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박치민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좌장 박치민 교수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2024년 2월  SIC, TIC, DIC 환자의 응고장애 관리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박치민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를 좌장으로 이재명 교수(고려대학교안암병원), 김은영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경원 교수(아주대학교병원), 조항주 교수(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의 강연과 토의가 있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Pathophysiology of Sepsis, SIC & DIC

연자 이재명 교수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중환자외상외과)
연자 이재명 교수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중환자외상외과)

연자 이재명 교수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중환자외상외과)

SIC의 병리기전
외상이나 질환에 의해 혈관이 손상돼 출혈이 생기면 순차적이고 복잡한 지혈 과정이 이루어진다. SIC (septic induced coagulopathy)는 패혈증으로 인해 전신의 응고반응이 활성화된 병적 상태로, 섬유소(fibrin)가 침착돼 미세혈관혈전증(microvascular thrombosis)으로 진행하는 경로와 혈소판과 응고인자(clotting factor)가 소진돼 심각한 출혈이 발생하는 2가지 경로로 진행한다.

미세혈관혈전증이 발생하는 과정에 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이 매개한다. IL-6에 의한 경로에서는 조직인자(tissue factor)에 의해 응고반응이 활성화되고 섬유소 형성이 촉진된다. TNF-α가 매개하는 경로에서는 섬유소용해가 억제되면서 피떡이 제거되지 않고 혈전반응이 악화된다. 

SIC는 세균에 의해 활성화된 대식세포(macrophage)가 조직인자의 증가를 촉진하고, 트롬빈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 내피세포와 혈소판을 활성화하여 과도한 염증반응과 혈소판 응집으로 유발된다. 

DIC의 발생
SIC가 악화되면 파종혈관내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 DIC)로 진행한다. DIC를 발생시키는 주요인자로 응고반응 활성화 및 혈소판 응집, 내피세포 손상을 꼽을 수 있다. 응고반응 활성화에는 조직인자가 중요하게 관여한다. 조직인자는 염증반응과 활성화된 단핵구, 종양 세포, 혈관병변 부위에서 과발현된다.

과발현된 조직인자에 의해 트롬빈이 폭발적, 산재적으로 생성되고, 섬유소의 침착으로 과응고 상태가 되면 혈전증의 위험이 증가하는 한편, 섬유소용해는 억제돼 혈류장애를 일으켜 장기부전 상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응고인자들이 지속적으로 소모되면서 전신 출혈에 이르게 된다(Papageorgiou C, et al. Clinical Applied Thrombosis/Hemostasis. 2018)<그림 1>.

 DIC의 병태생리
DIC의 병태생리

SIC에서 DIC로 진행
감염이 발생하면 내피세포에서 tissue-type plasminogen activator (t-PA)가 분비되고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섬유소용해가 활성화된다. 내피세포에서 방출된 PAI-1 (plasminogen activator inhibitor-1)은 섬유소용해를 억제시켜 혈전증을 유발한다. 결국 응고반응과 섬유소용해 간의 불균형은 과응고반응을 초래해 장기부전을 일으킨다. 

SIC는 외상에 의한 응고장애(trauma-induced coagulopathy, TIC)와 다른 진행 양상을 보인다. TIC는 초기에 과섬유소용해 단계를 거쳐서 혈전형성 단계로 진행하는 것에 비해, SIC는 혈전형성 단계가 더 초기에 나타나 DIC로 진행하고 다발성 기능부전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Iba T, et al. J Thromb Haemost. 2023). 


DIC in Cancer Patients

연자 김은영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외상외과)
연자 김은영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외상외과)

연자 김은영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외상외과)

암환자에서 DIC 병태생리
암은 지혈 상태(hemostatic state)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며, DIC나 정맥혈전색전증(venous thromboembolism, VTE), 미세혈관병증 등의 합병증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암환자에서 VTE 발생률은 약 15% 정도로, 일반인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인다. 종양 자체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요법, 수술 등이 내피세포에 손상을 주어 DIC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표면에 특징적으로 응혈촉진성 분자(pro-coagulant molecule)를 발현하여 응고반응의 활성화를 자극하여 DIC가 유발되기 쉬운 상태를 초래한다. 또한, u-PA, t-PA, PAI-1과 같은 섬유소용해 단백질을 분비하여 섬유소과다용해 상태를 유발한다. 또한 암세포는 면역반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DIC의 유발과 연관되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대표적으로 IL-6, TNF-α, IL-1β, IL-8, IL-10 등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염증반응에 의해 유발되는 DIC와 동일한 기전으로 암환자에서 DIC의 발생 위험성이 증가돼 있다. 

암환자의 DIC 임상 양상
패혈증이나 외상에 의한 DIC에 비해 암과 관련된 DIC는 서서히 진행하는 느린 경과를 밟는다. 초기에 대개 무증상이고 실험실검사 소견 이상만 관찰되므로 간과하기 쉽다. 혈액암에서는 출혈 합병증이 흔하지만, 외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형암에서는 혈전 합병증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항암치료나 수술 자체로 인해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서 트롬빈과 섬유소의 생성이 증가하고 응고인자 발현을 자극하는 반면, 섬유소용해는 잘 일어나지 않아 혈전증에 이르는 양상을 보인다.

즉, 암환자에서 발생하는 DIC는 조직 손상에 의한 요인들이 크게 작용하고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사이토카인이나 분자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혈전성 표현형의 DIC가 흔하게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Hemodynamic Monitoring & Diagnosis of DIC Patients in ICU

연자 정경원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연자 정경원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연자 정경원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TIC의 진단
TIC는 산혈증, 저체온증 등을 동반하는 전반적인 염증 상태를 일컫는다.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외상의 특성상 엄격한 정량적 진단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패혈증이나 암 연관 응고장애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TIC 발생을 진단하는 기존의 표준 응고검사법은 출혈 시간, 트롬빈 시간(TT), 프로트롬빈 시간(PT),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 시간(aPTT), 혈소판 수치(PLT), 섬유소원 수치를 검사한다. 점탄성 응고검사법은 TEG (thromboelastography)와 ROTEM (rotational thromboelastography)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여러 진단법을 조합하여 점수화한 clinical scoring system도 있는데, 점수와 사망률 간에 연관성을 보인다. 하지만 빠른 판단과 처치를 필요로 하는 외상 환자에서는 시간이 소요되는 진단 검사의 적용이 제한적이다. 

안티트롬빈 급여기준
현재 국내에서는 다음 4항목 중 3항목 이상 만족하면 DIC로 진단한다; PLT ≤10만/μL, PT >3초 또는 aPTT >5초, 섬유소원 <150 ㎎/dL, FDP (섬유소원분해산물) 또는 D-dimer 양성. DIC 임상증상이 있고, 안티트롬빈 Ⅲ 수치가 70% 이하로 감소돼 있으면 안티트롬빈 Ⅲ 투여를 시작하며, 1회 검사 결과에 따라 검사 수치 참조 2-3일 정도 인정되고, 총 투여기간은 5일간만 인정하고 있다. 


Therapeutic Approaches and Clinical Use of Antithrombin Ⅲ

연자 조항주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연자 조항주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연자 조항주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외과)

외상 환자에서 안티트롬빈의 역할
출혈을 동반한 외상 환자에서는 안티트롬빈 Ⅲ 수치가 감소돼 있다. 안티트롬빈 Ⅲ 수치가 낮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악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안티트롬빈 Ⅲ 치료는 환자 예후의 개선과 정맥혈전색전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외상 환자는 트롬빈 생성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염증반응과 장기손상이 일어나고 폐색전증이 유발될 수 있다. 트롬빈 생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티트롬빈 Ⅲ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티트롬빈의 임상적 유용성
패혈증으로 인한 DIC와 화상에 의한 외상 치료에서 안티트롬빈 Ⅲ 사용의 유용성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06년 발표한 Kybersept 연구의 하위 분석에서는 헤파린을 동시에 투여하지 않은 DIC 환자에서 안티트롬빈 Ⅲ의 생존율 향상을 확인했다(Kienast J, et al. J Thromb Haemost. 2006). Gando 연구팀은 DIC 환자에서 안티트롬빈 Ⅲ 투여 후 3일째 대조군 대비 2배 가량 회복률 개선을 보였고(안티트롬빈군 53.3%, 대조군 20.0%, p=0.015), 출혈 위험도 증가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Gando S, et al. Crit Care. 2013). 

일본진료지침에서는 DIC 증상별로 무증상 환자, 출혈 동반 환자, 장기손상 합병증 환자로 분류하고, 모든 DIC 환자에서 항응고치료제로 안티트롬빈 Ⅲ 사용을 근거수준 B로 권고했다(Thrombosis Research. 2010).

최근 보고된 연구에서는, 헤파린 저항성을 동반한 COVID-19 감염 환자 및 출혈성 쇼크가 있는 외상 환자의 혈전증 예방과 관리에 안티트롬빈 Ⅲ가 ‘새롭게 사용(emerging use)’되고 있다고 발표했다(Rodgers GM, et al. Clin Appl Thromb Hemost. 2023). 

대부분의 외상 환자는 초기에 섬유소용해가 증가하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응고인자가 소진되고 대량의 혈전이 발생한다. 따라서, 섬유소용해가 발생하는 시기를 피해 응고인자가 소진되는 적절한 시점에서 안티트롬빈 Ⅲ를 사용하면 보다 분명한 임상적 유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Discussion

박치민  교수:  패혈증, 외상, 암환자에서 응고장애는 중첩되는 부분이 있지만 각기 다른 임상 상태를 보입니다. 여기에서 응고반응의 균형이 중요한데, 평형 상태가 깨어지는 양상에 따라 서로 다른 표현형의 병변이 유발되므로, 이에 따른 치료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명 교수: 패혈증에 의한 DIC는 혈전증 발생 후 응고인자가 고갈되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반면, TIC는 초기에 섬유소용해가 심하게 발생하면서 출혈이 일어난 직후 응고인자가 소진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김은영 교수: 암환자에서 수술 후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DIC는 환자의 위험도를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고려되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정경원 교수: 경험상 초기부터 대량수혈이 예상되는 환자의 경우, 안티트롬빈 검사를 반복하여 시행하여 보면 선제적 검사와 달리 몇 시간 경과 후 70% 미만으로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항주 교수: 저희 병원에서는 입원 즉시 안티트롬빈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반복하여 수회 측정하고 있습니다. 

박치민 교수: 패혈증 환자에서 응고장애에 대한 조치가 지연되면 결국 미세혈관순환장애로 장기손상이 일어납니다. 출혈은 눈에 보이지만 혈전증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혈전증으로 진행되기 전 선제적 예방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패혈증 환자에서는 안티트롬빈 수치를 일상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혈전증 위험이 높고 DIC로 진단되는 환자라면 안티트롬빈 수치를 확인하여 적절한 시기에 안티트롬빈 Ⅲ를 투여하는 것이 좋은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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