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ACEi 무작위 연구, RAS 억제제 중단 여부 따른 신기능 변화 평가
RAS 억제제 지속군 vs 중단군, 3년째 eGFR 변화 차이 없어
연구팀 "치료 중단이 신기능·삶의 질 개선한다는 가설 뒷받침하지 않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의 신기능 악화를 막기 위해 RAS 억제제를 중단할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단에 따른 이득이 없다는 높은 근거 수준의 무작위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30mL/min/1.73㎡ 미만인 중증·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 대상의 STOP ACEi 연구 결과, RAS 억제제 치료를 지속한 군과 중단한 군의 3년째 eGFR 변화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가 신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심혈관 혜택이 있는 ACE 억제제(ACEi) 또는 ARB 등 RAS 억제제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3~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미국신장학회 연례학술대화(Kidney Week 2022)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NEJM 11월 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RAS 억제제, 중증 콩팥병 환자서 혜택 근거 부족

RAS 억제제는 경도 또는 중등도 만성 콩팥병 환자의 혈압을 낮추고 eGFR 악화를 지연시키며 단백뇨를 줄이고 4기 또는 5기 중증 만성 콩팥병으로의 진행을 늦춘다. 경도 또는 중등도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중증으로의 진행은 삶의 질 악화와 신대체요법, 심혈관계 사건, 사망 등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

그러나 RAS 억제제가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혜택이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2010년 발표된 관찰연구에 따르면,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는 RAS 억제제 중단 12개월 이후 eGFR이 유의하게 증가했다(Nephrol Dial Transplant 2010;25:3977~3982).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가 ACEi 또는 ARB 치료를 지속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 조언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RAS 억제제 중단에 따른 효능 및 안전성을 조사한 스웨덴 관찰연구 결과, 치료 중단 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및 사망 위험이 증가했지만 신대체요법 시작 위험은 낮았다(J Am Soc Nephrol 2021;32(2):424~435).

이 같은 결과는 STOP ACEi 무작위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중증 만성 콩팥병 환자는 RAS 억제제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했다. 

말기 신질환 진행·신대체요법 시작 비율, 치료 여부에 따른 차이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다기관 오픈라벨 무작위로 시행된 STOP ACEi 연구에는 2014~2019년 영국 39개 의료기관에서 투석 또는 신장이식을 받지 않았고 eGFR이 30mL/min/1.73㎡ 미만인 중증 및 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 411명이 모집됐다. 

모든 환자는 등록 2년 전 동안 eGFR이 연간 2mL/min/1.73㎡ 이상 감소했고 6개월 이상 최소 한 가지 RAS 억제제를 복용했다. 중앙값 나이는 63세였고 68%가 남성이었다.

전체 환자군은 RAS 억제제 지속군과 중단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1차 목표점은 3년째 eGFR로 정의했다. 신대체요법 시작 이후 얻은 eGFR 수치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2차 목표점은 말기 신질환 진행, eGFR 50% 이상 감소 또는 말기 신질환을 포함한 신대체요법 시작, 입원, 혈압, 운동능력, 삶의 질 등으로 정했다.

분석 결과, 3년째 최소제곱평균(least-squares mean) eGFR은 RAS 억제제 중단군 12.6±0.7mL/min/1.73㎡, 지속군 13.3±0.6mL/min/1.73㎡였다. RAS 억제제 지속군이 중단군보다 0.7mL/min/1.73㎡ 더 악화됐지만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다(95% CI -2.5~1.0; P=0.42). 

사전에 정의한 하위군에 따른 1차 목표점 결과에서 이질성(heterogeneity)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어 말기 신질환 진행 또는 신대체요법 시작 비율은 RAS 억제제 중단군 62%(128명), 지속군 56%(115명)로, 위험은 중단군이 1.28배 높은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HR 1.28; 95% CI 0.99~1.65).

3년째 이상반응 발생률도 RAS 억제제 중단군과 지속군이 비슷했다. 심혈관계 사건은 각 108명과 88명, 사망은 각 20명과 22명으로 보고됐고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헐대학 Sunil Bhandari 교수는 "이번 결과는 중증·진행성 만성 콩팥병 환자가 RAS 억제제를 중단하면 신기능과 삶의 질, 운동 능력 등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며 "향후 진료현장 및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 참여하지 않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Janani Rangaswami 교수는 "신장 전문의 사이에서 RAS 억제제는 고칼륨혈증 원인이 될 수 있고 eGFR 30mL/min/1.73㎡ 미만인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해롭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RAS 억제제 중단으로 eGFR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고, 치료 지속 시 말기 신질환 또는 신대체요법 진행 환자 수가 더 적었다. RAS 억제제의 내약성도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RAS 억제제를 계속 복용해도 위험하지 않으므로, 가능하다면 eGFR 30mL/min/1.73㎡ 미만인 환자도 RAS 억제제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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