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활성화 위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9월 정기국회서 처리 예정
자사주 비중 높은 제약사, 법 개정 전 처분 전망…매각 또는 소각 움직임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상장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면서 자사주를 다량 보유한 제약 기업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법안 통과 시 이전과 같이 자사주를 오너의 지배력 강화나 주가 방어 등에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예정으로, 기업들이 그 전에 주식 처분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 속속 발의
지난 22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법인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즉시 소각하도록 하는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앞선 15일 기존·신규 보유 자사주를 3년 내 의무 소각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이를 철회하고 즉시 소각하는 안으로 재발의했다.
이 외에도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존·신규 자사주 취득 1년 내 의무 소각,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기존 자사주 5년 내 소각, 신규 자사주 6개월 내 소각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같은 내용의 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으로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업의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어 1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지지만 국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후에 이를 소각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주를 오너의 지배력 강화나 단기 주가 방어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사주 비중이 10%를 넘는 상장사는 229개, 40%가 넘는 곳은 7개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거나,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우회적인 자금 조달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여권은 관련 법안을 하나로 모으고 경제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주 다량 보유 기업, 개정 전 처분 움직임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9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 만에 법이 시행돼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GC녹십자 등 상위 제약사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모두 10% 미만이다.
그러나 대웅제약 지주사인 대웅이 29.7%, 광동제약 25.1%, 현대약품 18.3%, 휴젤 14.7%, 안국약품 12.9%, 환인제약 12.5%, 경동제약 12.4%, 삼진제약 11.8% 등으로 1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들도 있다. 이에 이들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언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 자사주 비중이 17.9%였던 환인제약은 8일 5.4% 이상에 해당하는 100만주를 케이프투자증권 등에 처분했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증대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처분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정권 교체 후 입장을 바꿨다. 회사는 이번 처분 후에도 12.5%의 자사주가 남아있어 추가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진양제약도 이달 2일 전체 발행 주식의 2.45%에 해당하는 자사주 32만주를 창업주인 최윤환 명예회장에게 장외처분했다. 현재 진양제약의 최대주주는 최 명예회장의 아들인 최재준 대표이사로 22.5%를 보유하고 있으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 31.1%에 불과해 업계 다른 기업들에 비해 지배구조가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이에 법 개정 전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휴젤의 경우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올해 최소 20만주에서 최대 5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지난 5월 30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2.4%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중 20만주의 추가 소각이 이뤄진다면 회사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약 11%까지 감소할 수 있다.
아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기에 개별 기업의 자사주 관련 정책이 모두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다만 기업들은 법안 통과 전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우회 처분 또는 교환사채 발행 등 대응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