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18~20일 개최
권유욱 교수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불균형 생겨 심근경색·심부전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지목됐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식이섬유 섭취 부족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나타나면서 염증 등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장내 미생물과 심혈관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권유욱 교수(순환기내과)는 18~20일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Gut Microbiota and Acute Myocardial Infarction'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관상동맥질환 환자 장내 미생물 구성, 건강한 성인과 달라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은 질환이 없는 성인과 다르다고 밝혀졌다. 16s rRNA 유전자 시퀀싱으로 균주 특징과 종류를 조사한 결과,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유해균인 Firmicutes문(phylum)이 증가했고 유익균인 Bacteroidetes문이 감소했다.
권유욱 교수는 "현재 장내 미생물이 심혈관질환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기전을 밝히기보단 장내 균주 차이를 규명하는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며 "많은 데이터가 발표된다면 향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질환별 유익균과 유해균 정보를 얻어, 환자에 따라 어떤 심혈관질환이 발생하는지 패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구화된 음식 섭취 시 TMAO가 만들어져 동맥경화증 유발
식이섬유 섭취 줄면 장 점막 세포 부실해져 유해균 유입돼 염증 유발
장내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은 먹는 음식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다. 즉, 장내 미생물 균형은 먹는 음식에 의해 나타난다.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먹는 음식으로 인해 마이크로바이옴이 변형되면서 나쁜 대사산물(metabolite)이 증가한다.
구체적으로 서구화된 음식에는 콜린이나 L-카르니틴이 많이 포함됐는데 이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트리메틸아민(TMA)으로 전환된다. TMA는 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TMAO)의 공급원이다. 간의 FMO3(flavin monoxygenase 3) 효소에 의해 TMA가 산화되면 TMAO로 전환된다.
TMAO는 혈관 염증을 유발하고 콜레스테롤 축적을 촉진하며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심장에 부담을 준다. 이를 통해 급성 심근경색뿐 아니라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식이섬유가 소화되면서 생성되는 부틸레이트(Butylate)와 짧은사슬지방산(SCFA)은 장내 건강을 유지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부틸레이트는 발효된 식이섬유의 최종 산물이며 장 점막 장벽을 유지하는 대장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식이섬유 섭취가 줄면 부틸레이트도 적어지면서 장 점막 세포가 부실해져 점막 장벽이 깨지고 장 투과성이 증가한다. 이를 통해 유해균이 장내 침투하면 염증이 증가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을 위한 식물 및 동물 기반 식품 중 식물 유래가 85%일지라도 채식만으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해결하긴 어렵다.
권 교수는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날씬한 채식주의자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TMAO가 개선되지 않았고 혈관 염증도 억제하지 못했다"며 "채식주의자의 대변이식술이 크게 도움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을 위해 채식주의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 해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 관심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모인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대변 장내 미생물 이식 △식이 및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유익균 조합 섭취 △장내 오랫동안 있도록 변형한 유익균 섭취 △균 유래 단백질이나 대사물질 섭취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직 승인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는 없다. 현재 미국에서 첫 번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임상3상이 진행 중으로, 허가받는다면 이후 많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승인받고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교수는 "지금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건강 증진 및 질병 치료에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거나 발전시키는 단일 미생물 후보가 선별되고 특정 미생물을 처리했을 때 질병 증상이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실제 다양한 전략으로 질병 예방 및 치료 방법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