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간호대 입학 정원 증원과 간호등급제 개선 ... 중소병원 지원육성법 정책 건의

 

오는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의료계가 분주하다. 매주 이어지는 보건의료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의료계는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저수가 문제, 의료전달체계 확립, 간호인력 부족, 전공의 수련 문제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권주자들도 전국 10만 의심(醫心)을 잡기 위한 각종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다고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의사들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꾸준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겨우 한걸음씩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전문병원협의회 등 의료계가 차기 정권에서 해결했으면 하는 정책들을 발표했다. 

의협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책 제안서를 만들었다. 우선 일차의료육성 및 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지역주민 질병관리와 건강증진을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건강 보호와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복지부에서 보건부 분리를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것이고, 네 번째 국민조제선택제를 실시해 국민 편의 보장과 재정절감을 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문제를 개선해 국민부담을 낮추겠다는 주장이다. 

의협이 대체로 의료계의 잘못된 구조나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면 병협과 전문병원협의회는 회원들의 이익과 직접 맞닿은 정책을 건의했다. 일찍 발표된 의협의 정책 요구에 이어 병협은 다음 정부에 어떤 제안을 하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1 간호대 입학 정원 증원과 간호등급제 기준 개선 

병협은 간호인력 공급 적정화, 중소병원 살리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 전공의 정부위탁 수련제도 도입 등으로 정책건의를 요약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정책을 부각했다는 평가다. 

병협 측 한 관계자는 "병협이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히는 간호인력과 중소병원 문제 등을 내부 토론과 회의를 통해 정했다"며 "각 당 대선후보들에게 이를 전달하고, 병협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협이 내놓은 정책 건의 중 가장 앞단은 간호인력 공급 적정화다.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병협 홍정용 회장 취임 때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내용이다. 

▲ 병협은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간호대 입학정원 증원과 간호등급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병협은 지난 10년 동안 활동간호사 수가 3%p만 증가했고, 면허 간호사의 46%만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간호대 입학정원 증원과 군 복무 대체제도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범사업으로 인해 간호사 1160명이 더 필요하고, 전병원 확대 시 6만 5560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자료를 덧붙였다.

병협은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호대 입학정원 증원과 군 복무 대체제도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간호등급제 기준을 운영병상으로 개선해야 하고, 기준 등급 이하 감산은 간호 인력확보 가능 시점까지 유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남자간호사 확대를 위한 군 복무 대체제도 및 유휴인력 고용 활성화를 위한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등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병협의 희망 사항은 올해 10월 넘겨봐야 할 수 있다. 정부가 오는 6월 중장기 인력수급방안을 발표하고, 10월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편 등 간호인력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기 정부의 의지가 어떻게 담기느냐에 따라 희망이 기쁨이 될지, 절망이 될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2 중소병원 지원육성법 제정 

중소병원 지원육성법 제정이 병협이 정책 건의한 두번째 사항이다.  
병협 측 한 관계자는 "회원병원 중 대부분이 중소병원이다.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은 3195개다. 이 중 종합병원은 337개로 11% 비율을 차지한다"며 "대부분이 중소병원이라 의료서비스에서 중소병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협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만든 중소기업기본법에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법인 의료기관이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 지원내용에서도 의료기관이 적용받을 수 있는 지원책이 제한적이라 별도의 지원과 육성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병협은 "중소병원 지원육성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중소병원은 간호조무사도 간호등급제 인력으로 인정하는 등 중소병원 상황을 고려한 정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3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기관 수 확대 

상급종합병원 지정방식에 문제가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병협의 세 번째 희망 사항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필요기준과 점수기준을 적용해 병원별 종합점수를 산출하는데, 이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게 병협의 주장이다.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구분한 권역별 소요병상수(이용량 기준)를 기준으로 권역 단위로 우선 배정하거나 일부 전국 단위로 경쟁해 지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병협은 "병원이 필요기준에 도달해도 정부가 병상 수를 제한해 지정신청기관 간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상대적 점수 기준 적용으로 필요 이상의 자원소모 경쟁이 발생해 과잉투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지역 내 우수 기관이 많아도 지역우선 배정에 따라 지정이 제한되기도 하고, 지역 내 경쟁병원이 없을 때 절대기준만 달성해도 지정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병협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소요병상수를 폐지하고, 상대평가가 아닌 필요기준 충족 여부에 따른 지정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고 제안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종합병원 대비 5~30%까지 가산수가를 받는 등 건강보험 요양급여상 혜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많은 기관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면 재정이 더 필요해 병협의 의지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4 전공의 정부 위탁 수련제도 도입 

차기 정권에 병협이 원하는 또 다른 희망은 전공의 수련을 위한 비용을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인한 병원의 현실적인 숙제를 풀기 위한 정책 건의로 보인다. 

▲ 병협은 전공의 수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수련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협은 전공의들의 수련시간 단축으로 약 16만 5939시간의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약 4148명의 의료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추가 인건비가 병원당 약 4.7~27.5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병협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다수의 국가가 의료인 양성이 국민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인식하고,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가 전공의 정부위탁 수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양질의 전문 의료인 양성을 통한 국민건강 향상 기여와 사회적 비용 감소 등 정책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공의 수련에 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일단 'NO'한 상태다. 지난달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손영래 과장은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려면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무작정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원하라고 요구하면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병협측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병협측 한 관계자는 "정책 건의 한 번으로 전공의 수련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육수련을 잘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 논의를 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병원협의회, "진료과목·질환 늘려야"

3기 전문병원 지정을 앞둔 대한전문병원협의회도 정책 건의를 냈다. 진료과목과 질환 확대가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전문병원협의회는 전문병원제도 완성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내과, 비뇨기과 등의 진료과목 확대와 순환기, 탈장, 갑상선질환 등으로 질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병원협의회 측 한 관계자는 "전문병원이 의료전달체계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하려면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병원 관리료 인상이나 의료질 지원금 확대가 있어야 한다"며 "전문병원이란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네이버 등 포털 대상으로 기준보다 강력한 전문병원 광고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고, 정부와 연계한 공익광고 진행도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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