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최종일 교수팀, 심방세동 환자 대상 항부정맥제의 서맥 위험 조사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서맥 관련 실신·심박동기 이식 등 위험 3.5배↑
최종일 교수 "항부정맥제 여전히 중요하지만, 서맥 위험 있다면 시술 고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새로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는 항부정맥제로 조기 리듬조절을 진행하기 전 서맥성 부정맥(bradyarrhythmias) 위험을 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새로 진단된 심방세동 환자는 항부정맥제를 복용하면 서맥성 부정맥 관련 합병증인 실신 또는 심박동기 이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항부정맥제가 심방세동 환자의 조기 리듬조절을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는 항부정맥제 복용 시 실신 또는 심박동기 이식 등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위험 평가가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고대 안암병원 최종일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3월호에 실렸다(J Am Coll Cardiol 2024;83(11):1027~1038).

항부정맥제-서맥성 부정맥 연관성 본 대규모 연구 부족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리듬조절과 맥박수조절이 있다. 리듬조절은 심방세동을 정상리듬으로 전환시키고 유지하는 치료로, 항부정맥제 투약, 전극도자절제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서맥성 부정맥은 항부정맥제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 중 하나다. 지금까지 연구들은 항부정맥제가 서맥성 부정맥 위험을 높이는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엔 발생률이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 항부정맥제와 서맥성 부정맥 간 연관성을 확인한 대규모 연구가 부족했다. 

이번 국내 연구는 조기 리듬조절을 받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항부정맥제와 서맥성 부정맥 관련 합병증인 실신 또는 심박동기 이식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성향점수매칭, 항부정맥제군 심박동기 이식·실신 위험 3.6배↑
하위분석 결과 일관돼…남성보다 여성이 더 취약

2013~2019년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새로 진단된 심방세동 환자 총 77만 977명을 확인했다. 신규 환자만 대상으로 해, 등록 당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없었다.

전체 환자군 중 심방세동 진단 이후 1년 이내에 항부정맥제를 처방받은 환자(항부정맥제군)는 총 14만 2141명이었다. 연구에서 확인한 항부정맥제는 플레카이니드, 프로파페논, 필시카이니드, 아미오다론, 드로네다론, 소타롤 등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항부정맥제군과 항부정맥제를 복용하지 않은 비복용군(대조군, 53만 2162명)을 다변량 보정해 비교한 결과, 대조군 대비 항부정맥제군의 심박동기 이식 또는 실신 위험이 3.5배, 실신 위험이 2.14배, 심박동기 이식 위험이 5.26배 유의하게 높았다.

구체적 발생률은 1000인년당 심박동기 이식 또는 실신이 항부정맥제군 16.3건과 대조군 4.8건, 실신이 각 5.5건과 2.6건, 심박동기 이식이 각 11.3건과 2.2건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1:1 성향점수매칭한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항부정맥제군은 대조군보다 심박동기 이식 또는 실신 위험이 3.6배, 실신 위험이 2.3배, 심박동기 이식 위험이 5.1배 의미 있게 높았다. 이는 항부정맥제 복용과 심박동기 이식 또는 실신 위험이 유의미하게 연관됐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다양한 하위군 분석에서도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이 같은 위험에 더 취약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항부정맥제와 심박동기 이식 또는 실신 위험이 연관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항부정맥제 이상반응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새로 진단된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부정맥제를 처방하기 전 심박동기 이식 또는 실신 등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Sanjay Dixit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 서맥성 부정맥이 드물게 발생했지만 항부정맥제군 발생률이 더 높았다. 심방세동 환자를 항부정맥제로 치료할 경우 서맥성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이번 결과에 따라 의료진은 심방세동 환자, 특히 고령과 여성에게 항부정맥제를 처방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항부정맥제 치료 어렵다면 전극도자절제술이 대안될 수 있어"

▲고대 안암병원 최종일 교수.
▲고대 안암병원 최종일 교수.

Q. 항부정맥제의 서맥성 부정맥 위험을 조사한 배경은?

2002년 AFFIRM 연구에서는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리듬조절과 맥박수조절의 예후를 비교한 결과, 생존율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2년 전 발표된 EAST-AFNET 4 연구에서는 심방세동 환자가 조기 리듬조절을 해야 예후가 좋았다. 이 연구에서 대부분 환자는 항부정맥제로 조기 리듬조절을 했다. 

종합하면, 심방세동 환자는 항부정맥제를 조기 투약해야 예후가 개선된다. 하지만 항부정맥제는 기전상 서맥성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표적 서맥성 부정맥 관련 합병증인 실신과 심박동기 이식 등에 중점을 두고 항부정맥제 치료에 따른 위험을 확인했다.

Q. 연구가 갖는 의미는?

항부정맥제 치료 시 서맥성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실제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명확한 데이터는 없었다. 이번 연구는 실신과 심박동기 이식 등 위험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항부정맥제를 심방세동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에 더해 이번 연구는 실신과 심박동기 이식 등 서맥성 부정맥 위험이 있는 환자라면 약제 선택에 주의해야 하고, 치료하는 동안 환자 모니터링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리듬조절을 위한 치료전략으로 약제 대신 전극도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 항부정맥제 투약 시 서맥성 부정맥 위험이 높거나 과거력이 있는 등 약제 사용이 어려운 환자라면 항부정맥제보단 전극도자절제술을 먼저 시행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치료전략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

Q. 항부정맥제의 서맥성 부정맥 위험을 고려해 리듬조절 시 전극도자절제술을 일찍 시행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나?

위험 대비 혜택을 따져야 한다. 많은 병원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을 하고 있고 시술 성적도 과거보다 좋아졌다. 항부정맥제에 반응이 없거나 서맥성 부정맥 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장기간 예후를 위해 조기 전극도자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시술 자체를 꺼리는 환자가 분명히 있고, 비용과 시술에 따른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전극도자절제술을 일찍 시행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적절한 근거가 필요하다. 항부정맥제는 심방세동 환자의 조기 리듬조절에 검증된 치료전략으로 여전히 중요하다. 

Q.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앞으로 진행돼야 할 연구 주제는?

그동안 항부정맥제와 전극도자절제술의 예후를 비교한 연구는 있었다. 이에 더해 항부정맥제의 서맥성 부정맥 등 위험을 고려해 처음부터 항부정맥제를 투약하기보단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을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항부정맥제 복용 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지금으로서는 환자가 약을 먹어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환자에게 항부정맥제보단 전극도자절제술을 먼저 고려할 수 있는지 연구가 이뤄진다면, 모든 환자가 항부정맥제를 복용하고 고생한 다음 시술로 넘어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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