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언론의 자유가 언론인 스스로의 무능과 무기력으로 인해 수호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사실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참다운 여론은 방향을 잃고 있으며 국민들 사이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아 국민의 결속을 저해하고 있다. 언론은 국민들로부터 불신당하고 언론인들은 자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긍지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유신시대인 1973년 11월 20일 동아일보 젊은 기자들이 작성한 선언문 일부다. 그날 밤 젊은 기자들의 외침은 50년이라는 긴 세월을 관통해 2024년 지금도 귓전을 울린다.
기자 초년생 시절을 다시 생각해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 나와 친하면 취재원이고, 취재원이 주는 정보와 이야기는 다 사실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 때.
나 스스로는 그때의 내가 너무나도 순진했다고 미화하지만, 그 때의 취재원 누군가는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당신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염세적인 모습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SNS, 유튜브 등이 정보 전달의 주요 매개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정말 잘 만들어진 거짓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서 어렵고 어지럽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언론의 무능과 무기력은 경계를 게을리하고 있다.
최근에도 한 언론은 제약사가 전달한 자료의 사실관계 확인 없이 거짓 정보를 대서특필했다. 제약사가 준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을 시간에 한 번이라도 사실을 확인했다면 가짜뉴스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해당 기사를 보면 A 제약사의 항암제는 B 제약사의 것 보다 생존 이점에서 우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 연구는 두 의약품을 직접 비교한 게 아니라 새로운 가설이나 패턴을 찾기 위한 탐색적 분석이었고, 심지어 연구 논문 그 어디에도 우위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어느 날이었던가 신입 기자와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두고 격한 토론을 이어간 적이 있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키는 게 언론인지, 진실을 전하고 여론을 만드는 것인지를 두고 참 치열했다.
정론직필을 위해서는 모두가 필요하겠지만, 취재원이 건내는 허위 정보와 이에 따른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20세기 객관주의 저널리즘 가치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어설프게 지키려 하는 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현재의 언론은 가짜뉴스에 맞서 검증되고 책임 있는 진실을 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다.
국내 언론 중에서는 찾지 못했지만, 프랑스 AFP 통신의 취재지침 중 이런 내용이 있다.
'기자는 진실을 추구할 의무가 있으며, 제공된 정보를 무조건 받아쓰는 등의 수동적인 보도는 하지 않는다. 기자는 항상 출처와 정보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기자는 취재원의 뜻을 훼손하지 않고 정확하게 받아쓰기를 했는가에 가치를 둘 게 아니라 취재원이 한 말 자체의 진실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잘 받아 썼다고 좋은 기사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