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 경영 악화
서울아산병원은 직원들의 자발적 휴직과 신규 채용 중단 등 안간힘
정부가 병원이 쌓아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주장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 파행이 한달째를 맞으면서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의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2주 만에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호소한 바 있다.

지난 6일 대한병원협회가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 수입액이 전년 대비 16.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병협은 8개 병원 합계 의료 수입액은 1281억 1272만원으로 확인됐고, 이는 지난 2023년 동기간의 1528억 8433만원에서 16.2%(247억여원)이 감소한 수치라고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18일 서울아산병원 경영진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18일 서울아산병원 경영진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빅5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더욱 감소했고, 경영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500억원이던 마이너스 통장 규모를 확대 두배 늘였고,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18일 서울아산병원은 직원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신규 채용 중단 등을 발표한 데 이어 15일부터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영체계 운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병원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2월 20일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기 시작한 이후 일부 임상 강사가 2차로 병원을 떠났다"며 "지금은 협업과 헌신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세브란스병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세브란스병원 금기창 의료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산하 병원들의 진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도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날로 커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며 “원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사전에 승인된 사업은 시기와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은 100억 적자를 예고하며, 비상경영체계를 선언했다. 부산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4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부산대병원은 내부 게시판에 정성운 병원장 이름으로 ‘부산대병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게시했다.

정 원장은“최근 현실적인 문제로 비상 경영 상황까지 맞게 돼 안타깝다”며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의 중증, 필수 의료 중심(병원)이라는 자부심 아래 현명하게 이겨내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혜와 힘을 조금만 더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국세청이 일시적으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몇몇 전문가는 병원들이 현재의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도록 정부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일시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법인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노후 의료장비 교체, 중환자실 응급실 외래 등 추가 공간 확보, 감염병 관리시설 등 시설·설비 개선, 임상 교원 인건비 등 필수의료를 포함해 의학교육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병원계 한 인사는 “학교법인들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잉여금을 쌓아두는데, 이를 인건비로는 사용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이렇게 병원 경영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국세청이 한시적으로 이 잉여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병원은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45~50%를 차지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전공의들이 빠지고, 병상가동률이 떨어지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상대가치점수를 의료 환경에 맞게 매년 손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은 환산지수를 손대지 않고, 매년 상대가치점수를 손보면서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데, 우리나라는 5~7년에 한번 정도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기 때문에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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