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초고가약, 그리고 달라진 스케일
킴리아는 예고편…초고가약 시대의 시작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해 비용효과성을 재고 또 재던 때가 있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의료기술은 더욱 고도화되면서 치료가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질환, 암 등 중증질환의 생존기간은 연장되고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 한번의 투여로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혈액질환 분야에서는 생존율을 대폭 개선한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옵션이 속속 개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솟는 약값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제는 억대 치료제도 등장했다. 백혈병 치료제인 노바티스 키메라 항원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포문을 열었고, 여러 신약이 문 밖에서 대기 중이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초고가약 시대를 맞은 한국의 과제와 앞으로의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① ‘억’소리 청구서 붙은 초고가약…갈림길 선 건보재정
② 지출구조 개선 기로에 선 정부
③ 정부의 대안 ‘사후관리’…현장은 ‘논의’ 강조

희귀질환과 항암 분야가 신약개발의 블루오션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희귀질환은 소수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학적 수요도가 높다. 게다가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거나 개발 과정에 필요한 비용 지원 등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규제 기관의 혜택 역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신약개발 기조는 희귀질환 뿐 아니라 항암 분야에도 이어진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2023년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약 및 신규 생물학적 제제 허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48.6% 늘어난 55개 제품이 허가됐다.

치료 영역별로 보면 알파-만노사이드 축적증 치료제 람제드(벨마나제알파)를 필두로 17개 희귀질환 치료제가 허가되면서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항암제는 릴리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 제이퍼카(피르토브루티닙)를 비롯해 14개가 허가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의 뒤를 이었다. 2023년 한 해 동안 허가된 55개 의약품 가운데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가 절반 이상(56.3%)을 차지한 것이다.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는 환자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비싼 약값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희귀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의약품은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커 자연스럽게 약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적은 환자 수도 한 몫한다.

이는 불과 5년 여 전으로 돌아가면 생생하게 되짚어 볼 수 있다. MSD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BMS 옵디보(니볼루맙) 등 면역항암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두 제품은 위험분담제(RSA)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는데,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간 예상 청구액은 키트루다 544억원, 옵디보 567억원으로 총 1111억원에 달했다.

당시 가장 큰 규모였던 BMS 다발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 320억원, 머크 직장암 치료제 얼비툭스(세툭시맙) 480억원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킴리아는 예고편…초고가약 시대의 시작

2021년 우리나라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0년 품목허가를 신청한 킴리아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했고, 개인 맞춤형 원샷치료제이자, 1호 첨단바이오법 치료제 타이틀을 얻게 됐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100조원 규모에 달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에게 인간 세포를 이식해 효과를 내는 세포치료제와 환자의 유전물질을 수정해 치료하는 유전자치료제를 말한다. 

환자 개인의 면역세포를 기반으로 치료제가 만들어지는 만큼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고 한 번의 치료로 장기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주로 유전질환, 암, 특정 만성질환 등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 근골격계질환,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2년 822억 4000만달러(한화 약 113조원)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를 2027년 417억 7000만달러(한화 약 57조 4000억원)로 예측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대량 생산이 어렵고 제조 비용이 높지만,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만큼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동종이형 줄기세포 치료제 오미서지(오미두비셀), 당뇨병 세포치료제 란티드라(도니슬레셀) 등 세포치료제 2종이 허가됐다.

또 희귀 피부질환용 국소 유전자 치료제 비주벡(베레마겐 페르파벡), 필수베즈(버치 트리테르펜), 뒤센근이영양증 유전자 치료제 엘리비디스(델란디스트로겐 목세파보벡),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 초승달 모양을 특징으로 하는 낫적혈구병 유전자 치료제 캐스제비(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 등 유전자 치료제 5개도 허가받았다. 유럽에서는 혈우병 B형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에트라나코제네 데자파르보벡)가 조건부 허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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