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주스 3주간 마신 결과, 비만 원인균 절반가량 감소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천연주스로 불과 3주 만에 장내 미생물 지도를 바꿨다는 연구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대 이동호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천연주스를 마신 후 전체 장내 미생물 중 비만 원인으로 알려진 페르미쿠테스(Firmicutes) 문(門)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반 토막 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페르미쿠테스 문 비율은 천연주스를 마시기 전에 41.3%였지만 3주 후에는 21.8%로 감소했다. 결과만 보자면 유해균이 '절반' 감소하고 통계적인 유의성도 확보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연구 디자인까지 보면 천연주스가 장내 미생물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확정적인 결론내리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

연구팀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총 22가족(20~40대 성인 22명, 만 3~5세 유아 22명)을 모집했다. 즉 이번 연구는 22쌍이라는 '소규모' 연구로 디자인됐다. 

참가자들은 매일 아침에 한 잔씩 3주 동안 인공향, 합성착색료 등 합성 성분을 넣지 않은 천연주스를 마셨다.

3주라는 기간을 주문한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 몸에서 21일 후 뚜렷한 변화가 생기는 곳이 바로 '장'이다"며 "장내 미생물은 수분 혹은 수 시간 만에 유전자가 변화하고, 3주 만에 구성과 비율이 달라진다. 그래서 3주간 변화를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주 후에도 효과가 지속되는지와 이상반응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다. 천연주스를 3주 이상 마시거나 혹은 섭취를 중단할 경우에 장내 미생물 분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했다.

▲ 3주간 천연주스 섭취 후 장내 페르미쿠테스 점유율 변화

등록 당시와 천연주스 3주 섭취 후 장내 미생물 분포를 비교한 결과, 3주간 천연주스 섭취 후 장내세균총(미생물 집단)의 다양성은 평균 5.1% 늘었고 통계적인 유의성도 확보했다(P<0.05). 

아울러 비만 원인균인 페르미쿠테스가 전체 장내 미생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1.3%에서 21.8로 약 절반가량 감소했다(P<0.05).

장내세균총의 변화를 살펴보면, 천연주스를 마신 후 유익균인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속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소아·성인 모두에서 증가했다.

반면 유해균으로 알려진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의 점유율은 천연주스 섭취 전과 3주 후에 유아에서 각각 17.25%와 8.05%, 성인에서 12.28%와 9.47%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인자를 보정하지 않은 결과다. 참가자들이 3주 동안 식습관을 개선했는지 혹은 생활습관 변화,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복용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평소 생활습관을 최대한 바꾸지 않도록 주문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는 없었다.

이어 그는 "장내세균총의 다양성이 떨어지면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이 발생하고 근력 감퇴, 기억력 감퇴 등 노쇠가 나타난다"며 "천연주스를 마신 후 장내세균총의 다양성이 증가했고, 이는 참가자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간담회에선 천연주스의 장점을 확실하기 위해 향후 대규모 및 연령별 비교 연구, 장기간 분석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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