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일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학술대회 개최
올포글리프론·다누글리프론 임상2상, 효능 좋지만 치료 중단율 높아
다누글리프론, 높은 치료 중단율 이유로 지난해 12월 개발 중단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유일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인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뒤를 잇는 신약들이 안전성 문제로 고초를 겪고 있다.
경구용 GLP-1 제제 후보물질인 일라이릴리의 올포글리프론과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은 임상연구에서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또는 비만 환자의 당화혈색소 및 체중 조절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치료 중단율이 높게 보고됐다. 이런 가운데 다누글리프론은 높은 치료 중단율을 이유로 지난해 개발이 중단됐다.
이에 경구용 GLP-1 제제가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을지라도, 임상연구에서 보고된 높은 치료 중단율은 의료진의 처방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 안암병원 김남훈 교수(내분비내과)는 11~13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내분비학회 국제학술대회(SICEM 2024)에서 'Oral GLP-1 receptor agonist'를 주제로 발표했다.
올로글리프론, 혈당·체중 유의하게 줄여…위장관계 이상반응은 '흠'
펩타이드 기반 약제인 리벨서스 이후 개발되는 경구용 GLP-1 제제는 비펩타이드 소분자 약물이다. 가시적이 성과를 내고 있는 약제는 올로글리프론이다.
올포글리프론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비펩타이드 제제로, 반감기가 29~49시간이며 리벨서스와 달리 음식 및 물 섭취 제한 없이 1일 1회 복용 가능하다. 리벨서스는 공복상태에서 복용하고 이후 최소 30분 동안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않아야 환자에게 좋다는 점에서, 약제 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포글리프론은 원숭이 대상 연구에서 경구 섭취 시 생체이용률이 최대 67%로 조사됐다.
올포글리프론은 두 가지 임상2상을 통해 당뇨병 그리고 비만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첫 번째 이중맹검 무작위 다기관 임상2상은 메트포르민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고 있는 당뇨병 성인 환자를 위약군과 둘라글루타이드군, 올포글리프론군(3, 12, 24, 36, 45mg) 등으로 분류해 올포글리프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올포글리프론은 식사 시간 제한 없이 아침에 복용하도록 했다.
분석 결과, 26주째 평균 당화혈색소 감소율은 위약군 0.43%, 둘라글루타이드군 1.1%였고 올포글리프론군은 최대 2.1%로 조사됐다. 올포글리프론군과 위약군 간 당화혈색소 감소율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등록 당시 대비 26주째 평균 체중도 올포글리프론군은 최대 10.1kg 줄었지만, 위약군은 2.2kg, 둘라글루타이드군은 3.9kg 감소에 그쳤다.
그러나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둘라글루타이드군이 4.0%였지만, 올포글리프론군은 이보다 높은 11.8~19.1%로 보고됐다. 특히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올포글리프론군에서 높았다(Lancet 2023;402(10400):472~483).
올포글리프론은 비만 환자 대상의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2상에서도 좋은 효능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는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비만하거나 최소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 환자가 모집됐다. 이들은 올포글리프론군(12, 24, 36, 45mg)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36주 동안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인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6주째 체중 감소율은 올포글리프론군이 8.6~12.6%였고 위약군은 2.0%에 불과했다. 2차 목표점인 36주째 체중 감소율은 올포글리프론군 9.4~14.7%, 위약군 2.3%로 조사됐다. 올포글리프론군은 사전에 정의한 모든 체중 관련 목표점 및 심장대사 평가요인이 개선됐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도 올포글리프론군의 안전성이 문제가 됐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은 위장관계 사건이었고, 특히 올포글리프론군에서 메스꺼움 발생률이 약 50%로 상당히 높게 보고됐다(N Engl J Med 2023;389(10):877~888).
다누글리프론, 효능 입증했지만…치료 중단율 50% 이상
"높은 치료 중단율은 진료현장에서 처방 막는 걸림돌 될 수 있어"
또 다른 비펩타이드 소분자 약물인 다누글리프론도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노리며 임상2상이 진행됐다. 다누글리프론은 효능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안전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쓸쓸히 퇴장했다.
다누글리프론의 임상2a상에는 메트포르민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가 모집됐다. 당뇨병 환자는 위약군 또는 다누글리프론군(80, 120, 200mg 1일 2회 복용)에,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는 위약군 또는 다누글리프론군(200mg 1일 2회 복용)에 무작위 배정됐다.
12주째 효능을 평가한 결과, 등록 당시 대비 당화혈색소는 다누글리프론군이 1.04~1.57% 감소했고 위약군은 0.32% 감소에 그쳤다. 체중은 다누글리프론군이 1.93~5.38kg 줄었지만 위약군은 0.42kg 감소했다. 이 같은 두 군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그러나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 중단율은 당뇨병 환자인 다누글리프론군에서 18.2~38.1%로 높았고, 비만 환자군에서는 무려 54.4%에 달했다(Diabetes Obes Metab 2023;25(10):2805~2814).
임상2b상 결과도 비슷했다. 임상2b상은 메트포르민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당화혈색소가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를 모집해 다누글리프론의 효능 및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했다.
16주째 분석 결과,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은 다누글리프론군이 위약군보다 유의하게 조절됐다. 하지만 치료 기간이 16주로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 중단율은 다누글리프론군에서 최대 34%까지 높게 보고됐고, 위약군은 8%에 그쳤다(JAMA Netw Open 2023;6(5):e2314493).
결국 화이자는 지난해 12월 임상연구에서 확인된 다누글리프론군의 50%에 육박하는 높은 치료 중단율에 따라 다누글리프론의 개발을 중단하고 임상3상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김남훈 교수는 "당뇨병 환자 치료 시 경구용 GLP-1 제제는 당화혈색소를 등록 당시보다 최대 2.1%, 체중을 최대 10kg까지 줄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대 용량에서 이상반응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임상2상에서 40%까지 보고됐다. 이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경구용 GLP-1 제제 사용을 막는 허들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구용 GLP-1 제제는 당화혈색소와 체중 조절 측면에서 피하주사 GLP-1 제제와 유사한 효능을 보인다. 그러나 복잡한 투약 일정과 높은 치료 중단율, 비용 등은 진료현장에서의 활용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경구용 GLP-1 제제 개발은 당뇨병 관리의 중요한 이정표다. 국내에 도입될 경우 약값이 어떻게 정해질지 알 수 없으나, 당뇨병 환자에게 효과적인 추가 치료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