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학회 창립 80주년 기념식 개최
한국 환자 질환 특성과 진료 실정 반영한 내과 교과서 출간
전문의 시험 정상화…"비상한 시국의 비상한 결정"

대한내과학회는 제76차 추계학술대회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교과서를 발간하겠다고 전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정사태로 인한 필수의료 및 의료시스템 붕괴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한내과학회가 필수의료 정상화와 한국 실정에 맞는 교과서 발간을 통한 학회 전문성 강화에 나선다.

학회는 23~25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76차 추계학술대회 및 제22회 내과전공의 핵심역량 연수강좌, 학회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박중원 이사장을 비롯한 학회 임원진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학회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한내과학회 김재규 회장은 “1945년 혼란기 속에서 출발한 내과학회는 지난 80년 동안 급격히 변화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대한민국 의료 발전의 중심에 서왔다”며 “여러 현안에 대해 학회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현장에서 타격이 큰 필수진료, 특히 비수도권 병원 상황 악화가 매우 심각하다”며 “의정사태 해결은 아직 미완결인데 보건복지부는 성분명처방, 검체검사위수탁 제도 변경 등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한국형 내과 교과서, 10권·총 4700페이지···전자책 우선 출간

조영석 기획이사는 내과학회가 2023년 6월부터 추진한 대규모 교과서 발간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총 10권, 12개 분과 약 4700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되며 인덱스 최종 작업 후 전자책 형태로 우선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젊은 의사들은 전자 자료에 익숙하고, 장년층은 종이 교재를 선호하는 만큼 우선 전자책으로 출간 후 반응을 보고 지면도 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기존 교과서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국형 의학 지식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기획이사는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은 서구는 발생률이 이미 증가세를 멈추고 안정기에 도달했지만 한국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특히, 한국인은 항문주위 염증 등이 더 흔한 임상 양상을 보인다. 베체트병처럼 아시아 특이 질환도 포함해 한국 환자 진료에 직접 도움되는 방향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장 역시 "알레르기 등 여러 분야에서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질환이 많고, 약제 사용 가능 여부도 다르다”며 “한국 실정에 근거한 처방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의 시험 정상화···“비상한 시국의 비상한 결정”

최근 전문의 시험과 관련해 학회는 신중하지만 현실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6개월 이상 전문의 배출이 지연될 경우 의료현장 스트레스가 극대화된다"며 "정상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교수와 전문의, 전공의 간 관계 회복이 필수"라고 밝혔다.

김재규 회장은 "지금은 여전히 의료계 비상사태"라며 "이번 결정은 1년 한시적 비상 결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2026년 상황을 보고 2027년 이후 체계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충실한 수련을 보장하면서 필수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재 차기 이사장(의학회 부회장)은 "최종 결정은 복지부가 하겠지만, 학회는 역량을 갖춘 전문의 배출이라는 기본 가치에 집중하겠다"며, "수련체계 변화는 전공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부작용 없이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합의된 대로 전문의 시험 난이도는 기존과 동일 수준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한편, 내과학회는 향후 미래 방향도 전망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내과학회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성장해왔다"며 "앞으로의 미래 역시 결코 쉽지 않다"면서도 지속적인 세대 간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국민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는 내과의 위상은 분과 전문화와 함께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내과학회는 두 흐름을 모두 주도하겠다고 역설했다.

강현재 차기 이사장은 "내과전문의 역량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며 "학회는 분과전문의 체계 강화와 전공의 교육 혁신을 양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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