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발병 최다·60대 이상 절반↑···한 번의 접종으로 평균 5~8년 보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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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 폭염이 8월 하순에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한반도 전역이 '끓는 듯한 더위'에 허덕이는 가운데 피부 질환뿐 아니라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각종 건강 문제가 동반되고 있다. 

특히 대상포진이 조용히 늘고 있다. 수두 바이러스가 체내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질 때 재활성화되며 발생하는 이 질환은 초기에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곧 물집과 화끈한 통증,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눈이나 얼굴, 청신경 주변에 발생할 경우 시력 저하, 안면 마비, 청력 상실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까지 남길 수 있다.

국내 보건 통계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는 연간 70만 명을 넘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대상포진은 7~8월 한여름에 발병률이 가장 높아진다. 폭염과 열대야, 탈수, 수면 부족, 누적된 피로가 면역력을 급격히 무너뜨리는 환경을 조성하며,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여름은 대상포진의 고위험기'라는 경고가 반복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대응은 백신 접종이다. 예방은 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며, 단 한 번의 접종으로 평균 5~8년의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저질환을 가진 50세 이상 중장년층에서 권장된다. 더위와 피로가 심해지는 이 시기에 접종을 완료하면 면역 효과를 가을과 겨울까지 이어갈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백신 접종이 단순히 대상포진만 막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는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약 20% 낮았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가 뇌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백신 접종이 이러한 과정을 억제해 뇌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백신 접종은 신경계 질환 예방까지 연계되는 잠재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경희대 의대 연구팀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장기간 추적한 결과,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이 평균 23% 감소했고 그 효과는 최대 8년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서 예방 효과가 더 뚜렷하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예방이 전신 염증 반응을 줄여 혈관 손상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백신 접종은 유망한 선택이다. 최근 국내 발표된 분석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 약 2333만 명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사백신 접종 사업을 시행할 경우 순비용은 약 3조 7000억원이 들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편익의 비율, 즉 ROI(Return On Investment)는 1.52로 나타났다. 이는 투입 비용 대비 약 50% 이상의 추가적인 사회적 편익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기준 연령을 60세로 높이는 시나리오에서도 ROI는 여전히 1.46으로 나타나, 고령층에 대한 예방접종이 비용 대비 효과적인 공공보건 전략이라는 의미를 뒷받침한다.

다만, 정책 현실에서는 백신 접종 기회가 고르게 제공되지 않는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아직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되지 않아 접종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 예산으로 무료 또는 일부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체 보건소의 약 30%는 접종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거나 대상자를 제한하고 있어 지역 간 '백신 복지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8월 하순 고온다습한 환경과 누적된 피로로 면역력이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라고 경고하며, 50세 이상 중장년층이나 기저질환자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접종을 결정해야 할 최적의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 가운데 생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가 대표적이다. 단 한 번의 접종만으로 장기적인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치매·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나아가 사회적 비용 절감까지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막바지 폭염 속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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