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 전문가 검토 기반으로 'PPI 약제감량 처방 진료지침' 발표
확실한 적응증 없는 모든 환자, 치료 중단 등 약제감량 고려해야
미란성 식도염·식도궤양·소화성 협착 환자, PPI 중단 안 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소화기학회(AGA)가 확실하지 않은 적응증에 대한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장기 치료에 제동을 걸었다.
PPI 장기 치료가 필요한 명확한 적응증이 없다면 약제감량(deprescribing)을 고려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약제감량은 부적절한 약제 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또는 중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AGA는 전문가 검토를 기반으로 이 같은 권고안을 담은 'PPI 약제감량 처방 진료지침'을 개발, Gastroenterology 2월 17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지침은 △PPI 사용에 대한 적응증의 문서화 △약제감량이 적합한 환자군 식별 △성공적인 약제감량 방안 등 세 가지에 중점을 뒀다.
美 관찰연구 결과, 통원환자 63% PPI 적응증 없어
PPI는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영국 임상진료연구데이터 조사 결과에 의하면, PPI를 처방받은 환자 4명 중 1명은 최소 1년간 치료를 지속하며 60%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지 않았다.
문제는 PPI 장기 치료가 필요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은 환자들이 약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PPI를 복용하는 통원환자 63%는 PPI를 투약해야 하는 확실한 적응증이 없었다.
부적절한 PPI 사용에 더해 장기 치료가 필요함에도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문제다.
PPI가 보편적으로 처방되면서 만성 콩팥병부터 골절, 치매, 코로나19(COVID-19)까지 PPI 장기 치료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PPI 장기 복용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가 관찰연구로 진행돼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
지침 개발을 이끈 캐나다 토론토대학 Laura Targownik 교수는 "PPI 장기 치료의 위험을 보고한 연구 결과들은 처방자와 환자의 PPI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확실한 PPI 적응증이 있을지라도 부적절한 치료 중단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PI '1일 2회→1일 1회'로 용법·용량 변경해야
AGA는 통원환자에 대한 적절한 PPI 약제감량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
PPI가 안전한 치료제이지만 과학적 근거 또는 이전 치료반응에 근거해 치료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면 약물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먼저 AGA는 일차진료를 맡은 주치의가 모든 PPI 복용 환자의 치료 적응증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면서 지속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문서화하도록 주문했다.
PPI 장기 치료에 대한 확실한 적응증이 없는 모든 환자는 약제감량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지침에 의하면, 대다수 연구에서 많은 환자가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적응증 없이 PPI를 복용하고 있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무작위 연구에서 경험적으로 증상 관리를 위해 복용하는 PPI의 혜택이 없다고 증명됐기 때문에, 적응증이 확실하지 않은 환자라면 PPI 약제감량을 진행하도록 명시했다.
PPI 1일 2회 장기 복용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는 1일 1회 복용으로 용량을 줄이는(step-down dosing) 치료전략을 고려하도록 제시했다.
PPI 표준용량 1일 2회 또는 2배 용량 1일 1회 용법·용량에 대한 무작위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또 고용량 PPI는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고용량 PPI를 복용하는 위식도 역류질환(GERD) 환자 대상 연구에서 80%는 증상이 재발하거나 치료 용량을 다시 늘려야 상황 없이 표준용량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파악돼, 용량감량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PPI 약제감량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에 이어 중단하면 안 되는 환자도 명확히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중증 미란성 식도염, 식도궤양 또는 소화성 협착 등 과거력이 있는 환자를 포함해 GERD 환자는 PPI 중단을 고려하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또 PPI 투약으로 식도선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확인된 바렛식도, 호산구성 식도염,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도 약제감량 평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의료진은 PPI 약제감량 평가 전 근거 기반 전략(evidence-based strategy)으로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을 평가하도록 했다. 출혈 위험이 있는 환자에는 출혈 과거력이 있거나 다양한 항혈전제를 투약한 경우가 포함된다.
만약 상부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PPI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또 의료진은 8주 이상 PPI 장기 치료를 중단한 환자에게 반동과다위산분비(rebound acid hypersecretion)에 따른 일시적 상부위장관 증상이 발병할 수 있음을 알리도록 주문했다. 반동과다위산분비는 PPI의 위산분비 억제로 인한 혈중 가스트린 증가, 벽세포의 증식과 비후때문에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PPI 중단 후 반동과다위산분비 때문에 상부위장관 증상이 나타났다면, 필요시 히스타민2 수용체 길항제(H2-receptor antagonist) 또는 제산제를 투약하도록 제안했다.
아울러 PPI 약제감량을 할 경우 용량을 점차 줄이거나 치료를 즉각 중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PPI 약제감량 시 용량감량 또는 즉각 치료 중단을 비교한 연구에서 6개월째 증상이 없을 가능성은 약제감량 전략에 따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6개월째 증상이 없는 비율은 3주 이상 단계적 용량감량군 31%, 즉각 치료 중단군 22%였다. 치료 중단 후 1년 동안 27%는 PPI를 복용하지 않았다.
이어 PPI 관련 이상반응(PAAE) 우려 때문에 PPI 치료 중단을 결정하면 안 되며, 불확실한 적응증에 대해서만 판단하도록 주문했다. 즉 PPI 복용자는 PAAE를 경험했거나 과거력 또는 위험요인이 있을지라도 PPI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Targownik 교수는 "약물 사용, 오남용을 광범위하게 검토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된 의료환경에서는 약사 또는 간호사 중심의 다학제적 접근법이 부적절한 PPI 사용과 약제감량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