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시빈, MDMA 등 환각제 정신질환서 효과 입증...치료제 활용 위한 움직임
PTSD 치료제는 FDA 허가 불발...안전성 우려 넘어 실사용 가능해질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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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마약류로 분류되는 실로시빈, 미도마페타민(MDMA) 등 환각제를 정신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 주요우울장애(MDD) 등을 대상으로 이들 약물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23년부터 실로시빈과 MDMA를 사용한 정신질환 치료가 허용됐으며, 미국 정부도 환각제 성분 의약품 승인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작년 6월 처음으로 환각제 임상시험 설계에 대한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FDA가 MDMA 성분 약물의 PTSD 치료제 승인을 거부해, 본격적인 승인 및 사용이 언제부터 가능해질지는 미지수다.

실로시빈, 항우울제 에스시탈로프람과 유사한 효과

주요우울장애, 치료저항성 우울증 완화 입증

버섯에서 추출되는 환각물질 실로시빈은 최근 우울증 환자 대상 연구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8월 21일 BMJ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실로시빈은 항우울제로 쓰이는 에스시탈로프람과 유사한 우울증 완화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실로시빈과 MDMA, LSD, 아야와스카 등 환각제와 에스시탈로프람에 대한 무작위 대조시험을 메타분석했다. 1차 목표점은 해밀턴 우울증 평가 척도의 17개 항목(HAMD-17)으로 평가한 우울증 증상의 변화였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환각제는 위약보다 효과적이었으나, 에스시탈로프람보다 효과가 높은 것은 고용량 실로시빈뿐이었다. 다만 그 차이는 그지 않았으며 실로시빈의 효과는 현재 사용되는 항우울제와 유사했다. 

실로시빈은 앞서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대상 임상2b상 연구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작년 3월 유럽정신의학협회(EPA 2023)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로시빈 25mg을 복용한 환자의 TRD 주요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33명이 참가한 해당 연구에서, 실로시빈 25mg 복용 환자의 3주차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척도(MADRS) 점수는 증상별로 무감각 1.8점, 표면화된 슬픔 1.7점, 슬픔 1.6점, 나른함 1.6점이 각각 감소했다. 

우울증 중증도 척도(QIDS-SR-16) 점수 역시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슬픈 느낌, 일반적 관심, 에너지 수준, 자신에 대한 견해, 집중력/결정력, 우울함 등 항목이 크게 변화했다.

실로시빈은 작년 8월 31일 JAMA 온라인판에 게재된 주요우울장애(MDD) 대상 연구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 MDD 성인 104명을 대상으로 6주간 실로시빈 25mg과 니아신 복용 효과를 비교한 결과, 실로시빈군은 치료 8일차부터 우울 증상이 감소하고 그 효과가 43일차까지 이어졌다. 

치료 43일차 실로시빈군과 니아신군의 MADRS 점수 변화 차이는 -12.3점으로 실로시빈군의 점수가 더 크게 감소했다(P<0.001). 치료 8일차 MADRS 점수 변화의 차이도 -12.0점으로 실로시빈군의 점수 변화가 니아신군 대비 더 컸다(P<0.001). 

PTSD 치료제로 허가 도전한 MDMA '좌절' 

FDA "안전성 정보 부족 및 효능 데이터 편향 가능성"

실로시빈이 우울증 분야에서 데이터를 쌓는 사이, 이른바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는 PTSD 치료제로 이미 FDA 허가에 도전했다. 다만 그 결과는 실패였다. 

지난달 9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성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제로 승인을 신청한 라이코스의 미도마페타민(MDMA) 캡슐의 승인을 거부했다.  

FDA는 완전응답서한(CRL)을 발행하고 MDMA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3상 시험 실시를 요청했다.

이번 허가 불발은 예상된 일이었다. 허가 여부 결정에 앞서 지난 6월 개최된 FDA 정신약리 약물 자문위원회(PDAC) 회의에서 자문위원 11명 중 9명이 MDMA의 효능이 위험성을 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자문위 회의의 검토 내용에는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MADA 캡슐의 임상3상 MAPP1, MAPP2 연구가 포함됐다. 

두 연구는 MDMA와 심리적 개입을 함께 사용하는 MDMA 보조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으며, 모두 1차 및 2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연구에 따르면 MDMA 치료군의 71%가 PTSD 진단 기준 이하에 해당할 정도로 현저한 개선을 보였으며, 86%는 증상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문위는 안전성 정보의 부족과 효능 데이터의 편향 가능성을 지적했다. 환자와 제공자가 MDMA를 투여한 사람과 위약을 투여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어, 데이터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래에 MDMA 남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환자의 행복감 및 다른 긍정적인 감정에 대한 경험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에서 시행된 보조 심리 치료의 효과가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라이코스 측은 FDA 자문위 회의의 구조와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회사가 제출한 데이터는 FDA의 지침을 따랐으며, FDA와 협력해 연구 설계의 편향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FDA의 우려사항을 해결하고 과학적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미국 내에는 1300만명에 가까운 PTSD 환자가 있으나 현재 사용되는 약물들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는 않다. 더구나 PTSD는 지난 25년 동안 새로운 치료법이 승인되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큰 상태다. 

다만 현 의료 시스템이 환각제의 합법적 사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과,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어 단 시간에 허가 및 상용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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