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학회 27일 스위스그랜드호텔서 춘계학술대획 개최
박중원 이사장, "전공의 수련 없는 전문의 중심병원 의미 없어"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의료체계 붕괴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보다 10년 뒤 의료체계가 더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내과학회는 27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2024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춘계학술대회를 맞아 박중원 이사장을 비롯한 양철우 회장 등 내과학회 집행부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중원 이사장(연세대 의대)은 인사말을 통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충분한 건강보험 수가 지원과 조정이 이뤄진다면 더 좋은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정부의 현재 의료정책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박 이사장은 "정부는 의료체계의 판을 무리하게 바꾸려고 한다"며 "이번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에 따른 악영향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더 약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올해 인턴 1년차가 들어오지 않게 되고, 의대생들의 휴학에 따라 내년도 인턴 1년차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인턴 1, 2년차 수련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턴 수련을 포기하는 대신 개원하는 의대 졸업자들의 경향은 향후 전문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철우 회장(가톨릭대 의대)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는 투쟁 이후 인턴 및 레지던트들이 바로 복귀했지만, 이번 의대정원 확대 사태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전공의들이 복귀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분야 지원은 더 떨어져 그 악영향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것 같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어 "당장 필수의료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필수의료 인력 수급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면 필수의료 붕괴 상태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임상 현장 교수들 정신·육체적 한계 상황
내과학회 임원진들은 전공의 이탈에 따라 교수들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김대중 수련이사(아주대 의대)는 "교수들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 진료지만 현재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 교수는 외래 및 입원진료와 제한적인 시술, 야간 당직 역할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없으니 교육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학회 활동 등 대외적인 활동도 모두 중단된 상태라는 것.
김 수련이사는 교수들이 지난 3개월 동안 지쳐 있다며, 5월부터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길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과학회 교수들은 올해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장기적 플랜 준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들은 근로자 신분보다 교육생 신분에 더 치중하고, 전공의가 없어도 운영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련이사는 "필요하다면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들은 전문의를 더 채용하고, 의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대체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며 "PA 간호사 고용 등 대체인력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지친 교수들까지 현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민 총무이사(연세대 의대)는 이번 의대정원 확대가 10년 후 한국 의료의 양적,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교수들의 진료시스템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공의 수련 없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정책은 의미 없어"
내과학회 교수들은 최근 정부가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및 전문의 중심 병원 정책 방향 발표와 관련해 전공의 수련 없이 전문의 중심 병원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문의 중심 병원 구축을 위해서는 그 근간인 전공의가 제대로 양성돼야 하며, 국가가 전공의 수련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철우 회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라고 해서 전공의 수련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공의가 수련을 거쳐야 전문의가 된다. 현재까지의 전공의 수련 체계 구조를 변화시켜 교육적 측면을 강화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원 이사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려면 전문의와 일반의의 의료수가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일반의와 전문의는 그 역할과 역량에 있어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며 "전공의 수련 시스템 및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전문의에 대한 제대로된 보상 시스템이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5년 내과학회 창립 80주년
올해 내과 영문학회지 SCIE 등재 10주년
한편, 대한내과학회는 2025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내년 추계학술대회에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올해는 내과학회 영문학회지 KJIM(Korean Journal of Internal Medicine)의 SCIE 등재 10주년을 맞는다. 내과학회는 오는 추계학술대회에서 SCIE 등재 10주년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내과학회는 내과학 국문 교과서 편찬을 위한 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원고를 받아 현재 수정 작업 중이다.
조영석 기회이사(가톨릭 의대)는 그동안 헤리슨 교과서를 활용했지만 한국의 임상 현실과 진료지침 등을 반영한 대한민국만의 내과 교과서를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