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정액제로 감염관리 수가 없어…"법적 적용대상에 포함해야"

최근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사이의 환자 전원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요양병원의 감염관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카바페넴은 장내세균에 의한 감염에서 가장 최후에 사용하는 항생제다. 그런데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장내세균에 의한 감염이 생기면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적이게 된다. 결국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의 출현은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CRE 퍼지는데…
요양병원 스스로 알아서 해라?
일당정액제로 감염관리 수가 없어…"법적 적용대상에 포함해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엄중식 특임이사(길병원 감염내과)는 "요양병원에서 CRE 등에 감염된 환자가 종종 병원에 전원돼 온다"며 "솔직히 요양병원에서 환자가 올 때 긴장한다. 만일 의료진이 CRE 등에 감염된 환자를 놓치면 상황이 심각해져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요양병원으로부터 전원되는 환자에게서 CRE 등이 발견된다지만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학회 유진홍 전 회장(가톨릭의대 감염내과)은 "요양병원에서 CRE 등이 생겼다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며 "요양병원에서 카바페넴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카바페넴을 쓰고 요양병원으로 갔다 다시 대학병원에 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진단한다.  

감염관리 '사각지대' 요양병원   

요양병원이 CRE 등의 발생지가 아니더라도 감염관리가 허술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전국의 요양병원 수는 2016년 기준으로 1428개다. 2005년 203개였던 것이 2009년 777개, 2016년 1428개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요양병원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요양병원의 진료 현황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 결과를 보면 요양병원의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305명이다.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간호인력 1인당 환자수는 43명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유치도뇨관이 있는 환자분율은 고위험군 12.9%, 저위험군 1.4%였다. 또 요실금 환자분율은 34.4%였고, 장기입원(361일 이상) 환자분율은 34.4%였다. 

감염 위험도가 높은 요양병원 환자들은 실제 감염으로 인해 응급실을 많이 찾고 있었다. 2015년 1월 경기도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에 온 요양병원 환자 438명을 조사한 결과 폐렴 환자 32%, 요로감염 환자 16%, 혈류감염 환자 18% 등이었다. 

감염관리전담직원 없이 간호부서장이 담당

▲ 일당정액제에 묶인 요양병원들이 감염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요양병원이 CRE 등 감염관리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관련법이 없다. 정부는 150병상 이상 병원에만 감염관리전담사를 둬야 한다는 법을 2018년 10월에서야 시행할 예정일 정도로 요양병원은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학회 박은숙 특임이사(세브란스병원 감염관리실)는 "요양병원의 인증평가가 강화됐지만 감염관리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것은 문제"라며 "현재는 요양병원 감염관리를 병원 재량에 맡겨놔 느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규제가 없어 요양병원들이 전담인력에 투자 등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지난달 세종대에서 열린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 건양대 정선영 교수(간호학과) 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요양병원의 감염관리 현실을 실감할 수 있다. 정 교수가 209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감염관리전담 직원이 있는 곳은 2곳(1%)뿐이었다.

다른 일과 감염관리를 겸임하는 곳이 160곳(77.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 교수는 요양병원의 감염관리는 주로  간호부서장이 겸임으로 담당한다며, 요양병원 현실과 특성에 맞는 감염관리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발표했다. 

요양병원 경영진 측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호소한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윤환 기획위원장(경도요양병원 이사장)은 "급성기병원과 요양기병원의 차이가 있음에도 정부가 급성기 기준에 준하는 관리를 인증에서 요구하고 있다"며 "감염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지만 급성기병원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토로한다. 

또 "검사비나 격리실 비용 등 감염관리에 대한 수가가 전혀 없다. 감염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요구를 해야 하는데 현재는 무조건 하라고 하는 형국"이라며 "필요한 인력이나 검사장비 등에 수가를 반영해주고 감염관리를 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액제에 '발목'…간병인·요양보호사 의존도 높아

요양병원의 급여체계가 일당정액 포괄수가제인 것도 감염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액제이기 때문에 금액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수가로 보전을 받지 못한다. 어떤 요양병원이 돈을 들여가며 감염관리를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엄중식 특임이사는 "요양병원이 아무리 감염관리를 잘 해도 감염관리료를 받을 수 없다"며 "요양병원은 감시배양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환자가 감시배양이 안 된 상태에서 열이 나면 항생제를 투약하고 그래도 안 좋아지면 큰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가 요양병원에 정액제를 시행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감시비용을 실비로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요양병원의 감염관리가 허점을 보이는 이유다. 현재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는 일정 교육만 받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관리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1996년부터 요양병원의 공동간병인제도가 시행되면서 감염 위험 한껏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은숙 특임이사는 "요양병원 병실마다 1~2명의 간병인이 배치돼 공동으로 간병하고 있다. 환자의 배변이나 식사, 이동보조, 낙상이나 욕창 예방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며 "공동간병제도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감염이 생겼을 때 전파의 위험이 있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따라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감염관리 교육과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결책은? 
지난해 5월 질병관리본부는 조직 구조 개편을 하면서 의료감염관리과를 감염병관리센터 내에 신설했고, 초대과장으로 이형민 연구관을 내정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엄중식 특임이사는 "의료관련감염관리 부서가 독립했지만 전체 인력이 9명밖에 안 된다. 전국적 CRE 유행에 대한 대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관련 부서에 대한 인력이나 예산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루빨리 제도권 안으로…
요양병원에 걸맞은 관리지침 필요
인력 부족한 현재로썬 전문가 네트워크가 대안

전문가들은 요양병원도 감염관리 대상으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유소연 감사(성빈센트병원 감염내과)는 "현재 다제내성균이 어느 정도까지 퍼져 있는지 실태조사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정부가 요양병원 등을 제도권 안으로 넣고 감염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은숙 특임이사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법적 감염관리에 요양병원을 확대 적용하고, 병원에 감염관리료나 격리병실료 등 감염관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고, 요양병원에 적합한 감염관리지침 개발을 위한 R&D 지원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감염관리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소연 감사는 "감염관리에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한 지금으로써는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외국처럼 몇 개의 병원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엄중식 특임이사도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을 했다. 
엄 특임이사는 "감염관리의 기술적 자문이나 결정은 결국 전문가들이 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외국은 전문가들이 서너 개 병원을 같이 컨트롤한다. 우리도 적은 인적소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이라도 운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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