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팀,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 대상 관찰연구 진행
연구 결과, 48주 동안 eGFR 개선…혈당 악화 없이 LDL-C 100mg/dL 미만 조절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이상지질혈증 1차 치료제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주요 위험인자인 신장질환 진행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된다.
2022년 미국당뇨병학회(ADA)·국제신장학회(KDIGO) 컨세서스 보고서에서는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스타틴 치료를 권고했다.
하지만 스타틴 계열 약제별로 신장질환 진행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신장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의 스타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프라바스타틴은 국외 선행 연구에서 신장질환 진행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지만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이를 확인한 근거는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최성희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은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신장기능에 프라바스타틴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다기관 전향적 관찰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Advances in Therapy 8월호에 실렸다(Adv Ther 2024;41(8):3119~3137).
연구에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을 측정할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 2604명이 포함됐다. 결과에 따르면, 프라바스타틴을 복용한 국내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12주, 24주, 48주째 eGFR은 각각 2.5%, 2.5%, 3.0% 유의하게 개선됐다.
또 eGRF 백분율 변화는 △등록 당시 eGFR 30~90mL/min/1.73㎡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7.0% 이상 △고혈압 병력 없음 △당뇨병 유병기간 5년 이상 △스타틴 치료력 있음 등 하위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 교수를 만나 연구 의미를 물었다.
- 국내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프라바스타틴이 신장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배경은?
프라바스타틴은 스타틴 치료 시 보고되는 이상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있는 치료제다. 약물 간 상호작용도 적어 다른 스타틴 사용 중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프라바스타틴으로 변경할 정도로 안전성을 입증했다.
그동안 대다수 연구는 스타틴이 LDL-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고, 신장기능을 주요 목표점으로 정한 연구는 거의 없어 아쉬웠다. 프라바스타틴이 신장질환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도 많지 않았다.
이에 프라바스타틴 치료에 따른 국내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신장기능에 중점을 둔 대규모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 진료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라바스타틴의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 스타틴 계열 약제 중 프라바스타틴을 선택한 이유는?
같은 스타틴 계열일지라도 약제에 따라 신장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보고된다. 약물별로 갖고 있는 대사물질(metabolite)이 간, 신장 등 어떤 경로로 대사되느냐에 차이가 있어, 신장기능에 좋다는 근거가 있는 스타틴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스타틴도 있다.
프라바스타틴은 신장기능에 안전하다는 근거가 있는데, 이 같은 결과가 국내 환자에게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다른 스타틴을 사용하다가 프라바스타틴으로 바꿔도 정말 신장기능에 문제가 없는지와, 다양한 신장기능에 따라서도 프라바스타틴을 적용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에 연구에서는 정상 신장기능 환자뿐 아니라 eGFR이 낮은 중증 수준의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도 프라바스타틴을 사용했다.
- 연구 설계 시 고려했던 점은?
1차 의료기관부터 대학병원까지 전체 의료기관과 모든 환자에게 결과를 적용할 수 있도록 국내 여러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모집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다양한 신장기능이 있는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를 통해 실제 진료현장과 유사한 임상 조건을 구현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실제 치료과정을 유사하게 반영하고자 3, 6, 9개월 단위로 검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환자 본인은 지속해 왔던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했다.
- 연구 결과는 어땠나?
프라바스타틴 치료 48주 동안 eGFR이 2~3% 증가하는 유의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수치상 크게 증가했다고 할 수 없지만, eGFR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효능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 같은 개선 효과를 보인 환자들은 당화혈색소 7.0% 이상 또는 당뇨병 유병기간 5년 이상 등 심혈관질환을 주의해야 하는 환자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이전에 어떤 스타틴을 사용했어도 프라바스타틴으로 바꾸고 1년 이상 투약하면 eGFR이 개선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또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프라바스타틴을 투약해도 같은 신장기능 개선 혜택이 나타났다. 이는 다양한 신장기능 환자에게 프라바스타틴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스타틴을 복용하면 혈당 수치가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혈당 수치도 개선됐다. 즉, 프라바스타틴이 혈당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혈당이 조절되지 않던 환자의 신장기능과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또 프라바스타틴은 고강도 스타틴이 아닐지라도 6개월째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으로 낮췄고, 대부분 환자가 유리한 수준으로 목표치를 달성하면서 중성지방 관리도 문제 되지 않았다.
- 등록 당시 eGFR이 90mL/min/1.73㎡ 이상이면 프라바스타틴 치료 시 eGFR이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eGFR이 90mL/min/1.73㎡ 이상이면 아주 정상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eGFR이 조금 떨어졌을지라도 신장기능이 저하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에게는 스타틴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eGFR이 30~70mL/min/1.73㎡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프라바스타틴 복용 시 오히려 eGFR이 증가했으므로, 프라바스타틴이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 이번 결과를 실제 진료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정상 신장기능인 환자뿐 아니라 중증 수준의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서도 프라바스타틴의 임상적 혜택이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 프라바스타틴이 다양한 신장기능을 가진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프라바스타틴은 신장기능을 고려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목표치까지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므로, 진료현장에서 프라바스타틴이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