약을 예방할 수 있고, 과거 진료 정보 등도 알 수 있다. 

걱정은 역시 정보보호와 보안 

정부가 환자 정보를 외부 기관에 둘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헬스케어 클라우드는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과 '전자의무기록의 관리·보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에 관한 기준'에 관한 고시를 제정했다. 의료법이 시행됐다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상충하기 때문에 정부의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헬스케어 클라우드의 약점을 꼽는다면 정보보호와 보안문제다. 환자 정보가 병원이 아닌 외부에 존재할 때 과연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남는 것이다. 최근 암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 의료정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많은 의료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헬스케어 데이터가 일반 개인정보에 비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해커들의 중요한 표적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16년 미국에서 헬스케어 데이터 유출사고가 지난 3년에 비해 300%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원도용자원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일어난 전체 유출 사고의 43.8%가 의료 분야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2012년의 34.9%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박유랑 교수는 "환자 정보유출은 큰 문제다. 우리 병원에서는 클라우드 전면 활용은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 다만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에서 연구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헬스케어 클라우드가 헬스케어 솔루션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완벽한 솔루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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