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종양내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 중 하나는 위암이다. 검진의 발달로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조기 위암의 완치율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조기 검진과 수술 만으로 사망률을 개선하기에 한계는 여전하다. 국내 전이성 또는 진행성 위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5.5%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체 위암 환자의 40~60%는 재발로 인해 사망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통해 예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절제 가능한 2기 국소 위암에서 절제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면 수술에 비해 약 15%의 무재발 생존율 향상과 10%의 전체 생존율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수술 전 보조항암화학요법은 종양의 크기를 줄여 절제 가능한 병기로 낮출 수 있다.
때문에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이 대세로 자리했지만,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수술 전 보조항암화학요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기자와 만난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종양내과)는 수술 가능한 위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줄이고 완치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환자들에게 수술 전 보조항암화학요법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3기 위암 환자 중 수술 후 재발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면 2기 위암의 경우 15~20%, 3기의 경우 40% 이하로 재발율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2기 환자 5명 중 1명은 여전히 재발을 경험하며, 3기 환자 중에서도 3명 중 1명은 재발하고 있다.
재발율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의료진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볼 수 있다.
- 2~3기 위암의 표준치료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이지만 최근 수술 전 보조요법도 주목받고 있다.
수술 가능한 위암의 경우 이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권에서는 우선적으로 수술을 진행한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했다. 치료 효과는 서양보다 더 좋다.
일각에서는 체내 암 세포만 줄이면 되는 환자에서도 세포독성 화학요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들의 예후를 더 개선할 수 있도록 수술 전 보조항암화학요법으로 재발을 막아보자는 흐름이 생겼다.
실제로 서양에서 많이 사용되는 FLOT 요법은 플루오로우라실, 류코보린, 옥살리플라틴, 도세탁셀 등 동일한 약물 조합을 국내 환자들에게 사용할 때 독성으로 인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독성을 줄이면서 내약성이 좋은 3제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한데, 도세탁셀+옥살리플라틴+테크푸르/지메라실/오세라실(DOS 요법)이 FLOT 요법과 효과는 비슷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DOS 요법이 아시아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보조항암화학요법이 활발하게 시행되나.
현재 표준치료는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인데, 수술 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추가했을 때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3기 환자 중 질병이 심한 사람은 수술 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게 표준치료보다 예후가 더 좋을 수 있다. 즉 수술 전 보조요법이 필요한 환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건강보험 급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세포독성 항암제 조합은 급여가 안되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설득하기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급여가 된다면 수술 전 보조요법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볼 수 있을텐데 비급여인 현재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 수술 전 보조요법이 활성화되면다면 어떤 기대효과를 볼 수 있나.
3기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 시 재발 가능성은 40%로, 재발해 4기로 넘어가면 5년 생존율은 5%에 불과해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재발을 막는다면 완치가 가능한 만큼 3기 환자는 수술 전 보조요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효율 측면에서 보면 수술 가능한 환자들을 완치시키는 게 중요하다. 또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초기 병기에서 다음 병기로 이행되지 않도록 하는 게 유리하다.
수술 전 보조요법이 활성화된다면 현재 50%인 3기 환자의 재발률을 30% 이하까지 줄어들 수 있다. 3기 환자들에게는 수술 전 보조요법을 사용하면 위암의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PRODIGY 연구 결과를 봐도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 암 병변이 큰 환자일수록 효과는 더 좋다.
- 개선해야 할 국내 위암 치료환경은 무엇인가.
임상연구 데이터가 발표되면 해당 치료제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되길 바란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승인 과정이 엄격하지만, 승인된다는 건 건강보험 급여와 의미가 같다. 현장에서는 연구 결과가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 힘들 뿐이다.
아울러 치료제 승인부터 건강보험 급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건강보험 급여 문제가 해결돼야 국내 위암 치료환경이 개선되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