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HAT-LLT 이차분석 결과 75세 이상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증가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지는 학계의 뜨거운 논란 중 하나다.75세 미만에서 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에 대한 근거는 여러 연구를 통해 쌓였지만 75세 이상에서도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가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스타틴의 주요 이상반응인 근육병증, 근육통 등은 고령자의 신체 악화 및 노쇠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낙상, 인지기능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된다.이에 2013년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과 지난해 발표된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 가이드라인에서는 7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스타틴 복용에 따른 임상적 혜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제시하고 있다.그런데 최근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는 스타틴 복용 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ALLHAT-LLT 이차분석 결과가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JAMA Internal Medicine 5월 22일자 온라인판).고령자 대상 연구 불붙었지만…75세 이상 연구는 '부족'학계가 ALLHAT-LLT 이차분석 결과에 주목한 이유는 오래전부터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복용에 따른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대표적으로 2010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인 JUPITER 연구의 이차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이 없지만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 수치가 증가한 7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에서 로수바스타틴 복용군과 위약군 간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Ann Intern Med 2010;152(8):488-496).이와 함께 지난해 발표된 HOPE-3 연구에서는 남성 55세, 여성 65세 이상의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을 로수바스타틴 복용군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비교한 결과,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는 로수바스타틴 복용군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컸으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두 군간 차이가 없었다(N Engl J Med 2016;374(21):2021-2031).그러나 대부분 연구에 포함된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75세 미만으로,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스타틴 복용에 따른 임상적 혜택을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ALLHAT-LLT 결과 "75세 이상 스타틴 복용 시 사망 위험↑"

이렇게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스타틴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ALLHAT-LLT 이차분석 결과가 학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분석의 토대가 된 ALLHAT-LLT 연구에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55세 이상의 이상지질혈증 및 고혈압 환자가 포함됐으며, 이들은 프라바스타틴 1일 40mg 복용군 또는 일반적인 치료군에 무작위 분류됐다(JAMA 2002;288:2998-3007). 당시 연구 결과에서는 평균 4.8년 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및 관상동맥 심장질환 발생률은 두 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번 이차분석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서 스타틴 복용에 따른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3000여 명이 연구에 포함됐고, 프라바스타틴 복용군과 일반적인 치료군의 평균 나이는 각각 71.3세와 71.2세로 비슷했다.

6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프라바스타틴을 복용한 65~74세 및 75세 이상에서 심혈관질환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일반적인 치료군보다 감소하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스타틴 복용 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BMI, 혈압, 성별 등을 다변량 보정해 분석한 결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65세 이상 중 프라바스타틴 복용군이 일반적인 치료군 대비 1.15배 높았다(95% CI 0.98-1.84). 연령별로는 65~74세에서 프라바스타틴 복용군이 일반적인 치료군보다 1.05배(95% CI 0.82-1.33), 75세 이상에서 1.36배(95% CI, 0.98-1.89) 증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뉴욕대 랭곤 의대 Benjamin H Han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실제 임상에서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을 복용하는 건강한 고령자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치료를 뒷받침하는 임상적 근거는 제한적이다"며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스타틴 혜택이 크다는 근거는 없다. 임상에서는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건강상태, 다른 위험요인 등을 고려해 환자별로 개별화된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타틴 적용에 대한 논의 필요…가이드라인 변화는 없을 것"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스타틴의 이상반응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연구 결과가 의미 있다는 입장과 연구 디자인에 문제가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미국 하버드 의대 Gregory Curfman 교수는 논평을 통해 "스타틴의 주요 이상반응인 근육병증, 근육통, 관절염 등은 고령자에게 특히 문제가 되며 향후 인지기능 장애, 노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러한 위험과 함께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심혈관질환이 없는 75세 이상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듀크 임상연구소 Ann Marie Navar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ALLHAT-LLT 연구는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디자인된 연구가 아니기에 이번 이차분석 결과만으로 스타틴 치료 여부를 결론짓기는 어렵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 연구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스타틴 복용군과 위약군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증가한 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무작위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심장내과)는 "75세 이상에서 스타틴 복용 시 임상적 혜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확실하다"면서 "하지만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75세 이상이 스타틴을 복용하면 안 되는 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위해 스타틴 치료를 광범위하게 적용해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향후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가이드라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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