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XIPARK 임상2상, 초기 파킨슨병 환자 대상으로 효능·안전성 평가
릭시세나타이드 투약 시 위약보다 12개월째 운동장애 진행 적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허가받았으나 공급 중단된 사노피의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릭시세나타이드가 파킨슨병 치료제로 재기할지 관심이 모인다.
초기 파킨슨병 환자 대상의 LIXIPARK 임상2상 결과, 릭시세나타이드 투약 시 위약보다 12개월째 운동장애 진행이 더 적었다.
다만, 위 배출 속도를 지연시켜 포만감을 오래 느끼도록 하는 GLP-1 제제 특징상 연구마다 높은 비율로 보고되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은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로 진행된 LIXIPARK 임상2상 결과는 NEJM 4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릭시세나타이드, 파킨슨병 쥐 모델에서 신경보호 특징 확인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은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높은 질환으로 보고된다. 영국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당뇨병을 진단받은 이후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1.32배 높았다(Neurology 2018;91(2):e139~e142).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당뇨병은 파킨슨병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조사됐다(Mov Disord 2020;35(2):236~244).
GLP-1 수용체는 뇌 전반에 걸쳐 발현되며, 작용제 활성 시 파킨슨병의 미세아교세포 활성화를 억제해 항염증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찰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당뇨병제인 GLP-1 제제와 DPP-4 억제제로 치료받은 당뇨병 환자군은 티아졸리딘디온 등 다른 항당뇨병제를 투약한 환자군과 비교해 파킨슨병 발생률이 낮았다(Brain 2020;143(10):3067~3076).
이에 학계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제로서 GLP-1 제제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릭시세나타이드다. 릭시세나타이드는 항당뇨병제로 허가받았으나, 안전성 또는 효능 이유가 아닌 사업상 결정에 따라 2023년 미국에서 공급 중단된 약제다.
릭시세나타이드는 파킨슨병 쥐 모델에서 신경보호 특징을 확인했다. 이에 LIXIPARK 연구는 릭시세나타이드가 파킨슨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릭시세나타이드의 잠재적 질병완화효과를 평가했다.
12개월째 MDS-UPDRS 점수차 3.08점으로 유의미
2개월 휴약기간 가진 후에도 릭시세나타이드군 점수 낮아
연구에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기간이 3년 미만으로 초기인 40~75세 환자 156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증상 치료를 위해 1개월 이상 안정적인 용량의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고 운동 합병증(motor complication)은 없었다.
전체 환자군은 릭시세나타이드 1일 1회 피하주사군(릭시세나타이드군, 78명)과 위약군(78명)에 1:1 무작위 배정돼 12개월 동안 치료받았고, 이후 2개월간 휴약기간을 가졌다.
두 군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은 비슷했고, 평균 유병 기간은 모두 1.4년이었다.
1차 목표점은 등록 당시 대비 파킨슨병 평가 척도인 운동장애 사회적 통합 파킨슨 질병 등급 척도(MDS-UPDRS) 파트 III 점수 변화로 정의했다. MDS-UPDRS 파트 III 점수 범위는 0~132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운동장애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목표점 평가는 12개월째에도 치료를 진행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2차 목표점에는 6, 12, 14개월째 MDS-UPDRS 하위점수와 파킨슨병 증상 조절 약물인 레보도파 등가(equivalent) 용량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12개월째 MDS-UPDRS 파트 III 점수는 릭시세나타이드군이 0.04점 감소해 증상이 약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3.04점 증가해 운동장애가 악화됐음을 시사했다. 두 군 간 차이는 3.08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P=0.007).
이어 등록 당시 평균 MDS-UPDRS 운동점수는 릭시세나타이드군 14.8점, 위약군 15.5점이었으나, 2개월 휴약기간을 가진 후인 14개월째 약물을 투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각 17.7점과 20.6점으로 조사됐다.
릭시세나타이드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지 확인하려면 더 긴 휴약기간을 갖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른 2차 목표점 결과는 두 군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릭시세나타이드군의 위장관계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았다. 릭시세나타이드군의 46%가 메스꺼움이 있었고 13%가 구토를 경험했다. 릭시세나타이드군 3명 중 1명(36%)은 1일 20㎍ 투약 시 허용할 수 없는 이상반응이 나타나 1일 10㎍으로 용량을 줄였다.
연구를 진행한프랑스 툴루즈대학 Olivier Rascol 교수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는 릭시세나타이드 투약 시 운동장애 진행이 위약보다 적게 나타났지만 위장관계 이상반응을 더 경험했다"며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릭시세나타이드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릭시세나타이드 효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앨라배라대학 David Standaert 교수는 논평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질병을 완화하고 신경보호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연구에서 12개월째 릭시세나타이드군과 위약군의 MDS-UPDRS 점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지만 작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릭시세나타이드 치료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개선 정도가 MDS-UPDRS 점수 3점이라면, 안전성 등 측면에서 약물 치료 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5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릭시세나타이드의 혜택이 쌓여 매년 3점씩 추가되는 결과라면 릭시세나타이드가 혁신적인 치료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엑세나타이드 변형 제제 'NLY01' 임상2상 쓴맛
릭시세나타이드와 달리 임상2상에서 쓴맛을 본 GLP-1 제제도 있다. GLP-1 제제인 엑세나타이드에 페길화(PEGylated)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반감기를 늘린 뇌 침투성 장기 지속형 제제인 NLY01이다.
NLY01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 대상 임상2상에서 위약과 비교해 MDS-UPDRS 파트 II와 III 점수 합계 변화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하위분석에서 60세 미만 환자군에서는 NLY01이 운동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Lancet Neurol 2024;23(1):37~45).
한편 NLY01 임상2상은 연구기간이 짧아 치료 효과를 명확하게 할 수 없다고 추정됐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Exenatide-PD3 임상3상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Exenatide-PD3 임상3상은 표준치료를 받고 있는 경도~중등도 파킨슨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약 2년간 엑세나타이드 치료 결과를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