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ESG 보고서 공시율 전 산업 중 '꼴찌'…상위 등급 기업 소수
정부 ESG 강화 기조에 대응 필요성 대두…공시 의무화·기후 공시 등 대비해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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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새정부가 기업 ESG 경영 확산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도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ESG 공시율이 타산업 대비 뒤처진 것으로 평가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ESG 보고서 공시율 50%로 업계 최저

올해 1월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250대 기업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말까지 한국거래소에 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총 201곳으로 공시율은 80.4%로 나타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국내에선 아직 자율공시 대상이나 글로벌 시장흐름과 공시의무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에서 제약바이오는 15개 업종 중 최저 공시율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250대 기업에 속한 28개의 제약바이오 기업 중 14곳만 보고서를 발간해 공시율은 50.0%로 나타났다. 

건설, 금융, 물류, 보험, 은행 등 업종이 100%, 식음료, 엔터 등 업종이 90% 이상을 기록했으며, 제약바이오 다음으로 공시율이 낮았던 철강·기계도 69.2%의 공시율을 보인 것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이를 토대로 연구소가 발표한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등급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A+(매우우수) 등급에 해당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유한양행이 유일했으며, A(우수) 등급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HK이노엔, 한미약품 등 4개 기업만이 포함됐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14개 제약바이오 기업은 모두 C(미흡) 등급으로 분류돼 C등급 전체 41개 기업 중 34%를 차지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 ESG기준원이 평가한 지난해 ESG 등급에서도 A+ 등급으로 평가받은 23개 기업 중 제약바이오 기업은 동아쏘시오홀딩스, SK케미칼, HK이노엔 뿐이었다. 

새정부, ESG 경영 강화 드라이브

업계 ESG 평가 관리 필요성 대두

이처럼 늦장을 부리고 있던 제약바이오 업계도 본격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 왔다. 이재명 정부가 ESG 경영 강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화는 지난 2023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산업계 반발로 동력을 잃은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은 당초 2025년부터 공시를 의무화하려했으나 이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공약으로 상장회사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신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한국적 상황, 산업별 특징에 맞는 ESG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무늬만 녹색인 'ESG 워싱'에 대한 규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의 탄소 감축 및 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감시의 눈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과 관련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또 하나는 국민 펀드를 활용한 탄소 감축 및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다. 더불어 기업의 기후 공시를 강화하는 'Say on Climate'을 순차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Say on Climated은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 현황, 기후변화 대응 계획,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 등에 관한 정보를 공해하고 이를 주주총회에서 표결 대상 안건으로 상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 같은 ESG 경영 확산책을 뒷받침할 방안으로는 공적 연기금 및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가 제시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지칭하는 것으로, 투자한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 관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 및 지속 가능한 성장을 끌어내기 위한 원칙 및 기준을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책임 있는 기관투자자의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하고, 수탁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결과를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시 말해 기관투자자가 ESG 평가 기준을 반영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에만 투자를 지속하도록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등급 하위 기업 정보공개 강화해야

상위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현실화 필요

HK이노엔 탄소중립 로드맵. 2023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췌. 
HK이노엔 탄소중립 로드맵. 2023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췌.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도 지속경영보고서 발간 및 공시, ESG 평가 등급 관리에 만전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시 의무화 대상에 가장 먼저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시총 상위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 중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인 알테오젠, 파마리서치, 셀트리온제약 등이 ESG 경영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ESG행복경제연구소 평가에서 A+, A 등급을 획득한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SK바이오팜, HK이노엔 등 기업은 ESG 경영 평가에 비교적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7년부터 CSR 보고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공개해왔으며, 2023년부터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ESG 보고서로 명칭을 변경해 발간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팜은 2021년부터, 유한양행과 HK이노엔은 2022년부터 매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두고 이사회 차원에서 ESG 경영을 직접 관리, 감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 보고서에서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Scope) 1, 2, 3에 걸쳐 측정, 공개하고 감축 목표과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하고 있었다. 

한미약품과 SK바이오팜은 2040년까지 사업 활동 전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미약품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지점인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0%를, SK바이오팜은 같은 해까지 2020년 대비 81%를 감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한양행, HK이노엔은 2050 넷제로 달성 목표를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를 모두 대체하겠다고 밝혔으며, 유한양행과 HK이노엔은 2020년 대비 각각 42%, 30%를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들 기업 모두 최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시점에 공개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준점으로 제시한 과거연도에 비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까지 실질적인 개선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부가 기후위기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고 기후에너지부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에는 실질적인 감축 목표 달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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