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연구진, 파킨슨병과 치매 등 퇴행성 뇌신경질환 위험 높인다 지적
"해석적 오류 존재한다…왜?"
국내외 전문가들 생각은 달랐다. 연구결과에 있어 몇 가지 '해석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희의대 이상열 교수(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는 해석 오류를 설명하기에 앞서 당뇨병과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연관성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제2형 당뇨병이 치매 등과 밀접한 관련 있고, 국내서도 당뇨병이 혈관성 치매를 비롯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됐다"면서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인슐린 저항성과 이로 인한 고인슐린혈증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물 치료 전략에서 메트포르민이 일차적으로 권고되고 있는 만큼,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이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이거나, 복용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여기서 우리는 연구결과의 해석적 오류를 의심할 수 있다"면서 "실제 파킨슨병 또는 치매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지만, 마치 메트포르민이 질환을 일으킨 것처럼 확대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즉 메트포르민과 퇴행성 뇌신경질환의 발병에 대한 명확한 인과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천의대 김병준 교수(가천대길병원 내분비내과)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김병준 교수는 "사실 메트포르민 안전성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라면서 "몇 년 전 서울대 약대 연구진이 메트포르민과 알츠하이머 발병 연관성을 밝힌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논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메트포르민이 일차 약제인 만큼, 국내외 수억 명의 당뇨병 환자가 약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환자에서 동반된 뇌신경질환이 단순히 약제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현재로썬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B12 수치 결핍한 당뇨병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
하지만 이번 메트포르민 안전성 논란을 하나의 연구결과로만 치부하기에는, 또 다른 가설이 남아 있다.
메트포르민 장기복용에 따른 비타민 B12 결핍이 당뇨병 환자의 인지기능 등을 악화시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70년부터 많은 연구결과에서 메트포르민이 비타민 B12 결핍을 일으킨다고 보고됐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타민 B12 결핍이 실제 당뇨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고 추정했다.
2013년 호주 디킨 대학 Eileen M. Moore 박사팀이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는 메트포르민 복용 환자의 30%가 비타민 B12 결핍을 보였는데, 결핍현상이 심할수록 인지기능은 더욱 악화했다.
대상군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당뇨병 환자 가운데 비타민 B12 수치가 250p mol / L 미만인 사람이 비타민 B12 수치가 높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평가도구인 MMSE 점수가 낮았다(MMSE 22.9 vs 25.0, respectively).
"여전히 논란 남아 있는 부분"
이 교수는 비타민 B12 결핍에 따른 인지기능 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이전부터 고령에서 비타민 B12가 조금만 부족해도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결과가 많이 보고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더 나아가 외국에서는 메트포르민이 B12 결핍을 일으키면서 인지기능을 급격히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추가 연구자료가 더욱 쌓여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치료 지침서를 통해 메트포르민 복용자 중 빈혈이나 말초신경장애 동반 환자는 비타민 B12 수치를 측정토록 권고한 상태다.
일부 연구에서 메트포르민을 장기 복용한 환자에서 B12 결핍 현상이 나타났다는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권고했다는 게 ADA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