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병원 교수들 휴진과 사직 시작
교수들 "정부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의료 시스템 연쇄적으로 붕괴" 우려
대학병원에 남은 교수들 "병원 조직에 깊은 회의감 느껴"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전향적으로 안 바뀌면 병원을 떠나는 교수도 어쩔 수 없어 남는 교수들에게도 결론은 공멸과 새드엔딩일 겁니다"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는 A 교수가 전하는 말이다.
A 교수는 "병원 내에서는 휴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한다. 젊은 의사들은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고, 또 조금 나이가 있는 의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면서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휴진이나 사직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며 "병원에 남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공멸이란 결론만 남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확대로 인한 파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 심지어 대학병원 교수 사직으로 이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그야말로 어수선하다.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 교수들은 주1회 휴진을 결정하고 있고, 몇몇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고 있어서다.
26일 서울대병원 장범섭 교수(방사선종양학과)가 병동에 대자보를 붙이며 사직을 알렸다.
장 교수는 "참된 의사를 교육하는 병원의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 당하고 있다.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이라는 숫자에 목맨 증원은 의료 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5월 1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방재승·한정호 교수(신경외과)와 배우경 교수(가정의학과), 김준성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 등이 병원을 떠난다.
또 서울대병원에서 소아 신장을 진료하는 강희경, 안요한 교수는 오는 8월 31일 사직을 하겠다며, 환자를 다른 병원에 전원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를 이끌던 울산의대 최창민 교수(호흡기내과)도 26일 진료를 마지막으로 병원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병원에 남기로 한 교수들도 심리적 고통 겪어
같이 일했던 교수들이 사직을 결정하자, 남아 있는 교수들은 병원 조직에 대한 회의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B 교수는 "병원 고위 관계자들은 본인 안위만 걱정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고, 전임의들은 발령 등의 문제로 보직자들 눈치를 보면서 혹사 당하는 느낌"이라며 "조직에 대한 회의감이 많다"고 토로했다.
또 "제자나 후배들이 어떻게든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 현장이 더이상 붕괴되지 않도록 뭉치고 강하게 싸워야 하는데, 당직비 조금 올라간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서는 씁쓸했다"고 말했다.
괴로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한림대 성심병원 C 교수는 긴 악몽에서 깨어나오지 못하고 있,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다고 호소했다.
C 교수는"외래와 중환자실 등을 커버해야 하는 육체적 어려움보다 평생 걸어온 교육자, 연구자, 의사로서의 길이 모두 파괴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필수의료가 완전히 파괴됐다는 게 C 교수의 진단이다.
C 교수는 "현재로서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희생 없이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다만 교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번 전공의 사직과 의대샹 유급으로 그나마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필수의료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공의들의 첫 번째 요구사항인 '2000명 증원안 폐지'를 협상 테이블에 빨리 올리는 것"이라며 "이 요구사항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것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복지부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지만, 의사의 요구를 온전히 들어준 것은 아니어서 정치적 부담은 덜할 것이다. 또 전공의와 학생 입장에서도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