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츠카 '리조인(Rejoyn)' 소개 페이지 캡처.
오츠카 '리조인(Rejoyn)' 소개 페이지 캡처.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미국식품의악국(FDA)이 우울증 치료를 위한 첫 처방용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했다.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으나, 의사 처방 하에 활용할 수 있는 치료 보조수단으로 승인받았다.

FDA는 지난 1일 오츠카와 클릭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리조인(Rejoyn)'을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22세 이상 성인 주요우울장애(MDD) 환자의 증상 치료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승인했다. 

리조인은 기존 건강 앱과는 달리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처방 디지털 치료제(PDT)로 승인됐다. FDA는 10개 이상의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한 바 있으나, 우울증 적응증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조인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두뇌 인지 정서 훈련과 간단한 치료 수업을 결합해 감정에 대한 인지 조절을 강화하도록 고안된 6주 치료 프로그램이다. 

주 3회 인지 행동 치료(CBT) 기반 수업, 주 3회 감정적 얼굴 기억 작업(EFMT) 연습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CBT 기반 수업은 최초 6주 후 4주 동안 복습이 가능하다.

 

뇌 신경 가소성 활용한 치료법

항우울제 효과 없는 환자에게 도움될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사용되는 우울증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신경화학적 이상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임상 연구 결과 화학적 불균형이 우울증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지 오래다. 

우울증이 있는 일부 환자들은 감정 인식 및 처리를 담당하는 뇌 부분과 인지를 담당하는 부분이 서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감정 조절이 더 어려워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우울증 진단을 받고 1차 치료로 항우울제를 투여받은 환자의 3분의 1에서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새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조인은 우울증의 영향을 받는 신경망을 표적으로 삼도록 설계됐다. 뇌 고유의 신경가소성을 활용해 신경망 연결을 변경시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감소할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했다. 

리조인 개발에 참여한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Brian Iacoviello 박사는 "리조인은 우울증의 영향을 받는 뇌 영역의 연결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고안된 개인화되고 일관된 뇌 훈련 운동을 제공한다"며 "뇌에 대한 물리 치료처럼 작용하도록 설계된 신경 조절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대조앱 대비 우울증 심각도 개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어

이번 승인은 MDD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참가자 386명을 대상으로 13주간 진행된 무작위 대조 임상3상 Mirai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에서 환자들은 리조인 또는 가짜 대조앱을 사용하도록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기준선 대비 6주차의 몽고메리-오스버그 우울증 등급 척도(MADRS) 총점의 변화였다. 2차 목표점은 연장 기간(7~10주) 동안 평가됐으며, 우울선별검사(PHQ-9), 전반적 임상 인상 척도-심각도(CGI-S), 범불안장애척도(GAD-7) 등의 환자 보고 결과가 포함됐다. 

연구 결과, 리조인으로 치료받은 참가자들은 기준점 대비 우울증 증상 심각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짜 대조앱과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1차 분석에서는 리조인군 177명, 가짜 대조앱군 177명을 대상으로 기준점과 치료 후 시점의 몽고메리-오스버그 우울증 등급 척도(MADRS) 총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MADRS 총점의 기준선 대비 평균 변화는 리조인군이 -9.03점, 대조앱군이 -7.25점으로 나타나 리조인군의 변화가 더 컸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P=0.0568, 95% CI -3.60~0.05).

참가자들은 6주간의 치료 프로그램을 마친 뒤 한 달 후에도 지속적인 개선을 보였다. 임상시험 기간 동안 리조인과 관련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득도 위험도 미미...아직은 치료 보조수단

리조인은 위험도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의료기기로 분류돼,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돼 통계으로 유의한 효과가 아니어도 승인이 가능하다. 시판되는 다른 기기와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하면 FDA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승인은 독립적 치료법이 아닌 치료 보조수단으로써 승인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리조인 개발의 밑바탕이 되는 인지-정서 훈련 접근 방식은 아직 탐색적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로, 아직 제대로 정립된 메커니즘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베스 이스라엘 메디컬 센터 Brian Iacoviello 박사는 리조인의 이번 승인과 관련해 "이득도 미미하고 위험도 미미하면 시도해도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상시험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이진 못한 만큼, 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편 오츠카 측은 올해 하반기부터 리조인의 다운로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조인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아 기존 건강 앱과는 달리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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