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과학회, 9일 한국프레스센터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 개최
난청 진단 후 보청기 사용하면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 감소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한국이 점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노인성 난청이 치매와 유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보청기 사용이나 인공와우 수술 등 청각적 재활을 통해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이과학회는 제59회 귀의 날을 맞아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문일준 교수(이비인후과)는 '노인성 난청의 조기 진단과 치매 예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최근 한국 사회의 급격한 초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에 달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는 노인성 난청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
문 교수는 "60대부터 난청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해 80대 이상이면 75% 이상에서 난청이 보고된다"며 "초고령화 사회로 변화한다는 건 노인성 난청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은 대부분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난청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보청기나 중이 임플란트, 인공와우 수술 등이 보편적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 기준, 양쪽 귀에서 중도 이상 난청이 보고된 환자 비율은 65세 이상에서 20.5%에 달했다. 이는 보청기 사용이 필요한 노인 인구가 약 205만 명 수준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에 비해 실제로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훨씬 낮다.
문 교수는 "예전 조사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 환자에서 보청기 사용률은 약 10%대에 불과했다"며 "난청은 우울증 등 다른 질환은 물론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난청은 인지기능 저하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여러 연구를 보면 난청 증상이 심할수록 일반인 대비 인지기능이 저하 속도가 빠르고, 치매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Lin 박사 등이 진행한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일반인 대비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MS 기준으로는 41%, DSS를 기준으로 하면 32% 유의하게 빠른 수준이었다(P=0.004 및 P=0.02).
같은 연구에서 중고도 난청이 있는 군은 그렇지 않은 군 대비 치매 발생 위험도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난청과 퇴행성 뇌질환 간 상관관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교수는 "싱가폴에서 진행한 노화 종단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며 "난청이 있으면 치매 위험이 3.63배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난청이 청각 피질에 영향을 미쳐 뇌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난청 수준에 따라 뇌의 청각 피질 영역이 크게 감소하기도 하고, 볼티모어 노화 종단 연구의 경우 뇌 영역에서 전반적인 위축이 보고됐다.
문 교수는 "듣기는 뇌 전반에서 이뤄지는 활동인데 이런 행동이 저해되면서 뇌 자체에 대한 구조적, 기능적 위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난청과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 간 관련성에 주목했다. 앞선 연구에서는 치매 위험인자 중 난청이 약 8%를 차지해 타 인자 대비 유의하게 높은 관련성이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난청을 조기 발견해 교정하면 8% 이상의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Francis 박사 등의 연구에 따르면 FHS 코호트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관찰을 진행했을 때, 70세 미만에서 보청기 사용 시 그렇지 않은 경우 대비 치매 위험을 61% 유의하게 낮추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보청기 사용과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 중 가장 큰 효과를 보인 연구다.
또 ACHIEVE 연구를 보면 보청기를 사용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 대비 3년간 인지기능 저하 수준을 48%까지 낮춰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문 교수는 "난청 환자에서 보청기 사용과 인지기능 저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보청기를 사용했을 때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낮았다"며 "반대로 말해 보청기를 쓰지 않으면 인지기능 저하가 가속화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연구 분석에서도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사용한 경우 그렇지 않은 군 대비 치매 위험을 15%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R 0.85; 95% CI 0.79~0.91).
문 교수는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청각적 재활을 시작한 시기와 치매 등 발생 위험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아직 없다"면서도 "난청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뇌가 퇴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청각적 재활 효과도 저해해 결과적으로 치매가 악화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인공와우 수술 시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악화할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수술 후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결과도 보고됐다"며 "듣기는 귀와 뇌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만큼 적절한 보청기나 인공와우 제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