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급여 우선순위, 현장과 논의해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해 비용효과성을 재고 또 재던 때가 있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의료기술은 더욱 고도화되면서 치료가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질환, 암 등 중증질환의 생존기간은 연장되고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 한번의 투여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혈액질환 분야에서는 생존율을 대폭 개선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옵션이 속속 개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솟는 약값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제는 억대 치료제도 등장했다.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 키메라 항원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포문을 열었고, 여러 신약이 문 밖에서 대기 중이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초고가약 시대를 맞은 한국의 과제와 앞으로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① ‘억’소리 청구서 붙은 초고가약…갈림길 선 건보재정
② 지출구조 개선 기로에 선 정부
③ 정부의 대안 ‘사후관리’…현장은 ‘논의’ 강조
올해 2월 발표된 2024~2028년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환자 의료비 및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신규 등재 시 ‘성과기반환급형’ 등 다양한 위험분담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성과기반환급형이란, 의약품 투여 후 일정 기간이 경과했으나 목표한 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제약사가 약값의 일부를 환급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초고가 의약품은 등재 이후 의료기관과 심평원 간 자료수집 체계를 구축하고 주기적으로 효과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반영, 재계약 시 급여 여부를 정하고 환급률 조정 및 급여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고비용이면서 오남용 위험 등으로 신중한 사용이 필요한 의약품은 사전승인으로 지정하고 임상적 유효성, 부작용 발생 여부 등을 고려해 투여 중단 기준도 설정한다. 등재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의약품 또는 경제성평가를 생략해 등재된 의약품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재평가한다.
정부가 고가 의약품 관리에 나섰지만, 진료 현장의 불만은 여전하다.
사후관리를 통해 급여 등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급여 등재의 우선순위와 형평성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현장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급여 우선순위, 현장과 논의해야”
서울성모혈액병원 김희제 병원장
CAR-T 치료제가 급여화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됐을 때 놀랐다. 그동안 혈액암 유지요법에 필요한 의약품, 1년에 치료비용이 4000~5000만원 정도인 건 급여 등재가 어려웠는데, 4억원에 달하는 킴리아는 급여가 빠르게 됐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면서 효과는 비슷한 의약품도 있는데 뜻하지 않게 보험급여가 빠르게 이뤄져 당황했다.
국내에서 처음 킴리아를 접했을 때 최신의 세포치료제라는 점에서 기대했지만, 2~3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하면 환자에게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부는 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통해 고가의약품 사후관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킴리아를 시작으로 글로벌에서는 2, 3세대 CAR-T 치료제가 개발됐고, 또 연구개발 중이다. 학계에서는 1세대인 킴리아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초고가 의약품은 킴리아의 사례를 발판으로 한국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 킴리아는 되고 우리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초고가 의약품 급여 등재의 명확한 기준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그동안 급여 등재해주지 않았던 기존 의약품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방안은.
건강보험 정책, 특히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결정하는 정책에 현장 의료인이 참여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킴리아 급여 등재 당시에도 급여가 결정되기까지의 내용을 알 길이 없었다.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좀 더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 현장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에 급여 등재가 필요한 의약품의 우선순위 결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때문에 글로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의약품이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아주 뒤늦게서야 국내에 진입하는 의약품도 생기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