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 시대, 법적 기반 미비로 환자·기증자 관리에 구멍
이식조정기관 법적 지위 부재…기증자 예우·환자 부담 등도 문제

(왼쪽부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이홍기 회장, 고려대 구로병원 김대식 교수(혈액내과)
(왼쪽부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이홍기 회장, 고려대 구로병원 김대식 교수(혈액내과)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핵가족화로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이 늘고 있으나, 이를 주관하는 이식조정 기관의 법적 근거와 지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조정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손상되거나 비정상적인 골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환자 자신 또는 기증자로부터 얻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새로운 혈액세포와 면역체계를 재건하는 치료법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완치법으로, 매년 약 3000여 명의 혈액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 있으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타인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라 하는데, 주로 유전자가 비슷한 가족이 기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 간의 이식이 줄고 비혈연간의 이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3년간 이뤄진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의 약 40%가 비혈연 이식이다.

이 때, 이식이 필요한 환자와 기증자를 연결하여 상담하고 조직적합성항원형검사 등 필수검사를 시행하는 기관을 이식조정기관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부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이 이식조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당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이홍기 회장은 "이식조정 기관의 법적 지위뿐만 아니라 그 업무와 책임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기관의 업무범위가 모호하고 재정 확보가 어려우며, 기증관 관리에도 구멍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뇌사장기기증의 경우 조정기관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고, 정부 재원 지원과 기증자 관리가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증자 예우 측면에서, 고형 장기 기증의 경우 장례비 혹은 진료비 등의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으나 조혈모세포 기증자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어, 기증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문제 개선을 위해 △이식조정 기관의 법적 근거 마련 △이식의뢰 의료기관 기준 완화 △기증자 관리비 항목 신설과 급여 도입 △기증자 의료비 환급절차 간소화 및 급여 확대 등을 제언했다.

제한적인 보험급여 제도로 환자들의 부담이 큰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대식 교수(혈액내과)는 "비혈연간 이식의 경우 고해상도 HLA(Human Leukocyte Antigen)검사를 시작으로 여러 검사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 만큼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급여 적용은 1차 이식, 70세 미만 등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며, 사례별 심사에서도 급여 적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비혈연간 이식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기증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