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게실염 등에서 증상완화·임상혜택 입증

장내세균 조절을 통해 위장관질환(intestinal disease)을 치료하는 항생제 요법이 새로운 선택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내세균총을 구성하는 유익균은 보호하고(eubiotic effects) 유해균의 활동은 억제하는(antibiotic effects) 리팍시민 요법을 지칭하는 말이다. 리팍시민은 이 같은 기전을 통해 장내세균 생태계의 균형을 조절·유지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신체 항상성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질환 병태생리 따른 치료 다변화
환자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주거나 심각하게는 목숨까지 위협할 수도 있는 장질환은 다양한 병태생리만큼이나 다변화된 치료전략을 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에서 찾아볼 수 있다.

IBS는 기저질환 없이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이 배변습관의 변화를 동반해 발생하는데, 명확한 단일원인에 의한 것이 아닌 여러 인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발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원인인자로는 소화관 운동의 변화, 내장 과민성, 유전적 요인, 장내세균총의 변화, 뇌·장관 상호 연관성, 스트레스에 대한 이상반응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연관성을 보이며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IBS의 치료목표는 다양한 병태생리를 고려해 가장 불편한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데 학계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도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주된 증상에 따라 하제, 위장관기능개선제, 진경제, 지사제, 항생제 등 약물치료를 권고한다.

항생제 치료로 장내세균총 불균형 조절
대표적 장질환의 병태생리학적 원인으로 장내세균총의 변화가 꼽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장내세균총은 인체에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장내세균총의 다양성과 균형이 무너지면 장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바로 이 장내미생물군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전략으로 리팍시민 항생제 요법이 임상에 적용되고 있으며, 궁극적인 타깃은 장질환 증상완화에 맞춰져 있다.

유익균 보호효과
최근 European Medical Journal Gastroenterology 2015;4:66-71에 실린 학술토론 보고서에는 리팍시민의 장내세균 조절효과와 궁극적으로 장질환 증상완화에 미치는 임상혜택이 잘 요약돼 있다. 이 보고서는 스페인 개최 ‘유럽위장관질환주간’ 학술대회에서 ‘장내세균총 균형과 장질환 항생제 치료’ 주제의 심포지엄 논의내용을 발췌한 것으로, 세계적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리팍시민이 장내세균총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진행했다.

이탈리아 로마가톨릭대학의 Antonio Gasbarrini 교수는 리팍시민이 장내세균 중 인체에 유익한 균에 대해 항균(antibiotic effects)이 아닌 보호효과(eubiotic effects)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물실험에서 리팍시민 투여 시 장내세균총의 전체조합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은 상태에서 Bifidobacterium, Faecalibacterium prausnitzii, lactobacilli 등 유익균을 증가시키며 장내세균총 균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잠재적 유익균 보호효과가 시사됐다”는 설명이다.

인간 대상의 관찰연구에서도 리팍시민의 장내세균 보호효과가 보고됐다. IBS, 크론병, 게실염, 간섬유화 등 다양한 소화기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1일 1200mg 리팍시민 요법의 효과를 관찰한 결과, 치료종료 시점에서 lactobacilli 균주의 유의한 증가가 확인됐고 이는 치료 후 1개월 시점까지 유지됐다(P<0.0001). Gasbarrini 교수는 “lactobacilli 균주의 증가가 리팍시민의 항염증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러한 장내세균 보호효과와 궁극적인 장내세균총 조절혜택이 소화기질환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내세균 조절
독일 오토본구에릭케대학의 Peter Malfertheiner 교수는 게실염 치료에 있어 리팍시민의 혜택에 대해 보고했다. 그는 “게실염(Symptomatic Uncomplicated Diverticular Disease, SUDD)의 치료목표는 질환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타깃으로 증상의 정도를 완화시키고 급성 게실염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일부 임상연구에서 리팍시민이 장내세균총의 균형을 조절·유지하며 게실염 환자에 임상혜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TARGET 1·2·3

 

미국 시더스-사이나이의료원의 Mark Pimental 교수는 대규모 임상연구(TARGET 1, TARGET 2, TARGET 3)를 통해 IBS 환자에서 리팍시민의 효과를 설명했다.
TARGET 1·2 연구에서 리팍시민은 치료 후 4주 시점까지 위약 대비 증상완화 효과를 입증했을 뿐 아니라, 치료 후 3개월 시점까지 효과의 지속성을 나타냈다. 치료 후 첫 4주 동안 IBS 증상의 충분한 완화를 경험한 환자의 비율은 TARGET 1 연구에서 40.8% 대 31.2%(P=0.01), TARGET 2에서 40.6% 대 32.2%(P=0.03), 두 연구를 합쳐 분석한 경우에는 40.7% 대 31.7%(P<0.01)로 리팍시민군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상혜택을 나타냈다.


복부팽만 증상의 충분한 완화 역시 TARGET 1에서 39.5% 대 28.7%(P=0.005), TARGET 2에서 41.0% 대 31.9%(P=0.02), 두 연구 종합분석에서 40.2% 대 30.3%(P<0.001)로 리팍시민군에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경험했다.

장질환 환자에서 리팍시민의 유효성·안전성 및 효과의 지속성을 보기 위한 TARGET 3 연구에서는 리팍시민 그룹에서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리팍시민 치료 후 증상의 중증도가 기저시점 수준으로 회귀하지 않았다. 

                                                        
[expert opinion]

위장관질환 치료제로서 리팍시민의 효과

 

우리 인체에는 위에서 대장으로 갈수록 그 세균의 개수가 증가하여 장에는 총 인체세포의 10배인 1014개의 세균이 존재하고 사람의 변을 관찰하면 거의 세균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장내 미생물무리는 비흡수성 탄수화물, 단백질, 탈락된 상피세포, 점액 등을 능동적으로 대사하여 장상피 장벽(barrier) 형성과 강화 등의 장상피 항상성 유지, 인체 내로 영양분 흡수와 교환, 에너지 획득, 장 면역계의 발달 및 면역반응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호관계가 깨지거나 항생제 과용 등으로 장내 미생물무리의 불균형(dysbiosis)이 초래되면 인체의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즉 인체와 장내 미생물무리 간의 균형이 무너질 경우 점막 면역체계에 변화가 일어나 염증반응이 일어나거나 대장의 감각 및 운동기능에 큰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무리의 변화로 인해 장내의 가스 종류와 양이 달라져 복부팽창 등의 증상이 나타나 기능성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무리의 인체 내에서의 역할 및 기능이 알려지면서 최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복용이 크게 늘고 있으나,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많은 연구와 적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팍시민은 반합성 rifamycin 근간 항생제이며, 기존의 항생제와는 달리 위장관 흡수가 매우 적고 그 작용기전이 세균의 위장관 점막에의 부착(adherence)을 방해하는 항생제이다. 이러한 리팍시민 투여는 과증식 세균을 억제하고 정상 미생물무리 조성을 회복시키는 보호효과(eubiotic effects)를 발휘하는데, 특히 설사형과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의 치료효과가 이중맹검 무작위 시험으로 입증되어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제로 인정받은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장에서는 젊은 연령층보다 기본적으로 장내 미생물무리의 다양성이 감소하여, 항생제 등의 외부인자에 의해 미생물무리의 불균형이 쉽게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에 의한 위막성 대장염이 늘고 있어 향후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반갑게도 리팍시민이 Clostridium difficile 균주를 억제하고 손상된 정상 미생물무리를 회복시키는 등 위막성 대장염 치료에 매우 효과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노령층 증가 동향에 발맞추어 다양한 유산균 제제의 연구와 더불어 장내세균 조절을 통한 위장관질환(intestinal disease) 치료제로서의 리팍시민 요법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게실염, 만성염증성장질환이나 과민성장증후군의 예방과 치료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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