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2023] HEART-FID, 사망·심부전 입원 등 위험 위약과 유의한 차이 없어
메타분석, 심부전·심혈관질환 입원 위험 줄이나 사망에 영향 미치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용량 철분주사제인 페릭 카르복시말토오스 성분 철분제(FCM)가 철결핍 동반 심부전 환자의 임상적 혜택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정맥주사를 통해 철분을 보충하는 치료의 유용성을 평가한 가장 대규모 연구인 HEART-FID 결과, FCM은 위약과 비교해 사망, 심부전 입원 등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않았다.
게다가 FCM 관련 연구들의 개별 환자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연구에서도 FCM이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FCM이 심부전 환자에게 생존 혜택은 없을지라도 입원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 연구 결과는 지난달 25~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3)에서 발표됐다.
HEART-FID, 사전에 설정한 유의성 기준 도달 실패
FCM은 철결핍 동반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의 증상과 삶의 질을 개선한다고 보고된다. 이에 더해 FCM이 이들 환자의 임상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근거가 필요했다.
이중맹검 무작위 연구로 디자인된 HEART-FID에는 14개국 281곳 의료기관에서 보행 가능하고 철결핍이 있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인 HFrEF 환자 3065명이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69세였고 34%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FCM을 정맥주사한 군(FCM군, 1532명)과 위약군(1533명)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전체 환자군은 심부전 표준치료를 받았다.
FCM군과 위약군은 철 지수 그리고 헤모글로빈 수치를 기준으로 필요에 따라 6개월마다 치료를 진행했다. 1차 목표점은 무작위 배정 후 12개월 이내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등록 당시 대비 6개월째 6분 보행검사 결과 변화 등을 계층적으로 종합해 평가했다. 유의성을 판단하는 P값(value) 기준은 0.01로 설정했다.
그 결과, 12개월 동안 사망한 환자는 FCM군 8.6%(131명), 위약군 10.3%(158명)로 조사됐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각 297건과 332건 확인됐다. 등록 당시 대비 6개월째 6분 보행검사 평균 변화는 FCM군 8m, 위약군 4m였다.
이를 기반으로 윌콕슨-만-휘트니(Wilcoxon-Mann-Whitney) 검정법에 따라 FCM군과 위약군을 비교한 결과, 1차 목표점에 대한 P값은 0.02로 연구에서 설정한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 못했다(P=0.02; unmatched win ratio; 1.10; 99% CI 0.99~1.23). 승률(win ratio)만 보면 FCM군이 10% 더 승리를 거머쥐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사전에 정의한 유의성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어 2차 목표점인 추적관찰 동안 첫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발생률은 100인년당 FCM군 16건, 위약군 17.3건으로 두 군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위험 차이는 없었다(HR 0.93; 96% 0.81~1.06).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만 봐도 FCM군은 위약군보다 의미 있게 생존 혜택이 있다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HR 0.86; 96% CI 0.72~1.03).
FCM 반복 치료는 대다수 환자에서 허용 가능한 이상반응 프로파일을 보여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기간 중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FCM군 27.0%, 위약군 26.2%로 비슷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듀크대 임상연구소 Robert Mentz 박사는 "이번 연구는 HFrEF 환자에서 FCM의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1차 유효성 목표점에 대한 혜택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대회 발표와 동시에 NEJM에 실렸다.
메타분석 결과, FCM 긍정적 결과 입원율 감소 때문에 나타나
철결핍 동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FCM의 유용성을 평가한 메타분석도 HEART-FID와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며 FCM의 임상적 혜택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메타분석 결과는 학술대회 발표와 함께 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렸다.
메타분석은 FCM이 철결핍 동반 HFrEF 환자의 입원 및 사망 등 임상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특징짓고자 이뤄졌다.
52주 이상 추적관찰이 이뤄진 철결핍 동반 HFrEF 환자가 모집된 FCM 관련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총 4501명 환자가 모집된 FCM 연구 △CONFIRM-HF 2 △AFFIRM-AHF 3 △HEART-FID가 메타분석 대상이었다. 이들 중 FCM군은 2241명, 위약군은 2234명이었다.
공동 1차 유효성 목표점은 △전체 또는 재발성 심혈관질환에 의한 입원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전체 심부전 입원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으로 설정해 52주 동안 변화를 확인했다. 주요 2차 목표점은 각 목표점의 평가요인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전체 또는 재발성 심혈관질환에 의한 입원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위험은 FCM군이 위약군보다 14% 더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RR 0.86; 95% CI 0.75~0.98; P=0.029).
반면 전체 심부전 입원 및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위험은 FCM군이 위약군보다 13% 낮은 경향만 관찰되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RR 0.87; 95% CI 0.75~1.01; P=0.076).
이 같은 FCM군의 긍정적인 유효성 결과는 사망보단 입원율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FCM은 안전하고 내약성도 좋았다.
결과적으로 FCM은 철결핍 동반 HFrEF 환자의 심부전 및 심혈관질환 등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유의하게 줄이지만, 사망에는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폴란드 브로슬라프의대 Piotr Ponikowski 교수는 "본 연구 결과는 입원 위험을 줄이기 위해 HFrEF 환자의 철결핍을 치료하는 FCM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향후 최적 FCM 재투여 전략에 대한 적격성 기준을 판단하는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ESC 가이드라인에서는 급성 및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FCM을 포함한 정맥주사 철분제에 대한 권고안이 업데이트됐다.
정맥주사 철분제는 철결핍 동반 증상성 HRrEF 또는 박출률 경계 심부전(HFmrEF) 환자의 심부전 증상 완화 및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치료제로 권고됐다.
이와 함께 FCM 또는 페릭 데리이소말토오스 포함한 정맥주사 철분제는 철결핍 동반 증상성 HFrEF 그리고 HFmrEF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