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구팀, 저항성 삽화 편두통 환자 대상 대조 임상 결과 발표
아이모빅군, 기존 경구 예방약에 비해 월간 편두통 일수 50% 감소 비율 6배 높아
미국 두통 학회 지침, 초기 치료에 CGRP 억제제 사용 권고하는 방향으로 변화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삽화성 편두통에 CGRP 억제제인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누맙)을 조기 사용하면 기존 경구용 편두통 예방약에 비해 더 크고 지속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유럽두통연맹(EHF)과 미국두통학회(AHS)의 권고사항 변화와도 일맥상통한다. 편두통 예방을 위해 기존에 표준 치료로 사용되던 경구제보다 CGRP 억제제를 조기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이다.
기존 경구용 예방약, 효과 및 안전성 제한적
초기 치료 실패율 높아
β-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항간질제, 항우울제 등 경구용 약물은 오랫동안 편두통 예방을 위한 표준 치료법으로 사용돼왔다.
이들 약물은 다른 적응증을 위해 개발됐다가 편두통 치료에 사용된 것으로,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제한적이었다.
이 가운데 최근 CGRP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단클론항체(mAbs)가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기존 경구용 약물이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AHS와 EHF의 권고에 따라 기존 예방 우선 사용 후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CGRP 억제제가 사용된다.
낮은 효과와 내약성으로 편두통 초기 치료에 실패하는 환자들이 많으며, 여러 치료제를 거치며 치료 중단률과 질병 부담이 점차 커지는 실정이다.
에이모빅 vs OMPM 대조 임상 결과
에이모빅군, 월간 편두통 일수 50% 이상 감소률 6배 이상
이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 Patricia Pozo-Rosich 박사팀은 이전에 1~2회 예방 치료에 실패한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CGRP 억제제 에이모빅과 비특이적 경구 편두통 예방약(OMPM)의 효과 및 내약성, 환자 순응도, 환자 만족도 등을 비교하고자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3월 25일자 JAMA Neu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는 2019년 5월 15일부터 2021년 10월 1일까지 12개월 동안 17개국 84곳에서 진행됐다. 12개월 이상 편두통 병력이 있고 월간 편두통 일수(MMD)가 4일 이상 15일 미만인 18세 이상 삽화성 편두통 환자들이 연구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2:1로 무작위 배정돼 에이모빅 또는 OMPM 치료를 받았다. 1차 목표점은 12개월 치료 후 MMD가 기준선 대비 50%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이었다. 2차 목표점에는 MMD의 기준선 대비 누적 평균 변화, 치료 기간 동안 및 12개월차의 환자만족도조사(PGIC)로 측정한 반응자 비율 포함됐다.
무작위 배정된 621명의 환자 중 413명(66.5%)이 에이모빅군, 208명(33.5%)이 OMPM군에 배정돼 총 523명(84.2%)의 환자가 치료를 완료하고 98명(15.8%)이 치료를 중단했다.
연구 결과 에이모빅군 232명(56.2%), OMPM군 35명(16.8%)이 1차 목표점을 달성해 에이모빅군의 MMD 50% 이상 감소 가능성이 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교차비[OR] 6.48, 95% CI 4.28~9.82).
MMD는 연구 기간 동안 두 군 모두에서 점진적으로 개선됐으나, 치료 4주차부터 12개월차까지 에이모빅군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에이모빅군은 OMPM군과 비교해 PGIC 척도에서도 더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 에이모빅군 314명(76.0%), OMPM군 39명(18.8%)에서 반응(12개월차 5 이상 변화)이 나타났다(OR 13.75, 95% CI 9.08~20.83).
MMD 누적 평균 변화는 에이모빅군 -4.32일, OMPM군 -2.65일로 두 군 모두 유의미한 감소가 보고됐다. 다만 에이모빅군에서 약물 전환 및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수는 9명(2.2%)으로 72명(34.6%)를 기록한 OMPM군 보다 훨씬 적었다.
Patricia Pozo-Rosich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에 1~2회 예방 치료에 실패한 삽화성 편두통 환자에게 에이모빅을 조기에 사용하는 것이 지속적인 OMPM 사용보다 더 크고 지속적인 효능 및 안전성, 순응도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에이모빅 치료 환자는 월간 편두통 일수가 50% 이상 감소할 가능성이 6배 더 높았고, 처음 치료를 시작한 약물로 치료를 완료할 가능성도 11배 높았다"며 "이는 의사가 OMPM으로 치료를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두통학회(AHS) 지침 변화
"편두통 예방 1차 옵션에 CGRP 억제제 권장"
이러한 결과는 최근 미국두통학회(AHS) 지침의 업데이트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지난 3월 AHS는 편두통 발작을 예방하기 위한 초기 치료에 CGRP 항체 치료제를 사용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업데이트했다.
이전 AHS 합의문에서는 CGRP 표적 치료를 고려하기 전 최소 두 가지 이상의 OMPM 치료를 8주 이상 시도해볼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최근 편두통 예방을 위한 CGRP 표적 치료제의 효과 및 안전성, 내약성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가 발표되고 많은 증거가 추가되면서, 학회는 지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HS는 합의문을 통해 "기존 1차 치료법, 특히 경구 투여 약물은 효과가 일관적이지 않을 수 있고 내약성과 안전성에 우려가 있다"며 "이들 약물은 편두통 이외 적응증을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고혈압, 불면증, 우울증, 비만과 같은 동반 질환에 따라 치료법 선택이 결정되고, 치료 순응도가 좋지 않으며 첫 번째 치료 실패 후 예방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CGRP 표적 예방 요법은 효능, 내약성,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상당하며 이는 다른 예방 요법의 근거를 훨씬 능가한다"며 "이러한 근거는 다양한 CGRP 표적 치료제에서 일관되며 광범위한 실제 임상 경험을 통해 확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기존 OMPM과 함께 CGRP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에레누맙, 프레메네주맙, 갈카네주맙, 엡티네주맙 등 mAbs 제제와 아토게판트, 리메게판트 등 CGRP 표적 소분자 치료제를 초기 치료법으로 권고했다.
그러면서 "CGRP 표적 치료제는 다른 종류의 편두통 예방 치료 사전 실패라는 요건 없이 이전 1차 치료법과 함께 편두통 예방을 위한 1차 치료법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결론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