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억제제 연구 메타분석 결과, 심방세동 위험 감소 가능성 시사
이대목동병원 박준범 교수팀, 심방세동 동반 당뇨병 환자 대상 'BEYOND' RCT 시작
박준범 교수 "BEYOND 결과 긍정적이라면 심방세동 약제 추가될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로 개발돼 심부전 치료제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SGLT-2 억제제가 다음 타깃으로 심방세동을 노리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에 더해 이대목동병원 박준범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은 국내 심방세동 동반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를 모집해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위험을 낮추는지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에 착수했다.

SGLT-2 억제제를 심방세동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는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향후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도 접수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왜 심방세동인가?…심부전과 위험요인 공유하는 질환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치료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질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심방세동과 심부전은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위험요인을 공유해 밀접하게 연관됐다. 일반적으로 심부전과 함께 동반되는 심방세동은 심부전 환자의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즉,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치료 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심방세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또 SGLT-2 억제제의 혈관 내 용적 감소 효과로 심방 스트레칭(atrial stretching)을 줄이는 것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심방세동 위험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혈압 강하를 통한 고혈압 치료 △심부전 악화 감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심외막 지방(epicardial fat) 감소 등으로 심방세동 위험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메타분석 결과, SGLT-2 억제제 당뇨병 환자 심방세동 위험 낮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과 후향적 연구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당뇨병 환자의 심방세동 위험을 낮춘다고 보고된다.

중국 연구팀이 22개 연구에 참여한 심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 약 5만 3000명을 대상으로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심방조동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메타분석한 결과, 위약 대비 심방세동/심방조동 위험을 18% 유의하게 낮췄다. 

특히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는 심방세동/심방조동 위험을 15%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J Thorac Dis 2022;14(5):1620~1637).

2021년 캐나다 연구팀은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위험을 낮추는지와 심방세동 병력이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총 31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SGLT-2 억제제 복용 시 중증 심방세동 위험이 25% 의미 있게 감소했다(J Am Heart Assoc 2021;10(17):e022222).

아울러 SGLT-2 억제제는 심방세동 1차 예방 약제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2013~2018년 미국 메디케어 청구데이터를 이용해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66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입원에 미치는 영향을 6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DPP-4 억제제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 대비 위험을 각 18%와 10% 유의하게 낮췄다(JAMA Netw Open 2022;5(10):e2235995). 

BEYOND 연구, 국내 8개 기관서 심방세동 동반 당뇨병 환자 모집
"SGLT-2 억제제 투약으로 좋은 예후 기대"

심방세동 치료에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입증한 RCT가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심방세동 발생률 외에 증상 부담, 리듬조절 등 세부적인 예후 특성을 확인한 보고는 드물다.

이런 가운데 박준범 교수 연구팀은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동반 당뇨병 환자의 리듬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를 통해 심방세동 관련 이상사례를 줄이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향적 RCT인 BEYOND 연구에 착수했다.

박 교수는 BEYOND 연구 계획서를 PLOS ONE 1월호를 통해 발표했다(PLoS One 2023;18(1):e0280359). 

연구는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경희대병원 △인하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총 8개 기관에서 1년 이내 심방세동을 새롭게 진단받은 당뇨병 환자 약 7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모든 연구는 고위험군부터 접근해야 하므로 심방세동을 새롭게 진단받은 당뇨병 환자를 모집 대상군으로 정했다"며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동반 당뇨병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결과가 나온다면, 이후 당뇨병이 없는 심방세동 환자 대상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서 평가하는 SGLT-2 억제제는 임상에서 처방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포시가와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며 비교 약제는 다른 경구용 항당뇨병제다. 

1차 목표점으로 항부정맥제 투약 또는 절제술 이후 1년 이내 심방세동 재발을 확인한다. 2차 목표점은 심방세동이 재발한 경우 1년 이내 절제술 시행, 심방세동 증상 부담 변화, 좌심방 크기, NT-proBNP, 심방세동 증상 점수, 삶의 질 등을 평가한다.

예상 연구 종료 시점은 2026년 12월이다. 현재 목표 모집인원의 약 10%가 모집된 가운데 환자 등록이 빠르게 이뤄진다면 연구는 조기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을 호전시킴에 따라 간접적으로 심방세동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연관됐을 것으로 생각해 BEYOND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며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심방세동 동반 당뇨병 환자군에서 좋은 리듬조절 예후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가 심방세동 약제로서 SGLT-2 억제제 역할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향후 심방세동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