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반응 걱정하는 환자에서 노시보 효과 가능성…정확한 원인 파악 후 치료전략 결정

스타틴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물이다.개발된 지 5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치료 혜택이 입증됐고,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 치료 시 스타틴 투여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그러나 스타틴 복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근육증상 등은 치료 시 주의해야 할 이상반응으로 여겨진다.특히 스타틴 복용 후 근육증상이 발병하게 되는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임상에서는 환자 특성에 따라 스타틴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그런데 최근 스타틴 복용 후 나타난 근육증상이 약물 문제가 아닌 다른 원인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이중맹검 연구에선 근육증상 발생률 유사오픈라벨로 바꿨더니 위약 대비 1.41배로 높아져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영국 연구팀이 주도한 ASCOT-LLA 연구다(Lancet 5월 2일자 온라인판). 연구에서는 환자들을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복용 약물을 알기 전·후의 이상반응 발생 위험을 비교했다.최종 결과 복용 약물을 알기 전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 간 근육증상 발생 위험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복용 약물을 공개한 후 스타틴 치료군에서 위약군 대비 근육증상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진 것이다.연구는 치료 약물을 공개하지 않는 이중맹검으로 3.3년간 진행 후, 약물을 공개하는 오픈라벨로 전환해 2.2년간 추적관찰하는 방법으로 디자인됐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40~79세 환자 약 1만여 명이 연구에 포함됐다.이중맹검 동안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은 각각 절반을 차지했고, 오픈라벨로 전환 후에는 스타틴 치료군이 65%, 위약군이 35%였다.분석 결과, 이중맹검 기간에 나타난 근육증상 발생률은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2.03%와 2%로 발생위험은 두 군이 비슷했다(HR 1.03; P=0.72). 하지만 오픈라벨 전환 후 스타틴 치료군에서 근육증상 발생 위험이 위약군 대비 1.4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HR 1.41; P=0.006). 즉 환자가 스타틴 치료를 인지한 후에 근육증상 발생 위험 차이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Peter Sever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는 환자들이 스타틴 복용을 알고 있을 때 근육증상 발생 위험이 의미 있게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 간의 이상반응 프로파일은 차이가 없었다. 여러 관찰연구에서 확인한 스타틴 관련 근육증상이 스타틴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단 스타틴 치료군이 최저용량을 복용한 점은 연구의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스타틴 관련 근육증상은 고용량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을지라도, 스타틴 이외의 이유로 근육증상이 나타나는 환자가 분명 있다는 입장이다.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Steven Nissen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스타틴 고용량 복용군에서 근육증상이 문제가 되기에, 이번 결과를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스타틴 복용 후 근육증상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가 스타틴 때문에 근육증상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피력했다.관찰연구·메타분석 결과, 위약군과 근육증상 발생률 차이 없어이와 함께 앞서 발표된 관찰연구 및 메타분석에서도 스타틴 치료 후 나타난 근육증상의 원인을 스타틴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스타틴 관련 연구 중 근육증상을 확인한 연구만을 한데 모아 체계적 문헌고찰한 결과, 근육증상 발생률은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12.7%와 12.4%로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P=0.06)(Am Heart J 2014;168(1):6-15). 이에 연구팀은 근육증상이 약물 때문에 나타나는지 명확하지 않으며, 스타틴 관련 근육증상을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아울러 스타틴 치료군과 위약군의 5년간 치료 중단율을 비교한 CTT(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의 메타분석에서도 근육증상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각각 0.63%와 0.58%로 비슷하게 나타났다(P=0.37)(Lancet 2016;388(10059):2532-2561)."약효 의심하는 '노시보 효과'가 이상반응 원인"

국외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원인으로 환자들의 '부정적인 생각'에 주목한다.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물의 이상반응을 인지하게 되면서, 약효에 대한 의심이 예후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 때문에 스타틴 치료 후 근육증상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노시보 효과란 약에 대해 의심을 가지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효과가 없는 약이라도 환자가 약효를 믿게 되면 병이 나아진다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반대되는 용어다.

Sever 교수는 "약효를 믿지 못하는 심리와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감이 스타틴 치료 후 근육증상 등의 이상반응 발생 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노시보 효과가 약물치료 후 이상반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

언론을 통해 약물의 이상반응이 알려지기 전·후의 이상반응 발생률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방송 후 이상반응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BMJ Open 2012;2(4). pii: e001607). 

게다가 영국 옥스퍼드의대 Jonathan A. Tobert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서도 환자들이 온라인 또는 리플릿,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근육증상 등의 스타틴 이상반응을 알게 된 후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J Clin Lipidol 2016;10(4):739-47).

이에 Tobert 교수는 "스타틴 이상반응을 알고 있는 환자 중에서 근육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고, 근육증상이 새롭게 발병한 환자도 증가했다"며 노시보 효과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미국국립보건원 Luana Colloca 박사는 "플라시보 효과뿐만 아니라 노시보 효과도 환자의 심리, 뇌, 신체 등의 치료 환경 및 심리사회적 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임상에서 의료진은 노시보 효과를 최소화하고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진료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JAMA 2012;307(6):567-568).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
"근육증상 호소 환자 중 70%, 스타틴과 상관없어"

스타틴 치료 후 나타난 근육증상이 노시보 효과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상에서 스타틴 이상반응을 걱정하고 진료받는 환자가 늘고 있으며, 많지 않지만 스타틴이 원인이 아닌 근육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는 "이전 연구 결과에서 스타틴 복용 후 근육증상을 호소한 환자 중 60~70%는 스타틴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실제 임상에서도 스타틴 치료 후 이상반응을 호소한 환자 중 약물이 원인이 아닌 환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의대 정명호 교수(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인터넷으로 약물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약국에서도 스타틴 관련 정보를 자세히 설명해주다 보니, 환자들이 이상반응을 잘 알고 내원한다"면서 "이상반응을 우려하는 환자들은 치료 전 안심시킨 후 스타틴을 처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시보 효과에 따른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타틴 치료 전 이상반응을 설명하되 환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울산의대 한기훈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동전의 양면처럼 약물은 효과와 이상반응이 함께 존재한다. 환자에게 이상반응을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며 "그러나 스타틴 관련 이상반응의 빈도는 높지 않다고 보고됐다. 환자들이 치료 효과보다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가 더 크지 않도록 진료 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심장학회(ACC)에서도 근육증상 등의 스타틴 관련 이상반응을 인정하지만, 치료 전 환자에게 이를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CK 수치 변화 확인…"스타틴 원인 아닐 땐 저용량 고려"

그렇다면 임상에서는 스타틴 복용 후 근육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치료를 바로 중단 또는 변경하기보단 근육증상이 나타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특히 혈액검사를 통해 스타틴 복용 전·후의 크레아티닌 키나아제(creatinine kinase, CK) 수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CK는 골격근, 심근 등에 존재하는 효소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러나 효소가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질 경우 근육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즉 혈액검사 결과 스타틴 복용 후 CK 수치가 높아졌다면 스타틴 관련 근육증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틴의 치료 혜택에도 불구하고 스타틴 복용 후 CK 수치가 상승했다면 6~12주 동안 복용을 중단하고 CK 수치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틴 때문에 CK 수치가 올라갔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된다면, 위험 대비 혜택을 분석해 스타틴 치료 여부를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근육증상의 원인이 스타틴이 아니라면, 스타틴 용량을 조절해 투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틴으로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한 만큼 치료 중단보다는 용량 조절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 복용 후 근육 관련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면 우선 용량을 줄여 치료할 것을 권고한다"며 "저용량 스타틴으로 치료 후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 비스타틴 제제와의 병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같은 스타틴을 처방하기보단 다른 스타틴을 저용량으로 투약하는 것도 치료 방법이다"면서 "이와 함께 스타틴 최소 용량과 비스타틴 제제와의 병용요법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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