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저항성 개선하는 유일한 약제…국내 환자에게 유용할 것
베타세포 기능 보존해 혈당 조절 효과 장기간 이어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평탄한 삶의 이야기보단 고난을 딛고 다시 일어난 이야기가 큰 울림을 준다. 사람들은 역경을 극복하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주인공을 기억한다.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 약제는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치료 분야에서 시련을 겪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ZD는 핵전사인자인 PPAR-γ의 선택적 리간드로 간의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간 내 지방량을 줄여 혈당 생성을 억제하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TZD는 2000년대 항당뇨병제 시장의 1위를 고수하며 뜨거운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른바 '아반디아 사건'이라 불리는 로시글리타존(제품명 아반디아)의 심혈관 안전성 이슈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모든 항당뇨병제를 심혈관 안전성 도마 위에 올리는 등 파급력이 컸다. 이후 TZD는 대규모 연구로 심혈관에 위험하다는 오명을 벗었다. 그러나 TZD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는 동안 DPP-4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SGLT-2 억제제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진료현장에서 TZD 처방을 주저하는 요인이 됐다.

TZD를 오랫동안 사용한 의료진들은 혈당을 관리하면서 합병증도 막을 수 있는 항당뇨병제가 등장했지만, TZD만의 장점을 따라올 수 없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TZD만의 치료 혜택을 기반으로 제2의 전성기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TZD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TZD가 다시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취재했다.

<1> 시련 이겨낸 TZD '제2의 전성기' 맞이할까

<2> 저평가된 TZD, 재평가 필요한 이유

<3> 병용요법으로 다시 비상(飛上)하는 TZD

인슐린 저항성 개선하고 베타세포 부담 덜어
종근당 듀비에, 듀비에에스/듀비메트에스 라인업 확장

TZD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안전성 논란으로 저평가돼 아쉽다고 평가받는다. 다른 항당뇨병제와 차별화된 TZD의 강점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다.

인슐린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식후 분비돼 근육으로 포도당 섭취를 촉진하거나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고, 지방조직에서 지방산 분해를 억제해 섭취된 에너지를 저장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부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인슐린 작용이 감소된 상태를 의미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고인슐린혈증, 고혈당, 고지혈증, 염증, 내피기능장애로 이어지며,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주요 위험인자로도 지목된다.

TZD는 인슐린 민감성을 늘려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킨다. PPAR는 고등 생물의 세포 분화, 발달 및 신진대사 조절 역할을 하고 증상을 유도하는 전사인자인데, TZD인 피오글리타존과 로베글리타존은 PPAR-γ와 PPAR-α 작용제로 지방조직과 근육이나 간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킨다.

피오글리타존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인슐린 요구량을 줄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베타세포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입증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고 뇌졸중 또는 일과성허혈발작 병력이 있는 비당뇨병 환자를 모집한 피오글리타존의 IRIS 연구결과에 따르면, HOMA-IR로 평가한 인슐린 저항성은 위약군이 0.3 증가했지만 피오글리타존군은 1.3 감소했다. 인슐린 투여량도 각각 0.4μU/mL 증가, 5.1μU/mL 감소했다(N Engl J Med 2016;374:1321~1331).

또 초기 병용요법을 진행했지만 조절되지 않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을 투약하며 피오글리타존 또는 위약을 병용한 결과, 피오글리타존군은 위약군보다 2주 후 인슐린 투여량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아울러 피오글리타존군은 20주 동안 혈당이 조절되면서 등록 당시 대비 일일 인슐린 투여량을 평균 12단위(21.5%) 줄일 수 있었다(Diabetes Obes Metab 2007;9(4):512~520).

로베글리타존도 24주 동안 투약하면 위약 대비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개선되고 당화혈색소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PLoS One 2014;9(4):e92843). 

또 당화혈색소가 9~12%이고 치료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를 로베글리타존+메트포르민+시타글립틴 3제요법군과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2제요법군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3제요법군의 당화혈색소 목표치 도달률이 높았고 지속적으로 혈당이 조절됐으며 저혈당 위험이 감소하고 베타세포 기능이 회복됐다. 또 3제요법군에서 주목할 만한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BMJ Open Diabetes Res Care 2020;8(1):e000807).

국내 당뇨병 환자 중 75.1% 인슐린 저항성 확인
인슐린 저항성 있는 국내 환자에게 TZD 도움 될 것

TZD의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는 국내 당뇨병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이 서양인보다 떨어지므로 인슐린 분비장애에 중점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인구가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확인되는 환자도 늘어남에 따라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015~2016년 국내 83곳 개원가 및 대학병원에서 항당뇨병제 치료력이 없고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은 912명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75.1%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22.6%에서 베타세포 기능장애가 확인됐다.

특히 베타세포 기능장애 없이 인슐린 저항성이 확인된 비율은 40세 이전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성인이 72.8%로, 65세 이후에 진단받은 고령(57.3%)보다 높았다(Diabetes Metab J 2018;42(2):137~146).

강북삼성병원 이은정 교수(내분비내과)는 "TZD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항당뇨병제다. 이에 더해 췌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방독성을 줄여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도 개선할 수 있다"며 "TZD는 당뇨병이 발생하는 병리기전을 바꾸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췌장 보호 효과도 가졌다. 그래서 당뇨병 초기에 TZD를 쓰면 오랜 기간 인슐린 치료 없이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ZD 혈당 조절 효과 지속
젊은 환자의 초기 약제로 기대

TZD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다른 약제보다 혈당 조절 효과가 장기간 유지된다는 것도 강점이다.

로시글리타존의 ADOPT 연구 결과에 따르면, 로시글리타존은 추가 약물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60개월까지 늦췄다. 이와 비교해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인 글리부리드는 각각 45개월과 33개월 늦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지난 5월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TZD는 다른 항당뇨병제보다 혈당 조절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약 6주의 시간이 더 걸려, 효과가 너무 늦게 나타난다는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보상할 정도로 혈당 조절 지속성이 좋다. 다른 항당뇨병제 투약 시 초기 1~2년 동안 혈당이 잘 떨어져도 2년이 지나면 다시 상승하는데, TZD는 4~5년의 혈당 조절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TZD를 사용한 의료진들은 혈당 조절 지속성을 체감하며, 젊은 당뇨병 환자의 초기 약제로 TZD가 좋은 치료옵션이라고 평가한다.

세브란스병원 차봉수 교수(내분비내과)는 "당뇨병 환자는 진단 초기에 메트포르민과 TZD 치료를 진행하면 장기간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면서 "경험상 TZD로 초기 치료를 시작해 약 3년 동안 혈당을 잘 관리한 환자들은 다른 약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혈당이 조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관리뿐 아니라 인슐린을 투약하지 않고 경구 약제만으로 오랫동안 혈당을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TZD를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혈당을 잘 조절하고 있는 환자가 많아, 혈당 조절 지속성이 좋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TZD가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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