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양영구 기자.
편집국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암 발병 시 1억원 보장!" 

TV를 켤 때마다가 쏟아지는 암 보험 광고에서 외치는 이 문구와 숫자가 주는 안도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광고에서는 국민건강보험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는 내 불안감을 파고드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희망을 이야기한다.

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제도를 갖추고도 민간 보험사의 암 보험에 기댈 수밖에 없을까.

최근 유방암 환우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재발 위험이 높은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제로 주목받은 한국릴리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가 또다시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실패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흔한 암종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체 여성암의 20%를 차지하며, 특히 40~50대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다행히 의료기술 발전으로 조기 발견율이 60%를 넘어서면서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암과의 싸움은 진단과 수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 중 재발 고위험군에게는 재발을 두고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들에게 버제니오는 재발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표적항암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문턱은 높았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실패다. 

전체생존(OS) 데이터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 OS 데이터는 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심평원은 버제니오를 복용했을 때 조기 유방암 환자들이 얼마나 더 오래 사는지를 입증하라고 한다. 물론 타당한 요구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치료제의 유효성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게 필수다.

그러나 조기 유방암 치료제의 특성을 외면한 획일적인 요구는 아니었을지 의문도 든다. 조기 암은 생존율 자체가 이미 높기 때문에 재발 방지 신약이 OS를 유의미하게 늘리는 것을 단기간에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기 암 신약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OS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은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환자들의 무재발생존(DFS)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후순위로 미루는 셈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자연스레 민간 암 보험에 눈을 돌린다. 국민건강보험의 빈틈을 채워줄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경제적 수준에 치료 기회가 달라진다면 제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보건당국과 심평원은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급여등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DFS나 환자의 삶의 질 향상 등 다양한 가치를 평가에 반영하고, 신속등재제도 등을 활성화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재발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환자에게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말은 너무나 공허하게 들린다. 국민들이 보험 없이는 암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불안감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