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요법보다 노인 여성 건강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 없어
"근거 기반 검토 거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경고문 삭제할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호르몬 대체요법(HRT) 제품에 삽입된 심혈관질환 위험 등 블랙박스 경고문을 대부분 삭제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은 호르몬 요법이 여성의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병, 골절 등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항생제와 백신을 제외하면 현대 사회에서 호르몬 요법보다 노인 여성 건강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는 없다는 것이다. 즉, 이번 결정은 노인 여성에서 광범위한 호르몬 요법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FDA의 Marty Makary 국장은 JAMA 11월 10일(현지시각) 온라인판에 실린 Viewpoint를 통해 폐경 호르몬 요법의 제품 라벨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 보건복지부(HH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미국 HHS의 Robert F. Kennedy Jr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의료계는 여성 건강에 등을 돌렸다"며 "FDA는 수십 년 동안 과학적 근거와 전문가 의견 등을 철저하게 검토했다. 이를 통해 대부분 호르몬 요법 제품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블랙박스 경고문을 삭제할 것이라고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장 낮은 유효 용량·최단기간 호르몬 요법 처방 권고안 삭제 예정
FDA가 변경 예정인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먼저 심혈관질환, 뇌졸중, 유방암, 치매 등 위험에 대한 경고문은 삭제할 예정이다. 단, 전신 에스트로겐 제품에서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에스트로겐 단일제 사용 시 자궁내막암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은 유지한다. 이는 프로게스틴을 추가하면 이 같은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다시 한번 알리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가장 낮은 유효 용량으로 최단 기간 동안 호르몬 요법을 처방하라는 권고안을 삭제할 방침이다. 환자별 맞춤형으로 치료가 이뤄져야 하고, 환자와의 논의를 거쳐 의료진 판단하에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모든 호르몬 요법의 안전성 정보를 같은 계열의 큰 틀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단, 에스트로겐 단독 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복합제 등 제품별 관련 위험을 반영한 안전성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국소 질 내 에스트로겐 전용 제품 라벨에는 전신 노출과 관련된 광범위한 안전성 경고가 아닌, 국소 질 내 사용 시 가장 연관된 안전성 결과에 중점을 두고 제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위험 대비 혜택 균형을 최적화하기 위해, 60세 미만 여성 또는 폐경이 시작된 지 10년 이내인 여성에서 전신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도록 권고하는 업데이트 지침을 라벨에 포함할 방침이다.
최근 분석에서 폐경 후 10년 이내 호르몬 요법 시작 중요성 강조
이번 결정은 2000년대 초 여성 건강 이니셔티브(WHI) 연구가 호르몬 요법의 오해를 일으켰다고 분석되면서 이뤄졌다.
2002년 WHI 연구에서는 호르몬 요법이 여성의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진료현장의 호르몬 요법 처방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연구에서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특정 프로게스테론 제형인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WHI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2002년 10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한 포럼이 진행된 이후 FDA는 폐경 증상 및 골다공증 치료제로 허가된 에스트로겐 단독요법 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복합제의 라벨 변경에 착수했다. 박스형 경고문에는 심혈관질환, 혈전색전증, 유방암, 치매 등 발생 가능성을 나이와 관계없이 명시했다.
그러나 최근 호르몬 요법은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혈전 또는 유방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Makary 국장 설명이다.
Makary 국장은 "최근 분석과 관찰연구에서는 폐경 후 10년 이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작 시기는 위험 대비 혜택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젊은 여성 코호트에서는 폐경 후 10년 이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면 이후 10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임상연구에서 호르몬 요법으로 인한 유방암 사망률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美산부인과학회, 긍정적 평가…"중요한 치료옵션 접근성 향상되길"
FDA 결정에 대해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이 같은 결정을 지지한다고 10일 발표했다. 특히 저용량 질 내 에스트로겐 사용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문을 삭제해야 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COG의 Steven J. Fleischman 회장은 "질 내 에스트로겐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문 때문에 폐경으로 인한 질 및 배뇨 증상을 겪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 장벽이 있었다"며 "현재 경고문은 의료진의 저용량 질 내 에스트로겐 처방을 막아, 건강 관련 삶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증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웠다. 이번 개선을 통해 중요한 치료옵션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