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BMI가 낮은 사람에서 이소성 지방의 임상적 의의

좌장 박철영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좌장 박철영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최근 미국 달라스에서 개최된 ‘Obesity Week 2023’ 학회에서 “TOS/KSSO Joint Symposium: Diversity in the Definition of Obesity-A Global Perspective”를 주제로 미국비만학회와 대한비만학회가 공동으로 심포지움을 진행했다. 박철영 교수(강북삼성병원)와 Nikhil Dhurandhar 교수(텍사스공대)를 좌장으로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의 “Implication of ectopic fat in people with relatively low BMI” 강연이 있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연자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 대한비만학회 학술이사)
연자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 대한비만학회 학술이사)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만도가 낮지만 당뇨병이나 지방간과 같은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 NCD)의 유병률은 상당히 높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간, 근육, 췌장 등 비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이소성 지방(ectopic fat)이 지목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지방은 체내 어느 장기나 부위에든 쌓일 수 있지만, 간, 근육, 혈관 등 중요한 장기에 축적되면 심혈관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소성 지방은 장기별(organ-specific) 또는 부위별(region-specific)로 측정할 수 있는데, 특히 간에 축적되는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기반으로 대사증후군 및 당뇨병과 연관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심장대사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이소성 지방의 체내 분포가 비만 자체보다 심혈관 사건이나 대사이상의 더 나은 예측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간에 쌓인 지방의 임상적 특징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비알콜지방간질환(NAFLD)의 유병률이 최근 15-30%로 급속히 상승하고 있어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회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NAFLD의 명칭과 정의의 한계에 따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 MAFLD)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제안됐다.

단순한 지방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대사 관련 질환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MAFLD는 3개의 아형으로 구분되는데, 지방간을 진단받고 과체중/비만이거나, 2형당뇨병인 경우, 또는 정상체중이지만 허리둘레,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C같은 대사 관련 위험요인을 2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MAFLD로 진단한다.

MAFLD의 병인적 기전에는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같은 위험요인이 관여하고 있다. MAFLD는 종국에 간경화나 간세포암과 같은 간특이적(liver-specific) 임상적 특징을 보이거나, 2형당뇨병, 죽상경화증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동반할 수 있어 예방적 또는 치료적 중재가 필요한 질환이다. 

근육의 질과 심혈관 사건
한국인 3,120명을 대상으로 대퇴근(mid-thigh muscle area)에서 CT 영상을 이용해 근육의 질(quality)이 심혈관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여기서 저밀도 근육(0-30 HU)은 이소성 지방의 높은 축적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 당뇨병 환자에서 저밀도 근육량이 증가했고, 저밀도 근육은 복부지방 및 BMI보다 심혈관 사건 발생과 더 높은 연관성을 나타냈다(Lim S et al. under review).

복부에 축적된 지방과 대사이상
체격이 유사한 30대 한국인과 서양인 43쌍을 대상으로 최첨단 CT 영상으로 췌장 부피를 측정해 1대1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의 췌장 크기는 12.3% 작고, 췌장 내 지방 함량은 22.8%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그림.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부피 비교
그림.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부피 비교

췌장 크기와 베타세포 기능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난 반면, 췌장에 쌓인 지방과 베타세포 기능 간에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인슐린 저항성과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고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비만도가 낮음에도 당뇨병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다(Roh E et al. Diabetes Obes Metab. 2018).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의 이상적인 체성분 변화
복부 비만은 간, 근육, 또는 혈관 등에 이소성 지방이 쌓이게 해 심혈관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을 높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복부 지방을 줄일 수 있는 약물로 phentermine과 topiramate의 조합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다.

국내 10개 의료기관에서 phentermine/topiramate의 복합 성분 비만치료제를 2개월 이상 복용한 비만 환자 1,840명을 대상으로 리얼월드 연구가 진행됐다(Lim S et al. under review). 연구 결과에 따르면,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를 6개월간 복용한 후 체중이 약 8% 감소해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근육량과 체지방이 감소했지만, 전신 근육 비율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상적인 체성분 변화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요컨대, 간, 근육, 혈관 등 중요한 장기에서 이소성 지방의 축적은 상대적으로 낮은 BMI를 가진 아시아인에서 심혈관대사질환의 높은 질병부담을 설명할 수 있다. 아울러 복부 지방 관리를 위한 유용한 치료 전략으로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가 체성분 변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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