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주장
의협 한특위 "무면허 의료 조장 중단하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최근 일부 의료기기 업체가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사의 X-ray 사용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가 "사실관계와 판례를 왜곡한 무책임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특위는 1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2일, VSI, 오톰, 에코트론 등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의 X-ray 사용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처럼 주장하며 이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한의사 X-ray 사용 허용 법안'과 시기를 맞춰, 제도적 허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특위는 성명에서 "해당 기자회견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상업 논리를 우선시한 행위"라며 "사법부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한 판결은 없다"
한특위는 해당 기자회견의 핵심 근거로 인용된 수원지방법원 판결(2023년)을 두고, 법원이 한의사의 X-ray 사용을 합법으로 판결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판결은 한의사가 X-선 골밀도 측정기에서 자동 추출된 성장 추정치를 참고한 행위에 대해, 영상 판독이나 진단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형사처벌을 면한 사례일 뿐, 이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특위는 2011년 대법원 판례(2009도6980)를 인용,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장비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수행한 것은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한방의료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특위는 또한 기자회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이 지난달 28일, 해당 기자회견을 주도한 3개 업체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으나, 에코트론은 5일 회신을 통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실이 없으며, 해당 내용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를 두고 "일부 업체가 기자회견 외연을 키우기 위해 참석 의사조차 없던 기업을 포함시킨 것"이라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심각한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의료체계 왜곡 안 돼"
의협은 특히, 해당 기자회견이 서영석 의원의 법안 발의와 같은 날 진행된 점에 주목하며 "기획된 듯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들 업체의 판단이 자발적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주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특위는 "공문 질의 이후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VSI와 오톰은 즉각 한의사 X-ray 사용 촉구 경위와 그 근거를 소명해야 한다"며 "사실을 왜곡해 국민을 오도한 것에 대해 즉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특위는 성명 말미에서 "한의사의 X-ray 사용을 허용한 판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왜곡하거나 악용해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기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과학적·법적 근거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대 의료체계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반복될 경우, 법적·사회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