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 2024] 세게스테론 아세테이트 성분 네스토론과 테스토스테론 함유된 Nes/T젤
임상2b상 결과, 남성 86%가 15주차까지 정자 수 100만개/mL 이하 도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매일 어깨에 바르는 남성용 피임약 등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1~4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4)에서는 피부에 바르는 남성용 피임젤이 정자 생성을 빠르게 억제한다는 임상2b상 결과가 발표됐다. 

남성용 피임젤은 5mL당 세게스테론 아세테이트라는 프로게스틴 성분이 함유된 네스토론(Nestorone) 8mg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74mg이 포함된 Nes/T젤로, 매일 양쪽 어깨에 바르며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아동 보건 인간 발달연구소(NICHD)가 미국 인구협회(Population Council), 미국 로스앤젤레스 바이오메디컬연구소, 미국 워싱턴의대 등과 협력해 개발 중인 남성용 피임옵션이다.

현재 시행할 수 있는 남성의 피임옵션은 효과적이지만 쉽게 되돌릴 수 없고 영구 피임되는 정관절제술과 상대적으로 피임 효과가 낮은 콘돔 사용 등 전부다. 이에 남성 피임에 효과적이면서 중단해도 되돌릴 수 있는 피임옵션이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NICHD의 Diana Blithe 박사는 "남성용 피임약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 젤은 피임에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00만개/mL 이하 감소까지 걸린 중앙값 시간 '8주 미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임상2b상은 미국,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남녀 커플 222쌍을 모집했다. 등록 당시 정자 수가 1500만개/mL 이상인 건강한 남성만 연구에 포함했다. 이들은 경피용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처럼 매일 양쪽 어깨에 젤을 스스로 발랐다. 이 기간 다른 피임방법을 시행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정자 생성이 억제돼 정자 수가 100만개/mL 이하로 감소하기까지 걸린 중앙값 시간은 8주 미만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사용 남성 호르몬 피임옵션이 정자 생성 억제까지 약 9~15주 소요된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빠르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남성 5명 중 1명은 5주차, 52%는 8주차, 64%는 9주차에 정자 억제 수준에 도달했다. 15주차에는 남성의 86%가 100만개/mL 이하의 정자 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Blithe 박사는 "연구 초기에 더 많은 분석 시점이 있었다면 더 빠른 정자 생성 억제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4, 5, 6주차에 정자억제 수준을 평가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과는 흥미로우며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연속 2회 측정한 정자 수가 100만개/mL 미만인 커플은 임상연구의 2년 효능 평가 단계에 도입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큰 안전성 문제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임상연구 참가자들은 Nes/T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성은 젤 사용이 쉽고 그동안 원했던 피임옵션이라며,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여성도 이전 피임방법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한편 Nes/T젤의 임상2b상은 올해 말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자들은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임상3상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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