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성 논란에 급여 축소·임상재평가 진행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 규모 여전
"잇단 퇴출에 치매 전 단계 환자 쓸 수 있는 약 없어…유효성 입증 어려움"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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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효능 논란이 일어난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축소 및 임상재평가 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처방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콜린 제제는 해외 다수 국가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될 만큼 임상적 유효성이 부족한 약물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처방이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장에서 치매 전단계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서 다른  뇌기능 개선제들이 먼저 임상재평가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됐고, 대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처방해 줄 수 있는 약이 콜린 제제뿐이라는 것.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외래처방금액은 612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전년도 처방액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으나 6223억원을 기록했던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6000억원 규모의 처방이 이뤄졌다.

뇌기능개선제로 사용되던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과거 효능 논란이 불거지면서 임상재평가가 시작됐다. 

실제 미국과 서유럽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약가 정책에 참고하는 A8국가 중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가는 이를 최초로 개발한 이탈리아뿐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0년 콜린 제제의 임상적 유효성 검증을 요구하고, 실패 시 처방 금액의 일부를 환수하기로 제약사들과 협상했다.

2020년 진행된 임상재평가에서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의 적응증 중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을 제외한 나머지 적응증 2개가 삭제됐다. 

2021년 6월부터는 알츠하이머와 경도인지장애 등 2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2년 후 해당 적응증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콜린 제제는 처방 금액 환수는 물론 시장 퇴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효능 논란이 있는 약물이지만, 임상현장에서는 콜린 제제 처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처방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 치매 예방을 위한 뇌기능 개선제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줄줄이 유효성 입증해 실패하며 시장에서 퇴출됐다. 뇌기능 개선제로 쓰이던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 제제가 2022년, 2023년 차례로 임상재평가에 실패하면서 사용이 어려워졌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는 물론 치매 전 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병원을 찾아왔을 때 해줄 수 있는 처방은 현재 콜린 제제 뿐이라는 것. 

상급종합병원 신경과의 A 교수는 "치매 전 단계 환자들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약이 모두 퇴출되면서 쓸 약이 없어졌다. 세 개 중 두 개가 퇴출되니 쓸 수 있는 약이 하나밖에 없다"며 "임상재평가 결과 콜린 제제마저 퇴출되면 환자가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찾아와도 해줄 수 있는 처방이 없어진다. 치매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경험상 콜린 제제를 복용한 환자들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연구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지기능 검사는 환자의 컨디션에 따른 변동이 심하다. 또 현재 사용되는 인지기능검사가 환자들을 예민하게 체크해내는 능력이 떨어져 환자가 좋아져도 검사를 해보면 점수의 차이가 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콜린 제제의 대체제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니세르골린 제제는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한정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일반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은행엽 제제 역시 적절한 대체제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콜린 제제의 급여 축소 및 퇴출은 결국 다른 제제의 풍선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환자들의 수요가 오히려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A 교수는 "최근에는 콜린 제제보다 더 사용 근거가 적은 건기식인 포스파티딜세린도 엄청 팔리고 있다. 하루에도 3~4명의 환자가 포스파티딜세린에 대해 물어본다"며 "콜린 제제가 임상재평가에 실패하면 이 같은 건기식처럼 복용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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